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그렇게 헤매고 다녔으니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니던 우리들은 정신을 차려 다시 무이산 중심가로 다시 들어왔고 스마트폰으로 다시 현장에서 정밀 검색한 결과 무이산풍경구는 시내에서 남쪽으로 15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6번 버스를 타면 시내에서 무이산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일이 너무 꼬인다싶어 그 정도 거리라면 택시를 타는게 낫다 싶었다. 우리는 시내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무이산을 외쳤는데 인상좋고 사람 친절한 기사는 무이산으로 가는 6번 버스 정류장에다가 우리를 내려놓고 사라졌다. 무이산풍경구로 직접 가지 않고 말이다. 그는 몇번이나 작별의 손을 흔들고 떠나갔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별하기를 싫어하는 손주들처럼 손을 흔들고 사라졌는데....
아뿔싸! 조수석에 앉았던 내가 카메라를 택시 조수석 좌석 밑바닥에 떨어뜨리고 내렸던 것이다. 4년을 쓴 고물 똑딱이 카메라지만 나에게는 분신과 같은 존재였던 카메라였다. '삼성 블루'였는데 그런대로 쓸만 했었다. 하도 많이 찍어댔기에 이젠 슬슬 고장이 나려는 조짐을 보였지만 아직 폐기처분할 단계는 아니었다. 문제는 카메라 속에 든 사진자료였다. 거의 1,000장쯤 찍어두었는데 날려버린 것이다.
운전기사가 친절한 사람이었기에 혹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10분쯤 기다려보았지만 올리가 없지 않은가? 이럴땐 빨리 포기하는게 낫다. 잃어버린 것은 어차피 잃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새 카메라 구입이다. 카메라를 사기 위해서는 시내에 들어가든지 아니면 대도시로 나가야한다. 순간적으로 난감해짐을 느꼈다.
내가 가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버린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나는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ㄱ사장이 말하기를 자기가 여분의 카메라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는게 아닌가? 출발할때 그냥 하나 넣어온 것이 있는데 그것이라도 쓰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나로서는 그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카메라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이다. 나는 낯선 도시에서 카메라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가외로 돈을 쓰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염치와 체면불구하고 카메라를 빌려쓰기로 했다. 이제부터 올리는 사진은 그렇게 해서 빌린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다. ㄱ사장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도로 건너편에서 우리를 보고 택시 한대가 유턴(U Turn)을 해서 다가왔다. 무이산으로 간다니까 끈질기게 자기 차를 타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그를 의심했다. 조수석에 아이가 타고 있는 것도 그렇고 너무 끈질기게 계속 접근해왔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이는 아들이었다. 눈치빠른 아이는 조수석에서 내려 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아들과 작별인사를 하고는 헤어지는 모습이 내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우리는 기사의 제안을 받고 택시를 탔다. 무이산이 너무 넓고 큰 곳이어서 입구로 가야하는데 어디가 풍경구 입구인지를 몰랐다. 그래서 기사에게 무이산궁으로 가자고 했다. 그러면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자.
위지도는 중국 바이두 지도를 가공한 것이다. 위쪽 빨간색점이 무이산 시내의 위치다. 아래쪽 빨간색점은 무이산 풍경구 입구에 있는 신도시(?)라고 보면 된다. 지도 왼쪽 하단에 축척이 있으므로 크게 띄워두고 비교하면 무이산 풍경구의 크기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흰색으로 테두리를 친 부분이 무이산 관광의 핵심지이다.
1번 : 무이산 비행장
2번 : 천유봉
3번 : 무이구곡 뗏목 출발점-성촌진
4번 : 오부진-주희 선생 생가(生家)가 있는 마을
그러니까 무이산풍경구는 무이산 시에서 남쪽으로 약 15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다는 말이다. 그 정도 거리는 경주시내에서 불국사까지 가는 거리 정도쯤 된다. 무이산 입구도 2014년 현재로서는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몰랐기에 어디로 찾아가서 어디에서 택시를 내려야할지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배낭여행정보 책자에서도 그런 정보를 좀처럼 찾을 수 없었으니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기사에게 무이산궁으로 가자고 했던 것이다.
여행이라고 하는게 그렇다. 자기가 직접 지도를 들고 찾아가보아야 위치와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데 단체관광을 가서 관광버스를 타고 가이드 뒤만 따라다니기만 하면 어디가 어디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니 다시 찾아가려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배낭여행자다. 배낭여행자는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며 목적지를 찾아가야하니 처음엔 힘들지만 확실한 체험을 한다는 의미에서 너무나 값진 여행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다.
무이산 시내에서 무이산 풍경구까지는 4차선 도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 도로위를 달리고 나자 오른쪽 강건너편으로 아담한 봉우리들이 슬슬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풍경이 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산들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름다웠다.
풍경구가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에선가 본듯한 풍경이었다. 그렇다. 어떤 봉우리들은 계림과 닮아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계림 분위기는 아니다. 닮았으되 아닌 그런 풍경이다.
위 사진은 계림에서 찍은 것이다. 계림의 산들은 둥글고 올망졸망하다. 몇개씩 연이어지는 것도 있다. 계림에는 이강이 흐른다. 당연히 무이산에도 강이 흐른다.
이런 풍경은 라오스의 방비엥에도 있다. 그런가하면 태국남부의 팡아만에서도 볼 수 있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말레이지아 서부해안을 따라 내려갈 경우 양쪽 나라 국경에서도 잠시 만날 수 있다. 베트남의 하롱베이 바다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무이산 절경을 만들어낸 독특한 동글동글한 산봉우리들이 다가왔다. 그리 높지 않은 산봉우리들이다.
경치구경은 나중에 할 일이다. 이제 시내 어디에선가 내려야 하는데 어디에서 내리는가 하는게 문제다.
기사는 입장권을 파는 곳 부근에 차를 세웠다. 티켓을 사란다. 입구도 안보이는데 티켓을 살 수가 없어서 내리겠다고 했더니 여기는 무이산궁이 아니란다. 더 가야한단다. 그렇지만 나는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현지 사정을 살핀뒤 입장권을 사야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지금은 여관부터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요금이 35원 나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무이산궁까지 기사는 40원을 요구했는데 옳은 요금이었다. 무이산궁은 풍경구가 있는 곳에서부터 2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약속대로 40원을 지불했다. 이제 무이산 풍경구까지 온 것이다. 어쨌거나간에 목적지까지 오긴 왔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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