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귀한 가을 소나기가 마구 쏟아진날 오후, 첨성대가 보이는 길가에 섰다.
경주남산이 유달리 깊어보였기 때문이다.
서쪽 벽도산도 시내로 바싹 다가와 섰다.
벽도산밑 두대 마을에는 숨겨진 절이 있다.
그 절까지 보이는듯 했다.
둥근 망산은 앞에 선 둥근 무덤때문에 더 둥글게 보였다.
남산은 비경을 감춘채 더 깊어보였다.
신선세계같았다.
가을소나기를 마구 뿌린 구름들의 조화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신라인들의 마음이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다.
수십년 터잡고 산 도시건만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흔치 않았다.
산천 가득한 초록은 마지막 숨을 고르는듯 했다.
이제 곧 누른 색이 스며들 것이다.
몰래 스며든 서늘한 가을 기운이 제법 가까이 다가왔다.
그렇게 여름이 가는 모양이다.
그리 높지도 않은 산이 깊어만 보인 것도 드문 일이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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