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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3 중국-절강성:화려한 남방(完)

동호(東湖)에서 나는 베니스의 아름다움을 되새겼다 1

by 깜쌤 2013. 3. 29.

 

사방에 자욱하게 깔린 안개비 사이로 드러난 풍경이 몽환적인 느낌을 더해주었습니다. 옅은 안개속으로 모습을 드러낸 노란 우산을 든 친구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강사장과 나는 의미있는 눈빛을 교환하며 친구를 앞장 세우기로 했습니다.

 

 

 

 

어찌보니 모과나무 같기도 하고 거대한 영산홍 같기도 한 나무가 정원에 뿌리를 박고 있었습니다.

 

 

 

 

호수물은 왜그리 고요한지 모든 건물과 산하가 물속에 그대로 거꾸로 비치고 있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사진작가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반영된 풍경을 마구 끄집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가 막힌 풍경들이 사방에 즐비했습니다. 오늘은 작심하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봐야겠습니다.

 

 

 

 

고요한 호수 위로 걸쳐진 반달모양의 다리가 만들어낸 안개빛 풍경......

 

 

 

 

앞으로 나아가기가 아쉽게 여겨지는 풍경입니다. 나는 뒤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우리가 걸어들어온 입구가 보였습니다. 입구를 지나친게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숨막힐듯한 경치가 처음부터 마구마구 펼쳐지기 시작하면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말라 비틀어진 갈대가 돌다리 좌우로 널려 있었습니다.

 

 

 

 

다리 너머로는 하얀 벽을 가진 건물들이 등장하고 다시 그 뒤로는 동산이 나타났습니다.

 

 

 

 

시쳇말로 하자면 섰다짓고땡 노름판에서 을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나는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스모그와 안개와 이슬비가 함께 엮어서 만들어낸 기막힌 아름다움이죠.

 

 

 

 

나는 숨이 막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호수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갑니다.

 

 

 

 

황매인듯한 나무가 꽃을 달고 있었습니다.

 

 

 

 

황매밑에는 동백......   마른 갈대와 잎떨어진 나무들.....   그리고 호수......

 

 

 

 

하얀 벽 위로 검은 지붕을 인 건물들.....

 

 

 

 

내가 신선이 된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학교 시절 맨처음으로 읽어본 김광주님의 정협지라는 무협소설의 한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무술을 배우고자 하는 영특한 젊은이가 환상적인 절경속에 몸을 숨기고 사는 절대고수를 찾아가는 길이 이렇지 않았을까요?

 

 

 

 

나는 천천히 계단을 밟아 올라갔습니다.

 

 

 

 

이런 풍경들은 가슴 깊이 잠들어있는 아련한 그리움을 슬며시 들쳐내줍니다.  

 

 

 

 

나는 그만 나이조차 잊어버리고 그리운 이름들을 하나둘씩 꺼내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운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인생길은 아름다울 것입니다. 인생이 달콤한 꿈만 먹고 살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만 지금은 그런 기분이나마 만끽하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앞으로만 나아가기가 아쉬워서 한번씩은 뒤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호수가로 심어진 남천잎들이 붉게 물들어있었습니다.

 

 

 

 

동호의 초입이 이럴진대 안은 어떨지 점점 더 궁금해져 갑니다.

 

 

 

 

나는 점점 더 깊숙하게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되어 슬슬 걸어나갔습니다.

 

 

 

 

수양버들 가지가 휘휘 늘어졌지만 그 가녀린 가지들 하나조차 흔들림없이 줄기에 가만히 붙어있었습니다.   

 

 

 

 

친구는 노란우산을 쓴채 우리의 모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무말없이 사진만 찍어댔습니다.

 

 

 

 

 

전형적인 강남경치가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이럴 땐 내가 시인이 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울 뿐입니다.

 

 

 

 

필(筆)과 설(舌)로 자유롭게 묘사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을지를 새삼스레 깨달아본 날이었습니다.  

 

 

 

 

 여기는 셔터만 누르면 그대로 엽서가 되고마는 곳입니다.

 

 

 

 

 말로 아름다움을 묘사하는다는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것만 같은 분위기입입니다.

 

 

 

 

 안쪽의 경치가 궁금하기만 한데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그런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 바로 동호였던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언제까지나 한곳에 붙잡혀있을 수만은 없어서 용기를 내어 안쪽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갈수록 가관이었습니다.

 

 

 

 

 사방이 그립엽서같은 풍경이니 말입니다.

 

 

 

 

 붉은 기운이 살짝 감도는 돌로 만들어진 다리의 아름다움이 다시 나를 붙들었습니다.

 

 

 

 

 살짝 위로 들려진 계단식 다리가 주는 정취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돌다리 위에 섰더니 저 앞으로 작은 동산이 펼쳐져 있음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방금 내가 걸어온 풍경이죠. 이러니 어찌 앞으로 마구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