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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그렇게 교단을 떠나게 되었다

by 깜쌤 2014. 2. 24.

 

 소치 올림픽에서 심판들의 수상한 판정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에 만족해하며 의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김연아를 보고 배운게 많았다. 스물네살밖에 안되는 젊고 예쁜 스포츠 스타가 보여주는 태도와 언행을 보고 모름지기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한다는 사실을 느꼈다면 그건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젊은 그녀에게 메달 색깔이 왜 중요하지 않았을까마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다며 담담한 표정을 짓는데서 달인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나같이 시시한 보통사람이야 아무리 나이를 먹었다하더라도 그녀의 화려하고 위대한 경력에 감히 견줄 수도 없는 처지지만 마음자세에 관한한 아주 약간은 서로 닮은게 있다고 본다. 

 

 

 나는 이번에 평생을 다녔던 직장에서 은퇴했다. 법적으로 선생은 만 62세가 될때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나에게 근무할 수 있는 연수가 몇년 더 남아있는 셈이었지만 6년쯤 전부터는 적당한 시기에 물러나기로 마음먹은 것을 이번에 실천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별별 경험을 다하고 살았다. 나는 그리 능력있고 똑똑한 인재가 못되었기에 시골학교 선생으로 끝을 내게 되었지만 큰 후회는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졸업시킨 아이들은 6학년 담임으로만 스물아홉번째로 가르친 학생들이다.

 

 

교직생활 37년동안 6학년 담임을 29번이나 했으니 어쩌면 진기록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22년간은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6학년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기를 21번이나 했다. 그 중간에 딱 한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3학년 담임을 한것을 빼면 모두 6학년만 가르쳤다. 내가 희망했던대로만 학교경영자가 담임배정을 해주었으면 아마 서른 다섯번 정도는 6학년 담임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은퇴하기로 마음을 먹고나서도 남들이 기피하는 학년을 맡아서 했다. 요즘 아이들이 워낙 거칠고 말을 안듣는다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고학년 담임은 기피하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사실을 즐기며 살았다. 6학년 아이들을 맡아서 3월 한달동안 잘 훈련시켜두고 다듬어두면 일년동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축제 분위기를 지닌 졸업식을 치뤄보자는 뜻으로 올해에도 5,6학년 아이들이 공연을 하기로 했다. 나는 6학년 공연을 맡아하기로 했다. 악기연주는 다른 분이 맡아주셨으니 부담을 덜었고 전체적인 공연기획과 아이들 통제만 하면 되었는데 평소에 늘상 하던 일이니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 졸업과 동시에 나도 물러서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아이들 졸업식날이 마지막 출근인 셈이었다. 뒷방 늙은이들처럼 행세하기는 싫었기에 아침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졸업식 행사를 치루고는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교직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일복이 있는 사람은 놀 시간 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실컷 경험하며 살았다. 며칠동안 정신없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돌아다녔다. 어떤 학교로부터 기간제교사를 해주지 않겠느냐는 교섭을 받았기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병원에도 갔다.

 

살아오면서 김연아처럼 큰 발자국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미약하나마 작은 열심을 내었기에 큰 후회는 없다. 내자신이 지닌 능력과 자질이 부족했기에 그동안 가르친 아이들에게는 그저 미안함 마음뿐이다. 그동안 함께 일한 동료와 후배교사들에게는 부끄러움이, 선배교사분들께는 송구스러움뿐이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