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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가슴이 말라가는가보다

by 깜쌤 2013. 5. 9.

 

인생길을 걸으면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게 남은 사람들은 아련함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싶습니다. 이런 아련함은 청춘의 때에 사랑하는 이를 멀리 떠나보내야했던 이별에서 느끼는 그런 아련함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길가로 펼쳐진 노란 유채밭을 보면서도 나는 아련함을 느낍니다. 정을 주고 붙이며 살았던 그리운 이들과 애착이 가던 소소한 물건들과 정든 풍경을 남겨두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살아야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서글픈 일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조상들도 그런 모습으로 한세상을 살다가 간 것 같습니다.

 

 

 경주문화원에 가서 경주의 옛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지금은 경주가 참 아름답게 많이도 변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먹고 입고 사는 것이 풍족해진 지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아름다운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지 굶기를 밥먹듯이 했던 예전에야 이런 풍광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작은 빈터라도 눈에 뜨이면 감자나 고구마같은 작물이라도 한포기 심어두어야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까? 조고마한 공간이 생겨도 옥수수를 심고 콩을 심었고 심지에는 강변 모래밭에 땅콩을 심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시절에는 낭만이니 아련함이니 인생의 의미니 하는 이야기를 꺼내면 배가 너무 불러서 할일이 없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기도 했고 심지어는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에 한국을 방문한 서부 유럽국가 출신들의 관광객이나 미국인같은 선진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하늘이 너무나 맑고 푸르다며 감탄을 했다는 글을 읽어볼때마다 당시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풍광도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관광업이라는 산업은 굴뚝없는 공장과 같은 것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나서야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논을 만들어 쌀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객을 불러들여서 그들이 떨어뜨리고 간 돈으로 쌀을 사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은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은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만 힐링같은 새로운 개념을 어떤 도시가 선점하는 것은 도시주민의 번영 및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번씩은 내가 사는 도시의 정체성에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은 왜 그런 것일까요? 아마도 내가 사는 이 도시에 대한 애착심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거나말거나 나는 아련함을 찾아서 시내 여기저기를 쏘다녀봅니다. 나의 무능과 어리석음을 탓하면서 말입니다. 노란 유채꽃밭을 보려면 다시 일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퍼집니다. 아련함이니 그리움이니 하는 낱말들조차 이제는 가슴 먹먹함이 없는 건조한 단어로 다가서는 것이 더더욱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