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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또 그 아버지

by 깜쌤 2013. 6. 11.

 

자전거로 왕복 다섯시간이 걸리는 길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어서 오르막을 오를때 고생한 만큼 내려가는 길에서는 편안해지기도 하지만 평탄한 땅을 달리는 것보다 몇배의 힘이 드는 여정이었습니다.

 

 

꾸준한 오르막이 계속되는 길을 페달을 밟아오르다가 지쳐버려 나중에는 내려서 자전거를 끌었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선친께서도 경운기로 농사를 지으셨기에 자전거를 세우고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경주에서 출발하여 현곡을 거쳐 무과리를 지나 강교로 넘어간 뒤 영천호국원에 들렀다가 경주로 돌아올 것입니다.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4시간 연속 자전거를 타야합니다. 도합 5시간의 일정이 될 것입니다.

 

 

산골짜기 논에는 모내기가 한창이었습니다. 현충일을 한주일 앞두고 있었기에 반드시 다녀와야만 했습니다. 현충일에는 사람과 차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혼잡할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벌써 제법 많은 논에 어린 모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넘었더니 하얀꽃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에 꽃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흰나비들이 나무를 둘러싸고 날개를 팔락거리며 군무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나비들의 춤사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수지 여기저기에는 낚시꾼들이 무심의 경지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골짜기에 울려퍼지는 뻐꾸기 소리가 늦은 봄날 오전의 나른함을 더해주었습니다.

 

 

고개를 두개나 넘느라고 진이 다 빠져버렸습니다. 

 

 

호국원에 도착했더니 많은 분들이 보였습니다. 모두다 사연을 안고 모인 사람들일것입니다.

 

 

호국영령들이 모셔진 곳이니 언제와도 분위기는 사뭇 엄숙합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신지가 벌써 6년이 다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얼굴을 뵌 적이 없으니 윗 어른들의 모습이 기억날리 없습니다만 조상들이 계셨기에 오늘날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해져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어디까지 가서 닿을지.....  나는 아버지의 무덤앞에 앉았습니다.

 

 

오늘도 장례식이 치루어지는가 봅니다. 이제는 호국원에도 터가 모자라 화장을 해서 충령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납골당에 모시는가 봅니다.

 

 

나는 작은 못가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가 다시 자전거 안장에 올랐습니다.

 

 

경주로 돌아오는 길에는 길가의 작은 음식점에 들러서 잔치국수 한그릇으로 점심을 떼웠습니다. 아버지의 모습과 흔적은 이제 가슴속에만 담아두고 살아갑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