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소리는 제법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소나무 가지를 스치는 바람들이 가벼운 소리를 만들며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둘길에도 포장을 해서 다니기 좋도록 해두었습니다. 저 숲을 넘어서면 삼불사와 망월사가 아주 가깝게 다가옵니다.
저수지 둑밑으로는 언양으로 이어지는 옛도로가 지나갑니다.
나는 쉼터에 앉아서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태진지 부근에서는 언제 가도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벌레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초가을에 여기를 찾아오면 벌레소리가 지천에 깔렸습니다.
쉼터를 나와 숲으로 난 길을 따라갑니다.
저수지 끝자락에 삼릉가는 길 안내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항공사진을 이용하여 표시를 했으므로 이해하기가 아주 편합니다.
이 글을 처음부터 읽은 분이라면 제가 밟아온 자취를 쉽게 그려낼 수 있지 싶습니다.
저는 지금 태진지 부근에 서 있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태진지 옆에는 삼불사가 있습니다. 아주 가깝습니다.
드디어 삼불사 입구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삼불사 앞 화장실 부근에서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삼불사로 올라갔습니다.
슬쩍보면 작은 암자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건물만 보고 돌아서면 실수를 하는게 됩니다.
이 절에서 찾아봐야 할 것은 정작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저 건물입니다. 절집을 보고 난 뒤 위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나타납니다.
부부인듯한 분이 정겹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 돌부처에게 예불을 드리러 온 모양입니다.
건물 속에는 세개의 돌부처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 부처를 배리 삼체석불(三體石佛)이라고 불렀습니다. 배리는 예전 행정구역 이름을 나타내던 이름입니다.
제가 지나왔던 절, 삼불사가 저쪽에 보입니다.
신라시대의 불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는 잠시 더위를 식힌뒤에 계단을 통해 내려왔습니다.
삼불사 입구 앞쪽의 화장실 옆에 있는 아주 작은 개울을 건너 가면 망월사가 나옵니다.
나는 망월사에 들어섰습니다.
이 절마당에 서서 보면 대나무숲과 솔숲에 가려 남산 봉우리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종무소 앞 벤치는 잠시 앉아서 쉬어가기에 좋습니다.
법당 오른쪽 구석에는 작은 탑이 있습니다.
탑둘레를 파서 물을 채웠습니다.
거긴 연이 있고 금붕어가 삽니다.
삼성각 한편에는 수국이 피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돌아나왔습니다.
절문을 나서면 마당 앞에 전통찻집이 보입니다. 나는 다시 왼쪽(남쪽)으로 꺾어들었습니다. 그래야 삼릉쪽으로 갈 수 있게됩니다.
접시꽃이 피어있는 작은 집을 지나면 곧이어 솔숲에 이르게 됩니다. 남산의 소나무들은 이리저리 비틀어져 자라는 특징이 있는데 산자락 초입의 나무들은 키가 멀대처럼 솟구치기도 합니다.
밭자락을 지납니다.
망월사와 삼릉사이에 작은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인생살이를 생각하며 공동묘지 옆을 슬쩍 지나치면 길은 아래로 이어집니다. 이제 삼릉까지 다온 것이죠.
삼릉등산로 입구의 산불감시초소가 저멀리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면 다 온 것이죠.
등산로 입구엔 작은 사과밭이 있습니다. 언제봐도 단정하게 정리된 곳이어서 어떤 분이 주인일까 하고 참으로 궁금해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주인내외를 만났습니다. 과수원에서 생산된 감자를 팔고 계셨습니다. 가을엔 사과를 팝니다.
선하고 양심적인 분들이어서 이집에서 생산한 사과는 등산객들에게 인기만점입니다.
나는 언양으로 이어지는 도로까지 내려왔습니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삼릉숲을 찾아올 경우, 사진에서 보는 이 지점이 남산 등산로의 입구가 됩니다. 맞은 편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몇해전 심한 비바람에 삼릉의 낙낙장송들이 제법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이제 도로를 따라 시내로 들어갈 차례입니다. 월정교에서 시작하는 서남산 자락의 <삼릉가는 길>을 한번쯤은 걸어볼만 합니다. 물론 저처럼 자전거로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어리
버리
'경주, 야생화, 맛 > 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촌, 월정교 야경 (0) | 2013.07.12 |
---|---|
경주 형산강에서 황포돛대를 보았다 (0) | 2013.07.10 |
<삼릉가는 길>을 자전거로 따라가보다 4 (0) | 2013.07.05 |
황남동에서 꿈을 꾸었다 (0) | 2013.07.03 |
<삼릉가는 길>을 자전거로 따라가보다 3 (0) | 2013.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