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뜨겁고 길은 오르막이니 숨이 차는 것보다 땀이 흐르는게 더 큰 문제입니다.
나는 한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올랐습니다. 별로 높지도 않은 야산수준이지만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임도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구간과 자갈로 포장된 구간이 번갈아가며 나타났습니다. 이런 길에서 평크가 나면 대책이 없습니다. 펑크날 것을 대비하여 준비해서 다녀야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를 못했습니다.
높은 곳에 올랐더니 전망이 탁 트이기 시작합니다. 불국사가 자리잡은 낮은 산자락과 뒤를 받치고 있는 토함산이 보였습니다.
길은 계속해서 산을 이리저리 감아나가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에 이 길을 오른다는 것은 나같은 약골에게는 조금 무리인듯 합니다.
제법 많이 올라왔습니다.
아직도 나는 동남산쪽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금 넘어가는 고개를 넘으면 비로소 서남산쪽이 될 것입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나는 그날 너무 무리를 했습니다.
시내를 출발해서 그렇게 한바퀴 돌아서 원래자리까지 돌아오면 약 40킬로미터쯤된다고 하더군요.
마침내 정상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고개마루까지 올라왔습니다.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은 다른 봉우리에 자리잡은 절로 가는 길이더군요.
이제는 서남산입니다. 내리막길이라고 마구 달리면 사고나기 십상이므로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길은 내리막과 오르막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길을 지나는 것은 정말 오래만입니다. 어쩌면 한 십오년쯤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르막이 나타나면 다시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가야했습니다. 몸에 기운이 서서히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내일은 서울까지 가서 볼 일을 보고와야 하는데 몸 컨디션으로 봐서는 나에게 너무 무리가 되는 일이 될것입니다.
고개를 넘어서 한참을 내려왔더니 논이 있는 계곡이 나왔습니다.
이런 시골길을 달리는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릅니다.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내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산악용이 아니므로 펑크가 날까싶어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골짜기 끝부분에 멋진 집이 보였습니다.
다른쪽 계곡에서 내려온 물이 합하는 곳에 웅덩이가 보였습니다. 올해처럼 엄청난 가뭄에도 물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산에 나무가 울창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관개용 수로가 보였습니다. 이제 곧 포장된 도로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내 나는 열암곡 부처상으로 올라가는 주차장까지 내려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널찍한 도로입니다. 2007년에 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열암곡 부처를 보려면 이 주차장에서부터 올라가는게 빠릅니다. 열암곡부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글상자의 주소를 눌러보기 바랍니다. 발견될 당시의 모습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벌써 6년전의 일입니다.
당시의 블로그에는 사진이 화면에 꽉차게 보였습니다만 이제는 작게 나타나네요. 사진이 조금 작게 나타나서 실망하셨지요?
나는 천천히 사방의 경치를 즐겨가며 페달을 밟았습니다. 백운대 부근을 지났습니다.
햇살이 한없이 따갑긴 했지만 자주 오는 길도 아니니 즐기기로 한 것이죠.
나는 노곡리를 지났습니다. 내남에서 명계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내려온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새로 건설하는 도로가 노곡리의 산밑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공사중입니다.
나는 도로가에 자리잡은 커다란 느티나무 한그루를 발견했습니다. 엄청난 크기입니다.
느티나무가 있는 동네에는 배롱나무꽃이 예쁘게 핀 참한 시골집이 대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평화스럽고 소담스런 멋진 집입니다. 나는 다시 새힘을 얻었습니다.
느티나무 밑에서 쉬어갈까 하다가 계속 패달을 밟아서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나는 이 나무에 가득 달린 노란 손수건을 상상했습니다. 피터 하밀이 쓴 멋진 단편소설 <노란 손수건>속에 등장하는 떡갈나무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내에 돌아와서 만날 사람을 만나고 개인적인 볼일을 보았더니 오후부터 목이 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무리했던 결과입니다. 결국 일주일 넘도록 고통속에 살아야했습니다. 일사병 후유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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