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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다니.....

by 깜쌤 2013. 10. 13.

 

錦(금) 綾(능) 紬(주) 絹(견) 紗(사) 羅(라) 緞(단) 같은 글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다 비단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렇다면 비단과 명주는 무엇이 다를까?

 

 

비단은 누에에서 뽑아낸 실로 무늬를 넣어 광택이 나도록 짠 천을 말하고 명주는 아무런 무늬없이 그냥 짠 천을 말한다. 비단이든 명주든 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누에고치에서 일단 실을 뽑아내어야만 했다.  

 

 

우리 어머니들은 삼베천을 짜든 명주천을 짜든 사시사철 베틀에 앉아 고된 노동을 해야했는데 그게 예사일이 아니었다. 우리들의 어머니나 할머니 세대에 비하면 요즘 여성들은 정말 편해도 너무 편한 세상에 태어난 셈이다.  

 

 

명주를 짜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야만 한다.

 

 

누에고치를 솥같은 곳에 넣고 삶아서 실끝을 찾아 얼러서 한가닥으로 뽑아올려야 하는데 그 도구가 바로 자새라는 물건이다. 사진 속에 보면 나무로 된 틀이 보이는데 그게 자새다.

 

 

자새의 구멍을 통과하여 한가닥으로 모인 실은 직경이 큰 십자모양의 나무 둘레에 감긴다. 실을 감아두는 둘레를 왕채라고 한다.  

 

 

사진 속을 잘 보면 누에고치에서 아주 가는 실이 달려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 모습을 꼭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고싶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수십년 만이다. 유년시절 같은 마을에 살았던 친구의 연세드신 부모님께서 가마솥에다가 누에 고치를 삶아가며 이 일을 하시는 것을 본 이후로는 처음으로 보는 일이다. 

 

 

이렇게 뽑아낸 실을 가지고 명주천을 짜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누에라는 곤충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요즘은 형광색을 띄는 누에도 개발되었다고 한다. 색깔있는 누에는 기본이고......

 

 

어느 정도 실이 벗겨져 나가면 누에 번데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동네 아이들은 젓가락을 들고 기다렸다가 번데기가 나오면 재빨리 집어먹었다.

 

 

그게 어제일 같다. 요즘 아이들이나 청년들이 이런 과정을 알리가 있겠나 싶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볼때마다 자연과 인간살이의 오묘함을 느껴본다.

 

 

그렇게 뽑아낸 실을 가지고 천을 만든뒤 염색을 해서 옷을 해입었다. 명주옷은 아무나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었다. 명주는 엄청 귀하고 귀한 물건이었다. 신라소리축제에서 본 장면이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