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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3 중국-절강성:화려한 남방(完)

월왕 구천의 근거지였던 부산(府山)을 찾아 떠나다 1

by 깜쌤 2013. 4. 10.

 

이제는 동호 구경을 끝낼 시간입니다.

 

 

 

우리는 처음 왔던 길을 걸어서 돌아나오기로 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가 촬영을 나왔습니다. 그들 모두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동호를 구경하며 지나온 길을 생각해보니 꿈속 세상을 돌아나온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남월교 위로 올라갔습니다. 저 멀리서 화물선 한척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소리없이 슬슬 몰려오고 있었던 것이죠.

 

 

바닥이 평평하고 넓은 바지선에는 어디에서 준설했음직한 모래들이 듬뿍 실려있었습니다.

 

 

우리가 서있는 남월교 밑을 지나서는 동호의 하얀 담장 바깥을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하얀 담장이 보입니다.

 

 

담장 안쪽이 동호인 것이죠. 동호밖으로 나온 우리들은 시내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시내버스 정류장은 동호 입구에서 약간 외곽쪽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운전기사가 우리를 보고는 전조등을 번쩍거려주었습니다. 자기들쪽으로 와서 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K001시내버스를 탔습니다. 손님들이 많아서 혼잡스러웠습니다만 시내까지 거리가 가까우니 잠시만 버티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동공원 부근에서 내렸습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된 것이죠. 거리를 지나다보니 시장이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시장부근의 음식점에 들어가서 음식을 시켰습니다.

 

 

많이 걸었으니 조금 푸짐하게 시켜봅니다. 요리 네개와 밥 한사발입니다. 밥도 푸짐하게 주는데다가 요리 양이 많았습니다.

 

 

닭고기와 땅콩을 넣어서 요리한 궁보계정은 언제 먹어도 맛있습니다. 약간 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푸짐하게 잘 먹었습니다.

 

 

채소와 고기가 두루섞인 요리를 먹었으니 힘이 납니다. 84원이 나왔는데 우리를 외국인으로 알아본 아줌마는 80원만 받았습니다. 한끼 먹는데 약 4000원 정도 쓴 셈이죠. 무엇보다 기가 막히게 좋았던 것은 아줌마가 내어준 입가심용 녹차였습니다. 찻주전자에 차잎을 직접 넣어서 주더라는 것인데 이번에 중국에서 마셔본 차 중에는 최고였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훈훈한 인심을 맛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런 작은 인심이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습니다. 우리는 흐뭇한 기분으로 음식점을 나왔습니다. 소흥은 매력투성이 도시였던 것이죠. 아동공원 맞은편 시장입니다.

 

 

거리로 나오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흐린 하늘일바에야 차라리 비가 내리는게 낫습니다.

 

 

큰도로에는 인력거들이 줄을 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갈 곳은 부산공원입니다. 월왕 구천의 유적지를 보러 떠나는 것이죠.

 

 

소흥과 항주의 거리는 플라타너스 나무로 덮혀있었습니다. 도시를 특징짓는 나무가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입니다만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들은 그런 이미지 메이킹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거리를 지나치다가 노신소학교를 발견했습니다. 저명인사의 이름을 넣은 초등학교이니 이 학교 아이들은 어렸을때 한사람의 영웅을 닮아가는 것이겠지요.

 

 

근래 내가 중국에서 만나본 학교 중에는 최고의 시설을 갖춘듯 했습니다.

 

 

선생본능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런 학교를 맡아서 운영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느낀 것인데 시설이전에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마음가짐입니다. 교사가 의식개혁을 해나갈때 교육이 성공하는 것이지 좋은 시설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마음을 맞출 수 있는 교사가 세명만 있어도 제가 꿈꾸는 대안학교를 하나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 전체가 얼마나 깨끗한지 모릅니다. 내가 사는 경주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나는 최근들어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중입니다. 너무 지저분하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에서 번자를 만나보는 것이 얼마나 오랫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간자가 판을 치는 중국에서 말이죠.

 

 

전당포 거리같습니다. 간판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내 가게만 눈에 뜨이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젖은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런 경치를 보며 도시의 품격을 느껴보았습니다.  

 

 

물길이 사통팔달로 이어지는 소흥! 베니스라고 불러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듯 합니다.

 

 

정갈함과 단정함, 그리고 품위가 느껴지는 풍광입니다.

 

 

조금 낡은 것이 대수이겠습니까?

 

 

그러다가 풍경이 일변하며 박물관 건물이 나타났습니다.

 

 

 

소흥박물관입니다. 뒤로 보이는 산이 부산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잡트의 오벨리스크와 닮은 듯 합니다만 꼭대기의 모습에서 확연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몸체에는 글씨가 가득한 이 거대한 조각상 앞 마당에는 장작더미 조형물이 보였습니다.

 

 

와신상담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상징물 하나는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돌기둥 한가운데로 갈라진 틈이 보입니다. 우리는 정말 바보짓을 하고 맙니다. 박물관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어리석은 자들이 취하는 선택을 한 것이죠. 굳이 자기위안을 삼을 수 있는 핑계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