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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믿음과 천국 Faith & Heaven

그를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by 깜쌤 2013. 4. 1.

 

일곱나라 말을 자유롭게 술술해대는 그에게도 약점이 하나 있었다. 양파와 생선종류는 입에도 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도 김밥은 맛있게 먹을 줄 알았다. 일본에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도 김밥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는 우리 집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3월 21일 목요일에 도착해서 3월 27일 수요일에 떠나갔으니 딱 일주일이 되었다. 떠나기 하루전인 화요일 저녁에는 그를 위해서 작은 김밥파티를 열어주기로 했다. 화요일 낮에 그는 혼자서 경주남산을 다녀왔다.

 

아내는 김밥 14인분을 준비했다. 장소는 악기점으로 정했다. 퇴근을 하고 악기점에 가보았더니 악기점에서는 벌써 모든 준비를 다 끝내놓고 있었다. 이제는 그를 데려오는 일만 남았다. 바이올리니스트도 교섭을 해두었고 피아니스트도 교섭을 해두었다고 했다. 그정도면 족하다.  

 

 

조촐하게 열려고 했던 작은 초미니 파티인데 다른 분도 오시고 해서 작은 음악회가 되었다. 실력있기로 소문이 자자한 전문 바이올린 연주가 선생님이 다른 지역에 출장을 가신 것이 흠이 되었다. 그 분의 제자인 학생 바이올린 연주자는 다른 음악회에 얼굴을 내밀러 가서 늦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약간의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노먼 도프먼씨를 위해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제일 첫곡을 브람스의 곡으로 연주했으니 만만한 음악회는 아닌 것이다. 그는 영화음악을 좋아했다. 특히 <대부>의 주제가를 좋아했다. 그래서 대부의 주제가도 멋있게 연주해드렸다.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손가락이 잘 돌아가지 않으니 헛것이다.  

 

그는 약 20년전에 북한을 가보았단다. 중국의 북경에서 북한 비자를 발급받아 홍콩사람 5명과 중국인 5명,그리고 그 양반, 합해서 열한명이 그룹을 지어 북한에 여행갔던 이야기를 나에게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전해주며 우리는 배를 잡고 웃었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북한 안내원에게 김정일이는 뚱뚱한데 북한 인민들은 왜 마른 사람뿐이냐는 이야기를 일본어로 했다가 엄청나게 욕을 얻어먹고 호텔방에 하루를 감금당한뒤 이튿날에는 법정에 출두해서 벌금 500달러를 내고 반성문을 썼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이윽고 악기점 사장님이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연주했다. 사장님은 온갖 다양한 악기를 조금씩  다룰줄 아는 분이다. 나는 그의 그런 재능이 놀랍기만 했다. 언제 배우셨는지는 몰라도 일본어도 조금 할 줄 알고 영어도 할 줄 안다. 재능은 대물림하는 모양이다.

 

그런 뒤에 우리는 김밥을 먹었다. 물고기 종류를 조금도 먹지 못하는 그는 참치김밥 하나를 먹었다. 물론 참치인줄 모르고 먹었을 것이다. 어묵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한참 김밥을 먹고 있는데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연주자가 왔다.    

 

 

이제 그 아이는 유려한 연주 솜씨를 자랑한다. 처음 바이올린을 배울 때는 현을 긁는 활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전문가 뺨치는 연주실력을 자랑한다. 그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근동에서 실력이 있기로 소문이 자자한 분이다. 좋은 스승이 좋은 제자를 길러내는 법이다.

 

이번에는 피아니스트까지 들어와서 연주를 해주었다. 나는 이런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노먼씨는 한국의 크리스찬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약간 놀라는듯 했다. 우리야 꾸밈없이 보여주는 것 뿐이다. 특별히 따로 대접하는 것도 없고 일상생활을 보여준 것이다.

 

 

월요일 밤에는 성경공부팀과 저녁을 함께 했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교수님 두분, 그리고 독일어를 할줄 아는 분이 있는 모임인데 거기에서도 그는 특유의 유머감각과 언어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모두를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그의 실력을 알아볼만 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