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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늙은호박으로 만들어 먹는 호박전

by 깜쌤 2013. 10. 22.

 

 

애호박을 통채로 잘라 전을 부쳐먹어도 맛있지만 나는 청둥호박으로 만든 호박전을 더 사랑한다. 어른들은 늙은 호박을 청둥호박이라고 불렀다. 잘늙은 놈을 골라 칼로 자른뒤 껍질을 벗기고 다듬어서 씨알을 모조리 다 발라낸다. 그런뒤 강판에 갈거나 아니면 채썰기를 해서 부침개를 할 재료를 준비했다. 

 

  

할머니들이 둘러앉아 호박전을 부칠 준비를 하고 계셨다. 나는 고소하면서도 약간은 달큰한 냄새와 맛에 이끌려 주위를 서성거렸다. 이런 호박전을 보는게 얼마만이었던가? 아내는 애호박으로 만든 호박전만 구워주었길래 예전 잔치마당에서 먹어보던 호박전을 보는 순간 자석에 붙은듯이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일은 여럿이 하는게 편하다. 한사람은 호박껍질을 벗기고 한사람은 강판에 호박을 갈고 한사람은 부쳐내는 식으로 분업을 하는게 능률이 오르는 법이다.

 

 

준비한 호박채를 밀가루에 묻혀 장작불로 달군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부쳐내면 고소하면서도 달큰한 호박전이 된다. 뜨뜻할때 먹어야 더 맛있다. 행사장에서는 가스레인지와 후라이팬을 써서 부쳐내고 있었는데 한판에 2천을 받고 있었다. 사먹으려다가 참았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역시 호박전을 부치고 계셨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인심좋은 할머니께서 큼지막한 덩어리를 떼어주셨다. 결국 나는 참으로 오랫만에 달달한 노란 호박전을 먹었던 것이다. 호박전을 입에 머금고 한참을 있었다. 왜 그리 마음이 아렸는지 모른다. 세월속으로 흘러보낸 것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으리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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