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은 굴뚝없는 산업이라고 불린다. 관광업이 발달한 지방이나 국가치고 못사는 곳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싱가포르 같은 나라는 별다른 자원없이도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관광대국이 된 나라다. 볼거리 즐길거리 놀거리는 하나씩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꼬투리가 될만한 작은 이야기거리 하나만 있어도 관광지로 만들어내는 기막힌 재주를 가진 나라가 싱가포르였다.
우리나라정도의 역사와 문화같으면 이야기거리는 지천으로 널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호랑이만 해도 그렇다. 호랑이에 얽힌 효녀효자 이야기만해도 얼마나 많은가? 당장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짐승이니 말해서 무엇하랴? 남한땅에서는 멸종된것이 확실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호랑이가 하도 많아서 대궐안까지 들어와서 활개를 쳤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분천역에서 출발하는 o트레인을 끄는 기관차는 백호무늬를 가지고 있단다.
백두대간과 호랑이 이야기! 얼마든지 엮어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분천역에 여러 종류의 호랑이를 가져다 놓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문제는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이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분천역 부근에는 산절개지가 보인다. 중앙선의 예전 평은역처럼 자갈채취장은 아니기를 바란다.
분천역에서는 정면으로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이지 모르지만 이 아름다운 산하 부근에 절개지가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폴 포트의 크메르루지 군대 잔당들이 활동하고 있던 시절에 태국 국경도시 아란야쁘라뗏에서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의 앙코르왓을 간 적이 있었다. 캄보디아쪽의 국경도시 포이펫에서 시소폰을 거쳐 앙코르왓이 있는 시엠립까지 가는 길에는 지겹도록 이어지는 지평선 뿐이었다. 나는 그때 산의 가치를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 복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늦게서야 깨달았다. 생태계의 다양성과 종의 다양성은 21세기에 들어와서 엄청난 중요성을 지닌 자원이 된 것이다. 그뿐이랴? 산은 그 어느 것보다도 뛰어난 관광자원이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산사이를 뚫고 흐르는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철길!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 자원이란 말인가?
나는 분천역 뒤로 돌아나왔다. 이제는 역부근의 마을을 구경할 차례다.
마을로 내려가는 내리막길 끝에 서면 마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을 구경하고 싶어서였을까? 젊은 여성 둘이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마을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왜 분천에서 자전거를 빌려탈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싱싱하기만한 그녀들의 용기와 도전정신이 새삼 부러워졌다.
역으로 올라오는 길을 내려가면 기찻길 쪽으로 먹거리 구역이 존재한다. 산촌 음식은 뻔해서 도토리 묵이나 부침개와 국수 아니면 산나물 비빔밥 정도다. 차림표가 단순할 경우에는 먹거리의 맛과 질이 중요해진다. 아무쪼록 오는 손님을 스스로 쫒아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분천역을 마주보는 산등성이에는 새로 만드는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향수수퍼마켙이라고 이름붙인 이집은 아무리봐도 옛날 일본식 건물의 냄새가 났다.
난전 비슷하게 차려놓은 천막안에서는 복수박과 찰옥수수 그리고 감자떡을 파는 모양이다. 복수박은 자그마한 조롱수박을 말하는 것이리라.
나는 역마당에서 마을길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왔다.
돌아보니 기차역 지붕만 하늘에 달랑 걸려있었다.
마을길이 깨끗해서 좋았다. 나는 지저분한 음식점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찬물로 천천히 내리는 더치커피도 있는가보다.
사람들이 몰리니 재미난 아이템들이 생긴다. 나는 분천에서 일본의 츠와노를 떠올렸다.
마을로 이어지는 물길을 하나 만들어 낙동강 맑은 물을 끌어들이고 비단잉어를 키우면 어떨까?
특색있는 볼거리를 자꾸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분천역 다음은 양원, 그 다음은 승부다.
승부로 갈 수 있는 트래킹코스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마을 안쪽을 샅샅이 뒤질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에 나는 다시 역마당으로 올라섰다.
내년쯤이면 역마당에도 완전히 잔디가 덮이지싶다.
마을에 젊은이들이 찾아오니 활력이 넘치는 것 같다.
역건물쪽으로 붙여 쳐놓은 저 텐트는 열차고객을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 소천리 분천 산골짜기 마을에도 참한 교회가 보였다.
다음에 오면 꼭 협곡열차를 한번 타볼 생각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캠핑이 대세인가보다. 텐트둘러메고 캠핑을 떠났던 젊은날들이 그리워졌다.
우리가 타고온 연노랑 뿡뿡이가 얌전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 나이가 벌써 13년이 넘은 구형이지만 아직까지는 잘만 굴러간다. 물론 내차는 아니다.
역마당에서 사진을 찍던 아가씨는 역무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품성이던가?
대여해주는 자동차가 줄을 맞춰 나란히 서있었다.
분천! 아름다운 역이었다. 우리는 낙동강을 따라 갈 수 있는곳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나자 이 나이에 약간 들뜨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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