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갔더니 작은 정원같은 공원이 나왔다. 벽에 새겨진 앞글자는 도저히 모르겠다.
입장료없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공원이다. 가이드가 든 깃발을 따라다니는 단체관광객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떨어져 천천히 걸어갔다. 중국인들 억양이 오죽 독특한가? 시끄럽게 와글거리는 단체관광객들을 만나면 고통을 느낄 때가 많다.
인술을 베풀고 간 의사를 기념하는 곳인가보다.
작은 공원 중앙에는 독특한 정원석이 하나 자리잡았다. 누가 가져다놓았다기보다 원래부터 이 자리에 터잡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랑서에는 이런 식의 큰 바위들이 정말 많이 보였기에 하는 소리다.
어찌보면 고개숙인 양같기도 한데.....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글씨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마구 들어가서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은 문맹자들인지도 모른다.
작은 공원의 다른쪽 입구에 해당하는 골목 끝머리의 커다란 나무 밑에는 다섯소녀상이 앙증맞은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귀여운 아이들이다. 관광차 방문한 아가씨 한사람이 여섯번째 소녀로 등장했다.
동심의 세계를 보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소녀상 부근에 다가서자 잔잔한 노래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 인물이었다. 자기가 노래부른 콤팩트 디스크(CD)를 판매하는 것이 목적인가 보다.
목소리도 청아했고 노래솜씨도 있는듯 했지만 뜻모를 노래를 계속 들을 수가 없어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작은 언덕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올랐다.
저 언덕을 넘으면 호월원으로 가는 길이 나타날 것이다.
작은 언덕을 살짝 넘었더니 많은 관광객들이 떼를 지어 걸어오고 있었다. 호월원이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으리라. 호월원 이야기를 꺼내면 반드시 정성공이라는 사람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꽤나 낯선 이름이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제법 친숙한 영웅이므로 한번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타이완이라는 나라는 참 묘한 나라다. 중국 본토대륙을 차지한 중화인민공화국(=중국) 입장에서 보면 타이완(=대만)은 하나의 성(省)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정부에 지나지 않지만 대만 입장에서 보면 대륙수복의 원대한 꿈을 간직한 어엿한 독립국가임에 틀림없다.
타이완이 이룩한 경제기적은 20세기의 미스터리이기도 한데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를 파헤쳐보면 마약판매수익이 밑거름이 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기도하다. 태국 북부에는 치앙마이라고 하는 멋진 도시가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치앙라이가 나오는데 그 부근 국경지대를 '황금의 삼각지대'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한다.
버마 동북쪽 끝머리 샨주와 라오스와 태국이 마주치는 곳이다. 거기서 재배된 아편이 전세계를 휩쓸었음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공산당과의 투쟁에서 패배한 국민당 부대중 운남에서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탈출한 93사단이 골든 트라이앵글에 주둔했다. 그들은 소수민족을 협박하여 양귀비를 재배하도록 해서 아편을 생산했는데 그렇게 만든 마약을 밀매하여 엄청난 자금을 축적한 것은 역사에 선명하게 남은 진실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대만이 본격적인 중국영토로 취급받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본격적인 중국영토로의 편입은 명나라 말기나 청나라 초기 정도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원래 살던 원주민들이 나름대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족의 유입은 오래전부터 슬금슬금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타이완 원주민들은 태평양에 흩어져 사는 주민들과 연이 닿는 사람들이다. 핏줄로 따지면 그렇다는 말이다. 일본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인들이 폴리네시아 계열의 인종들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니던가?
우리는 수리 공사중인 초등학교 앞을 지나갔다.
타이완이 어찌어찌하다가 16세기에는 네덜란드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다. 네덜란드가 점령하고 있던 타이완에 쳐들어간 한족(漢族) 장군이 정성공이라는 사람이다. 유럽인들에게는 코싱가(Coxinga) 혹은 콕싱가(Koxinga)로 알려진 사람이다. 유럽에까지 널리 그이름이 알려진 중국의 장군이나 군사지휘관은 그리 많지 않다.
유리세공일을 하는 이 청년도 정성공이라는 이름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일본 오사카에 문어 타코야끼가 있다면 고랑서에는 달팽이과자가 있다는 꿈을 안고 만드는 것일까? 과자가 참 묘하게도 생겼다.
드디어 다왔다. 우리는 정성공의 거대한 석상이 있는 호월원 입구까지 온 것이다.
요즘 중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관계는 전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말이다, 참 묘한 일이 있다. 중국인들이 영웅으로 알고 있는 정성공이라는 사람의 어머니가 일본여자라는 사실인데.......
정성공의 아버지는 정지룡(鄭芝龍)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인이다. 명나라 말기, 청나라 초기의 인물이다. 정성공의 아버지는 좋은 말로 하자면 해상모험가로 부를 수도 있지만 본업은 밀수와 해적질을 전문으로 했던 악당이기도 했다.
바로 저 인물이 정지룡의 아들 정성공이다. 그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슬슬 풀어나가기로 하자.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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