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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뜨고 있는 분천 - 청정지역을 가다 3

by 깜쌤 2013. 9. 7.

 

승부! 승부만은 한번 꼭 가봐야한다고 하면서도 못가본지가 벌써 십년은 넘었다. 내가 승부에 꼭 가보고자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렸을때의 기억을 담아둔 곳이기 때문이다.   

 

 

분천에서 기차길 옆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가면 낙동강을 따라 조금 달릴 수 있다. 굳이 자동차를 몰고 승부를 가려면 분천역에서는 불가능하다. 2013년 9월 현재로서는 그렇다. 자동차를 몰고 승부에 가려면 석포까지 가서 찾아가는게 유리하다. 그길 외에는 연결되는 도로가 없다. 굳이 걸어서 가려면 가능하긴한데 그것도 그리 쉬운 길은 아니다. 

 

 

자동차가 없다면 기차를 타고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설마 하면서도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새길이 나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차를 가지고 시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분천에서 승부로 이어지는 자동차길은 아직 없었던 것이다.

 

 

철제난간에 녹이 슬어 무너지다시피 되어있는 낡은 시멘트 다리를 건넜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한 영화의 한장면 속에 내가 들어와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리에서 바라본 계곡은 투명함 그자체였다. 산은 왜 그렇게도 깨끗하고, 물은 왜 그리도 맑은지 모르겠다.

 

 

이런 곳이라면 열목어도 살지 않을까? 일급수에만 산다는 열목어의 남방한계선이 봉화라고 들었다.  낙동강 수계 가운데에서 열목어 서식지로는 봉화가 유일한 곳이다. 천연기념물인 열목어를 잡아 씨를 말리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던데......  왜 잡느냐고 물었더니 잡아먹기 위해서란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온다.  

 

 

우리는 천천히 다리를 건넜다.

 

 

이런 모양 저런 모양의 다리가 낙동강 상류에 걸려있었다.

 

 

다리모양이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앞으로 새로운 다리를 건설할때는 이왕이면 좀 더 예쁘고 아름답게 예술적인 감각이 넘치도록 만들면 좋겠다. 

 

 

지금 놓인 다리들은 1970년대에 새마을운동을 할때 혹은 그 이후에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강을 따라 올라가다가 철교를 만났다. 다리를 받치고 있는 교각도 색깔을 약간만 칠했으면 좋겠다. 다 칠하면 엄청난 돈이 드니까 작은 테 몇개만 둘러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감각이다.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꾸밀 수 있지만 그런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부족한게 아닐까?   

 

 

다릿발마다 색깔을 달리해서 둥근 테를 돌려두면 효과적이겠다.

 

 

무궁화호 열차가 오고 있었다. 시간으로 보아서 부전으로 내려가는 기차일 것이다.

 

 

기차에서 내려다보면 더 멋진 경치가 되지 싶다.

 

 

기차가 지나고나자 골짜기에는 적막한 기운이 마구 밀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들어보니 8월 말이어서 그런지 벌레소리들이 사방에 자욱했다. 벌레소리들이 적막을 깨우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시 상류로 향했다. 하늘에 내려온 낮은 구름이 봉우리에 걸려있었다.

 

 

이 산골짜기에 웬 십자가지? 기도원일까 아니면 천주교인들이 피정하는 장소일까? 

 

 

비탈에 보이는 검은 막은 인삼밭에 덮어두는 그늘막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낮은 다리를 건너지 않고 강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이내 오르막이 나타났다. 장작을 단정하게 잘라 길가에 예쁘게 쌓아두었다.

 

 

안으로 더 올라갔더니 마침내 포장길이 끝나면서 앞이 막혀있었다.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여기가 길의 끝이란다. 승부로 가려면 골짜기를 따라 걸어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되돌아나가기로 했다. 경주까지 내려가려면 이제는 이 산골짜기를 벗어나야 한다.  

 

 

산골짝을 지키는 개는 맨날 자기 혼자만 살아서 그런지 낯선이를 보고도 짖지않았다. 내가 다가가자 오히려 꼬리를 내리고 집 뒤로 숨어버리고 만다. 생김새는 엄청 잘 생긴 녀석인데.....

 

 

오솔길가로는 백일홍이 가득했다. 코스모스도 섞여있었다.

 

 

여긴 한없이 맑고 깨끗했다. 청정지역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았다.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분천을 거쳐 울진으로 향했다.

 

 

한없이 맑고 깨끗한 불영계곡에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도로가 완공되면 영주 봉화에서 울진으로 가는 길도 4차선 도로로 변하면서 시간단축은 물론 물동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리라. 우리는 울진을 거쳐 영덕을 향해 꽁지가 빠지도록 신나게 달렸다. 물론 제한속도는 정직하게 지켜가면서.....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