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4 중국-복건성:화교의 고향(完)

무이구곡을 뗏목으로 흘러내려가다 2

by 깜쌤 2014. 3. 1.

 

골짜기 탐험이라고 하는게 원래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법이다. 꼭 그런 철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라고 하는게 그런 심리를 가진 동물 아니던가?

 

 

무이구곡 구경도 처음에는 하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구경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 여행기 속에 등장하는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지금 9곡에서부터 1곡으로 내려가며 구경하는 중이다. 왜 하필 이름을 그렇게 붙였겠는가?

 

 

우리는 제일 마지막에 떠내려갔다. 사진 속에 보이는 저 두사람은 바로 우리들 뒤에서 출발했지만 가벼워서 그런지 이내 우리를 추월해서 나가기 시작했다.

 

 

유유자적!  지금 우리 상황을 나타내는 가장 적합단 낱말은 바로 이 말이다.

 

 

저기 앞에서부터 물살이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강물이 굽어흐르기 시작했다.

 

 

이런 여울 정도는 가볍게 타고넘어간다.

 

 

나는 물고기들이 있는가를 살폈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물속에 사는 물고기를 발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강바닥에 박힌 돌들은 모두들 동글동글했다. 세찬 물살에 씻기어가며 오랜 세월동안 서로 부딪히며 떠내려왔기에 닳고 닳아버린 것이리라. 그렇다. 그게 인생이다.

 

 

다른 사람과 부딪히며 살다보면 서로서로 닳는 법이다. 날카롭게 모가 나있으면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다치기 십상이다.

 

 

여울을 지나고 나서도 흐름은 급하게 이어졌다. 사람이 감당못할 정도로 급하게 흐르는 물은 아니므로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그래! 가는대로 흘러가보자. 급한게 없는 법이니.....

 

 

출발해서 첫번째 굽이에 이르자 분위기가 제법 달라지기 시작했다.

 

 

개울폭이 넓어지면서 천천히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럴땐 사공이 장대를 사용해서 바닥을 민다.

 

 

그 반동으로 뗏목은 앞으로 나가는 식이다. 보트 래프팅이 노를 저어 나가는 방식이라면 무이구곡의 뗏목 래프팅은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만 있어도 된다.

 

 

바닥에 소복소복 박힌 돌멩이들마다 물이끼가 가득 묻어있었다. 상류에 오염원이 있다는 이야기일까?

 

 

개울가에는 말라버린 풀들도 보였다. 억새였을까? 앞에 탄 총각이 사공에게 중국돈을 쥐여주는게 보였다. 그러면서 그가 하는 말가운데 한궈런이라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뒤쪽의 세사람은 한국인이니 팁은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었겠지.

 

 

한사람당 10원씩 사공에게 팁을 준다더니 바로 그런 행동인가 보다. 나는 그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말았다.

 

 

돈을 챙겨넣은 사공은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는 못알아듣는다. 앞에 보이는 절벽의 소나무 밑에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그 다음날 우리는 그 길을 걸었다. 절벽길에서 강을 보면 대강 아래 모습처럼 보인다.

 

 

대강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저런 뗏목 속에 우리가 앉아있다고 여기면 된다. 현재 우리가 떠내려가고 있는 지점이 바로 저기다.

 

 

다시 뗏목에서 바라보는 경치로 돌아가자. 깎아지른듯한 절벽위에 해병대원들 머리카락처럼 자라오른 나무들이 신비롭기만 했다.

 

 

그런 봉우리들이 무이구곡에는 즐비하다.

 

 

이 봉우리 절벽에 자리잡은 암자는 아마도 은적암일 것이다. 위치가 참으로 묘하다.  

 

 

암자를 뒤에 두고 배는 다시 굽어돌아 나가기 시작했다. 뒤에 두고 가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감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그러나 아쉬울게 없다. 새로운 멋진 경치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왜 무이구곡이라 하는지 알것 같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많은 절경들을 보아왔지만 무이구곡의 아름다움은 그 어느곳보다 뛰어나다. 내 기준이긴 하지만 말이다.

 

 

웅장한 경관도 좋지만 나는 아기자기함을 더 좋아한다. 무이구곡은 그런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다. 조선의 사대부를 이루었던 선비들이 생각한 이상향이 이런 곳 아닐까 싶다.

 

 

사공은 무엇을 생각하며 떠내려가는 것일까?

 

 

늦은 오후가 되자 날씨가 조금씩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이런데서 추위를 느끼면 곤란하다. 나는 옷깃을 여미었다.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앞쪽으로 다가왔다.

 

 

말라버린 풀과 푸른 대나무 숲, 그리고 진한 갈색의 절벽과 검푸르게 느껴지는 물색이 어우러져 묘한 풍경을 만들어내었다.

 

 

절벽은 누가 그냥 싹둑 잘라내버린듯 하다.

 

 

우리를 추월했던 뗏목은 벌써 저만큼 달아나고 있었다.

 

 

조금 늦으면 어떠랴?

 

 

천천히 갈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감상할 수 있으니 손해볼 일은 없다.

 

 

산봉우리 위에 또 볼록하게 솟아오른 바위들......

 

 

신의 창조능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지금 우리가 지나는 곳이 구곡이다. 절벽에 붉은 글씨로 구곡이라고 새겨놓았다.

 

 

이 아름다운 경치속에 쳐발라놓은 시멘트 덩어리라니.....

 

 

내가 분개한다고 뭐가 달라지랴만 두눈으로 보았으니 어설프게나마 짚고는 넘어가야한다. 이 좋은 날, 마음속으로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평안한 마음으로 구경하는게 두루두루 편하리라. 나는 팔곡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상상해 보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