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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엄마를 그리며

by 깜쌤 2013. 8. 4.

 

경주에서 안동사이 중앙선 구간에는 기차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부전에서 출발하여 울산  경주 영천 안동 영주 제천 원주 양평을 거쳐 청량리로 가는 열차는 하루에 한편밖에 없습니다. 청량리에서 부전으로 내려가는 열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부전에서 출발하여 강릉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다가 의성에서 내렸습니다.  

 

 

낮에 교회에서 얻어둔 떡을 씹으면서 시내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오후 1시 10분에 탑리로 가는 시내버스가 왔습니다. 시내버스가 조문국 유적지를 지날때 창밖으로 카메라를 내고 셔터를 눌러서 간신히 한장을 건졌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어머니를 뵈러 꼭꼭 가는데 지난 7월에는 주말마다 일이 생겼습니다. 선생은 학기말인 7월과 학년말이 되는 2월에 제일 바쁜 직업인지라 시간만들기가 그리도 어려웠습니다. 24일에 방학을 하고도 온갖 일때문에 꼼짝을 못하다가 28일 주일 오후에야 시간을 만들어 어머니를 뵈러 갈 수 있었습니다.  

 

  

하루 전날에 올라가겠다고 전화를 드려놓았더니 어머니께서는 그걸 자세하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불효자인 아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다.  

 

 

 "야야(=얘야), 니 동생이 방금 나갔다."

 

효성이 남다른 동생이 방금 다녀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결국 동생 얼굴을 못본 셈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머니곁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날 내려갈 생각이었습니다. 월요일 낮에 경주로 내려가서 오후에는 미리 약속해둔 두 사람을 만나야만 합니다. 오후에, 그리고 밤에 말입니다. 화요일부터는 출근이니 늘 시간에 쫒기며 사는 인생입니다.

 

 

마음이 아려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는 벌판길을 걸어보았습니다.

 

 

모를 심고 벼를 벨때 새참을 가지고 이 길을 걸어오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이제는 기억속에서도 가물가물합니다.

 

 

 젊었던 날의 곱던 엄마는 어디로 가고 이제는 주름살 가득한 할머니가 어머니로 남았습니다.

 

 

 돌아보면 다 꿈인듯 합니다.

 

 

 인생살이가 다 꿈인듯 허허롭습니다.

 

 

 새생명이 태어나고 늙은 생명이 사라지고, 나고 죽고 나고 죽고...... 

 

 

 강변의 모습도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자잘한 자갈이 가득했던 자갈밭은 골재 채취 사업때문에 다 사라지고 맑은 물이 흐르던 물길도 이제는 늪처럼 변했습니다. 

 

 

나에게는 어머니가 계시는 이곳도 객지처럼 느껴집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고향이 여기에서 가까우니 두분에게는 고향이나 다름없지만 나는 그렇지 못합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전근되신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온 곳이니 친구가 있을리가 없습니다. 결국 고향아닌 타향이 되고 만 셈이죠.

 

 

 중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해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기간동안 10년을 살고는 객지로 나갔으니 어찌보면 여기도 타향입니다. 

 

 

 타향에 나가서 돈지가 벌써 수십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을 흘러보냈습니다.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 이곳도 굳이 찾아올 일조차 없지 싶습니다.

 

 

나는 사람살이의 의미를 찬찬히 되새겨보았습니다.

 

 

항상 젊은 것도 아니고, 항상 건강한 것도 아니며 항상 잘 사는 것도 아닌 것이 인생이니 무엇이든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새삼스레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분들의 말씀은 틀림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누군가 더덕농사를 짓는가 봅니다. 아무리 봐도 더덕농장 같습니다.

 

 

강안에 고급 승용차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다슬기를 주으러 온 사람들이 타고온 차같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다슬기를 줍는 저 아줌마도 누구의 엄마일 것입니다.

 

 

아직도 다슬기가 살 정도면 물이 맑은 것이 사실입니다만 언제 오염되어 끝장날지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나는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휴일이어서 그런지 아이들 소리가 뚝 끊어져 있었습니다. 휴일이나 방학이 아니더라도 시골 학교에서 아이들 소리가 귀해진지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그립습니다. 나는 학교에서 나와 들길을 걸었습니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목 밭에는 가지들이 쑥쑥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학교를 다닌 여자아이들도 이제는 엄마가 된 이가 수두룩할 것입니다. 엄마! 엄마! 참 소중한 이름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