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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엄마를 그리며 2

by 깜쌤 2013. 8. 5.

 

시골 기차역에는 이제 무궁화호 기차도 서지 않습니다. 논벌과 기차역 구내를 구별하는 철망이 담장 역할을 합니다. 철망으로 된 담장에는 나팔꽃들이 가득 피었다가 시들었습니다.

 

 

나는 봇도랑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말매미 주검이 보였습니다. 땅위로 올라와서 우화한지 이주일 정도만 지나면 생명을 다한다는 매미...... 

 

 

우리네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길어봐야 7,80년을 사는 인생이니 그리 긴 생을 사는 것도 아니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더 많이 가지겠다고, 온갖 것을 다 가지겠다고 바락바락 악을 쓰는 것이 인생살이입니다.    

 

 

그동안 나는 많은 것을 거절하거나 포기했습니다. 모범공무원으로 추천을 하겠다는 것도, 표창을 하겠다는 것도, 상을 주겠다는 것도, 방송에 출연하라는 것도 모두 다 거절했고 심지어는 승진하는 것도 포기하며 살았습니다.

 

 

원래부터 어리바리하기 그지 없는 인간이어서 거친 벌판에서 메꽃처럼 모자란 삶을 살아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작 아쉬웠던 것은 가정형편때문에 내가 꼭 가고 싶어했던 대학의 공부를 포기한 것입니다.  

 

 

강의하고 글을 쓰고 연구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일이었건만 끝끝내 나는 그걸 시도해보지도 못했습니다.

 

 

늙어버린 어머니가 한번씩은 그것을 미안해하실 때마다 나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내가 모자라고 어리석고 부족해서 그렇지 그게 왜 부모탓이겠습니까?

 

 

정말이지 그래도 나는 형편이 나았습니다. 바로 위의 누님은 나 때문에 중학교 진학까지 희생해야 했습니다. 나는 그런 누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터지는 듯 합니다. 너무 미안하고 송구스럽고 죄스럽기만 합니다.  

 

  

오직 단 한번만 살 수 있는 인생인데.....  단 한번 사는 인생이기에 배울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혼자 둑길을 걸으면서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를 여러가지로 생각해보았습니다.

 

 

부모의 사랑과 은혜만큼 크고 넓고 깊은 것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어머니를 위해 아내가 만들어준 삼계탕을 가지고 갔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잡수어 주시니 너무 고맙기만 했습니다.

 

 

원래는 어머니곁에서 자려고 했는데 여름날이라 더워하실까봐 따로 잤습니다.

 

 

이튿날 새벽에 눈을 뜬 나는 아침을 먹기전에 논에 나가보았습니다.

 

 

남보기에는 별것도 아닌 작은 논이지만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논입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악착같이 절약하여 돈을 모은 뒤 맨처음으로 구입한 논이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어떤 논의 논두렁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관리를 위해 제초제를 친 모양입니다. 한여름임에도 발갛게 말라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주름살 가득한 어머니가 지어주신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목이 메어 왔습니다. 이 밥을 언제 또 먹어볼 수 있을지 도무지 기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밥맛이 왜 그리 꿀맛이던지요? 아마도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또다른 반찬으로 삼아 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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