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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3 중국-절강성:화려한 남방(完)

그는 바로 수호지 속에 등장했던 인물이었다

by 깜쌤 2013. 4. 24.

 

가만히 살펴보니 부근에 찻집도 보였고 숙소도 제법 눈에 띄였습니다. 우리가 고른 숙소외에도 그럴듯한 숙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던 것입니다.

 

 

큰길로 나와보았더니 제법 그럴듯한 가게들이 많았습니다.

 

 

서호둘레에 자리잡은 건물의 높이나 색깔도 단순히 생각없이 이루어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름드리 굵기의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잘 손질되어 있었습니다.

 

경주역에서 앞으로 똑바르게 뻗은 도로에 심은 나무는 은행나무입니다. 해마다 무리하게 가지를 잘라내다보니 나무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나무 가지 때문에 간판이 가려진다는 민원때문에 무리하게 손질하는지, 아니면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보기가 흉하다는 것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지 싶습니다. 

 

옛 경주시청이 있던 자리 앞으로 지나가는 도로에는 커다란 플라터너스 나무가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만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더군요. 시가지 전체에 어떤 나무를 어떻게 심어서 도시미관을 어떻게 가꾸어나가겠다는 장기조림계획이 수립되어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시장이 바뀌고 민원이 발생하면 홀랑 잘라버리고 새로 심고 그러는 것일까요?

 

먼 미래를 내다보며 우직하게 가꾸어나가는 그런 뚝심있는 지도자는 어디에 숨어있는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일류도시라는 자부심 속에서 멋진 미관을 만들어가기 위해 약간의 고통은 참고 견딜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언제쯤 형성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얼마전에 우리나라의 어떤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된적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보기로는 소흥과 항주의 자전거 대여시스템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런 문제에 관한 것도 그렇습니다. 경주시가지 상권이 다죽는다는 아우성소리는 요란한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려야하는지에 대한 방안 연구는 미흡한 것 같습니다.

 

제생각이 다 맞는 것도 아니고 제가 그렇게 많이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보며 느낀 것은 우리가 시설개발과 운영기법면에서 너무 뒤떨어지는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참 이상하게도 이런 사실을 담당 공무원들은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해외시찰 간것이 얼마며 선진지 견학한 것이 얼마나 많을텐데 허구헌날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항주의 자전거 대여 시스템에 관해서는 나중에 자세하게 글을 쓰겠습니다. 항주여행 뒷부분에 반드시 언급할 것입니다. 일부러 자전거를 빌려서 타보았기 때문에 그런대로 정확하게 말할 수 있지 싶습니다.  

 

 

 

지하철 입구도 보였습니다. 항주 지하철도 최근에 개통했다고 들었습니다. 지대가 낮은 곳이어서 땅만 파면 물이 나올터인데도 멋진 시설을 완공했다고 합니다.

 

 

나무들 관리도 함부로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지를 한 모습을 보면 나무들의 생존권도 잘 살려서 처리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너무 강하게 전지가위를 들이대서 몸통만 남은 우리나라 시가지의 나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서호를 마주보도록 엄청나게 너른 도로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외지에서 항주시내로 들어오는 핵심도로처럼 느껴집니다.

 

 

서호(西湖)자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있다고 합니다. 궁금할 경우 다음 주소를 방문해보면 됩니다.

 

                                          http://whc.unesco.org/en/list/1334

 

 

 

                                          <사진출처 : 유네스코 세계유산 홈페이지>

 

 

 

회사신입사원인듯 한 사람들이 단체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일체감과 소속감, 그리고 능동성과 적극성을 가지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한때는 저런 훈련을 많이 했었습니다.

 

 

어찌보면 괜히 저런다 싶기도 하지만 저 나이에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세상살이의 기본을 터득하기위해서라도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항주의 가로수가 은근히 탐났습니다. 저렇게 기르기위해서는 꽤나 많은 공을 들였을 것입니다.

 

 

내가 서있는 곳 뒤편으로는 항주의 명물인 서호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평화스럽고 멋진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방을 둘러보다가 나는 아주 특이한 조각상 한개를 발견했습니다. 호수가 도로쪽으로 깊숙하게 파고 들어온 곳에 날렵하게 생긴 벌거벗은 사나이가 창을 꼬나잡고 무엇인가를 노리는 조각상이었습니다.

 

  

조각상에서 느껴지는 역동감이 대단했습니다.

 

 

누구일까요? 나는 저 사나이가 누구인가 싶어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건너편에 새겨진 글을 보고서야 살짝 짚이는게 있었습니다. 용금지(湧金池)라고 하면? 그렇습니다. 그는 수호지에 등장하는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저 인물이 바로 그였다니.....   모르고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인물, 저 인물상은 바로 낭리백도 (浪裏白跳)라는 별명을 가진 장순(張順)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수호전 속에서 물위와 물속에서는 자유자재로 활동이 가능했다던 수군 두령가운데 한명으로 등장했었던 것이죠.

 

 

그가 전사한 곳이 바로 용금지 수문부근이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 부근이라는 말이 되는데.....   장순(張順)!  그가 과연 실존인물이었느냐 아니었느냐하는 사실이 중요하겠습니다만 실존인물일 가능성은 드물다고 합니다.

 

 

안내판에도 수호지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소개를 해두었고 '방랍의 난'을 토벌할때 용금(湧金) 수문밑에서 전사했다는 정도로만 언급을 해두었습니다.

 

 

궁금증이 발생한 나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이 글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뒤졌습니다. 그래서 한권의 책을 찾아낸 것이죠. 그렇다면 '방랍난'부터 알아야 사건의 실체가 풀려나갈 것 같습니다. 방납의 난은 세계사 시간에 배운대로 송나라시대때 절강성에서 소금장수를 하던 방랍이 일으킨 반란사건을 말합니다.   

 

 

방랍은 실제 인물이 맞습니다. 수호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송강도 역사기록에 존재하므로 실존인물이 맞습니다. 하지만 낭리백도 장순의 실존 여부는 조금 애매합니다. 다만 원나라를 만든 몽골민족과의 투쟁에 나섰던 인물로 장순이라는 장군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합니다. 그의 활약상을 수호지 속에 끌어넣은 것이 아닐까하고 짐작해보는 이론이 있더군요. 

 

 

수호지 속에서 장순은 방랍이 점령하고 있던 항주성을 탈환하기 위해 용금지 수문쪽의 성벽을 기어오르다가 화살을 맞고 죽는 것으로 등장합니다.

 

 

정말이지 중국인들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작은 건더기만 있어도 한솥 가득하게 국을 끓여낼 줄 아는 재주는 아무나 가지는게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많은 건더기를 가지고도 작은 뚝배기에 찌게조차 끓일줄 모르는 도시가 수두룩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죠. 멀리 볼것도 없이 제가 사는 도시를 가지고 가만히 견주어보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자주 나옵니다.  

 

 

나는 장순의 모습을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도로쪽으로는 손님을 기다리는 빨간자전거가 빨간색 건물을 앞에두고 가지런하게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유럽에 와있는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도로가에 자리잡은 건물하나도 지저분한 것이 없었습니다.

 

 

버스 정류장도 얼마나 깔끔하게 디자인되어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부근에서 커피가게를 찾아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시간에 쫒기는 여행자라고 해도 이런 곳에서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가야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