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강을 가로지른 다리 건너편에 있는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며칠 전에 내린 비때문이었을까? 강에는 물이 그득했다.
나는 다리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왼쪽 산위에 보이는 건물이 금장대이다. 금장대 절벽 밑이 애기청소, 혹은 애기청수라고 불리는 푸른 물굽이 소다. 어떤 이들은 예기청소니 예기청수니 하는 식으로 부르기도 한다.
김동리 선생이 쓴 소설 <무녀도>에 등장하는 무녀(巫女) 모화가 굿을 하다가 빠져죽은 곳이다.
강변에 잘 단장된 초록 잔디밭이 싱그러움을 더했다.
지난 봄에는 애기청수 앞 강변을 준설했다.
강물에 구름이 제법 많이 잠겼다.
새로 두시의 기차가 강변을 훑고 지나갔다.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강에 황포(黃布) 돛대를 단 배가 떠있었다.
이미자씨가 불렀던 전설적인 노래가 생각났다. <황포돛대>!
강을 준설한 이유를 그제사 짐작할 수 있었다.
물이 흐르고, 배가 떠있고..... 그리고 그 앞을 무심한 발걸음을 남기며 노인이 걸어갔다. 세월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은채 모든 것을 안고 함께 흘렀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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