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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조청의 추억

by 깜쌤 2013. 11. 22.

 

조청! 조청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선뜻 설명할 수 있다면 옛것에 대한 사랑이 특별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전통을 잘 보존해가는 집안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조청은 곡물을 가지고 만드는 천연감미료다. 설탕대용으로 쓰기에는 그저 그만인 달콤한 물질이라는 이야기다.

 

서양인들에게 전통적인 감미료가 설탕으로 인식되어왔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조청이라는 것을 만들어 사용해왔다는 것이 동서양에서의 감미료의 차이점이다. 조청은 중국사람이나 일본사람들도 오래전부터 만들어서 먹어왔다고 한다.

 

쌀밥을 입에 넣고 오래씹으면 단맛이 난다. 침속에 있는 아밀라아제라는 성분이 탄수화물속에 들어있는 다당류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천연 식재료 속에 아밀라아제가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엿기름이라는 것이다. 경상도 사람중에는 엿질금이나 엿길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엿기름은 싹을 틔운 보리를 말려서 가루로 만든 것을 말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싹틔운 보리 그 자체를 가지고 엿기름이라고 하기도 한다.

 

 

엿기름을 한자로 쓰면 맥아(麥芽)가 된다. 맥아는 위스키나 맥주를 만들때 원료로 쓰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스카치 위스키를 흉내내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써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맛을 내는데 실패한 이유가운데 하나가 엿기름과 이탄층 위를 흐르는 물의 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엿기름이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엿기름 거른 물을 밥에 부은뒤 잘 삭혀낸 것이 식혜다. 식혜와 식해는 다른 종류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즐겨먹는 식해는 식혜와 완전히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밥을 사용한다는 정도다. 식혜는 우리가 흔히 감주(=단술)라고 부르는 것을 말하고 식해는 좁쌀밥이나 쌀밥 혹은 찹쌀밥에 생선을 버무려넣어 삭힌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식혜를 만들어서 약한 불로 끈기있게 푹 고으면 조청으로 변한다. 재료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오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진한 갈색이나 밤색을 띄게된다. 조청을 계속 고아서 물기를 거의 제거해버리면 강엿이 된다. 어지간히 이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감히 깨물 엄두가 안나는 것이 강엿인데 이녀석을 녹여서 잡아당기기를 반복하면 엿이 된단다.

 

 

엿만들기까지는 해보지 않았으니 자신할 수는 없지만 대강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식혜이고 조청이며 강엿이고 가락엿인 것이다. 인터넷 자료를 검색해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어떤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모든 것들은 곡물의 전분을 당으로 바꾼 것으로서 결국 수분함량의 정도가 서로 다른 것이란다. 그런데 어찌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렸을때 엿을 만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설날이 가까워지면 어머니께서 기차를 타고 영주시내 큰장(대목장)에 가셔서 강엿을 사가지고 온 기억이 새롭다. 강엿을 커다란 함지박에 놓고 망치로 깨뜨렸던 날들이 어제일 같다. 볶은콩과 깨볶은것을 뒤집어놓은 솥뚜껑위에 편편하게 깔고 그 위에 녹인 강엿을 부어 인지라고 불리었던 강정을 만들기도 했다. 

 

갓 빼낸 따끈따끈한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먹는 맛은 환상적이다. 길이 나름이긴 하지만 가래떡 하나만 먹어도 배가 든든해서 한끼 식사용으로도 그저그만이었다. 조청은 머리를 좋게해준다고 해서 과거시험을 준비하던 옛날 선비들이 곁에두고 공부를 하기 전에 조금씩 먹었다고 전해진다. 자식을 기르는 어머니들이 꼭 기억해둘 일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