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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긴 세월이 흐른 뒤의 소중하고도 짧은 만남

by 깜쌤 2013. 12. 8.

 

정갈한 횟집에서 30년전에 떠나보낸 제자들을 다시 만났다. 이제는 모두 장년이 되어 사회 한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위치를 잡아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 되었다. 

 

 

극구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난 제자들이 <스승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한편으로는 감격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내가 언제 스승이 될 자격을 갖추기나 했던가? 나는 흔해빠진  직업인으로서의 선생가운데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계속 제자들이 도착했다. 대구에서도 안동에서도 울산에서도 찾아온 제자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선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듬직한 장년들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었으며, 또 어떻게 아무 사심없는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으랴?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나를 가르쳐준 수많은 스승들을 한번도 제대로 잘 챙겨드리지 못했던 불손하기 짝이 없는 제자였다. 한번이라도 어디에서 남에게 배운 사람이라면 반드시 스승이 있는 법이다. 나 자신은 평생을 어리바리한 선생으로 살았지만 똑똑한 제자들을 많이 둔 것을 보면 내가 복이 참 많았던 선생이었음을 깨닫는다.

 

 

한편으로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어리석었는데 다른 스승들이 현명하게 가르치셔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옳은 일이리라. 나는 그들이 전해준 꽃을 가지고 와서 서재의 컴퓨터 옆에 단정하게 꽂아두었다. 당분간은 꽃을 볼때마다 그들 생각이 나리라. 집으로 잘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모두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어찌 자세하게 다 쓰랴마는 삶의 기록이라고 생각되어 블로그에 간략하게나마 흔적을 남겨놓는다. 다음 기회에 그들 모두가 함께 모일때 그리운 얼굴들을 다시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이 짧은 글을 통하여 못난 선생의 소식을 전함과 동시에 안부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