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전주에 출장아닌 출장을 가야할 일이 생겼다. 아는 분의 차에 얹혀 88올림픽고속도로를 달렸다. 거창휴게소에 잠시 들렀다가 다시 출발했다.
7월 24일 수요일에 방학을 했지만 다음날에 출장을 가게 되었으니 방학을 해도 방학이 아닌 셈이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방학이란 아이들 방학이지 선생을 위한 방학은 아니다. 교사는 방학중에 온갖 다양한 영역의 연수를 통해 실력을 기를 의무가 있다. 마이산 옆을 지났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두시간이었다. 볼일을 보고는 황급히 돌아가야만 다음 날 다른 도시에 출장을 갈 수 있었으니 전주에 살고 있는 피붙이조차 만나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황금같은 시간을 쪼개어 한옥마을 견학에 나섰다. 보고 배울게 꼭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풍남문을 지나 경기전 부근에서 택시를 내린 나는 전동성당앞을 지났다.
한눈에 봐도 이국적인, 그러면서도 밑바닥에 깔린 예술적인 냄새가 진하게 풍겨나는 건물이었다.
화강암으로 보도를 깐 도로가 한국적인 단아함을 보여주었다. 화강암 포석의 크기도 잘 조절해야 예술적으로 보인다. 크기조절을 잘못하면 천박해보이기 십상이다. 유럽 도시들의 거리에는 도로에 박석을 깐곳이 많이 있다. 촘촘하게 깔아둔 박석은 세월이 지나면서 닳고닳아 고색창연한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나는 여기에서 품격을 느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든 사물에는 품격과 기품이 있어야 단아함을 잃지 않는 법이다.
경기전 입구가 보였다.
적당한 도로 넓이와 잘 단장된 인도가 우아함을 보여주었다. 인도에 차가 올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게 경주와의 차이점이다.
경주 시가지에는 인도인지 차도인지 구별이 안되는 도로들이 제법 있다. 경주에 터를 잡고 사는 내가 자주 보게되는 익숙한 광경이니 틀린 말이 아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전주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느꼈다.
아이들을 인솔하고 온 분이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날도 더운데 수고가 너무 많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경기전에 들어갈 볼 시간은 애시당초부터 없었다. 수박겉핥기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이런 상황에 기막히게 알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도 제법 다양한 영화들이 촬영된 모양이다.
얼마나 바빴는지 한옥마을 지도조차 세밀히 살필 여가가 없었다.
경지전 담장앞에 꽃을 심고 있었다.
나는 이런 작업장면을 유심히 살핀다. 시민의식이 묻어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처럼 깔끔하게 뒷처리를 해가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런 분들의 노고가 어우려져 도시미관이 형성되는 법이다.
경기전 담장을 끼고 너른 골목이 이어지고 있었다.
본격적인 한옥마을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도로가에 자리잡은 집들마다 한옥 특유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한옥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을 젊었을땐 잘 모르고 살았다. 중국과 일본을 여러차례 다녀오면서 세나라 건축의 특징을 아주 조금이나마 비교하여 파악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견문이 필요한 것이리라. 견문이 쌓이면 안목이 넓어지고 안목이 넓어지면 경륜이 생기는 법이다.
숙박업소인 모양이다.
고신(古新)이라..... 어쩌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에서 상호를 따왔을지도 모른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은 논어(論語)의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말인데, 자세히 보면 이집의 상호는 옛 고(古)자를 쓰고 있지만 논어에 등장하는 말은 까닭을 의미하는 고(故)자를 쓰고 있다. 어떤 이는 故자를 옛이라는 의미로 보기도 하지만 말이다.
주인에게 물어보면 제일 쉬울 것을 가지고 쓸데없는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이것도 큰일이다.
내가 걸어온 거리를 돌아다 보았다.
모퉁이를 돌자 또다른 집이 나타났다. 갈수록 참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동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방이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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