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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그럴 바에는 차라리 사표를 써라

by 깜쌤 2013. 3. 5.

 

"보자보자하니까 정말 사람을 우습게 만드는 거 맞잖아요? 사람이 가만있으니까 우습게 알고 아무렇게나 대접하는거지 어찌 이럴 수가 있어요? ㄱ선생은 5학년 담임인데 왜 저만 6학년 담임을 해야되요? 나는 6학년 못가르쳐요. 지금까지 나는 2학년이나 3학년만 가르치고 살았어요. 그런데 왜 한마디 상의도 없이 무조건 6학년 담임을 맡기는 거예요? 왜그래요?"

 

"아이구 죄송합니다. 미쳐 몰라뵙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마음 아프게 해서 죄송합니다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교육대학 졸업할때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전용 담임 교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모양이지요?"

 

 

"제가 어디 틀린 말을 했나요? 그렇게 담임을 맡긴 근거가 뭐냐구요? 그리고 또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거친지 알기나 하느냐구요? 덩치도 얼마나 커요? 평생 교직에 몸바친 나같은 사람을 보고 고학년 담임을 맡으라는 건 아주 대놓고 죽으라는거나 마찬가지 아네요? 하여튼 나는 6학년 담임을 못맡으니 알아서 처리하세요."   

 

"거듭 죄송합니다. 평생 교직에 몸바친 다른 선생님들도 고학년 담임을 맡아서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아주 대놓고 빨리 죽으라고 맡긴 것이 되었네요.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으니까 한말씀 드리겠습니다만 어지간하면 이번 기회에 사표를 내시는게 어떨까요? 어느 학년이든지 맡겨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교육대학교 졸업생들이 줄을 서서 발령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이참에 한마디 해야겠어요. 아니 나같은 사람을 보고 이런 업무를 맡기는 것은 선생 그만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제가 맡은 업무라는게 어디 장난하는 일이랍니까? 보고해야할 공문은 오죽이나 많아요? 왜 그런 복잡한 일을 제가 맡아야되요?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나와 나이가 비슷한 ㄴ선생은 업무도 적고 학년도 저학년을 맡았잖아요?"

 

날밤을 세워가며 일해도 쉰도 되기 전에 짤리는 회사원들이 수두룩 합니다. 그 정도는 대한민국의 교사로서 처리해야할 일이 아니던가요? 업무가 많다고요? 다른 분들도 많습니다. 혼자만 고생한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지요? 모범을 보여가며 열심히 일하시면 어디가 덧나는 모양이지요? " 

 

 

"사람을 차별해도 분수가 있는게 아네요?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맡겨놓고 자기들끼리는 다 쉬운 일만 골라서 맡아하고... 더러워서 내가 선생을 그만하든지 해야지 이건 뭐 아주 드러내놓고 인간차별하는거 아닌가요? 흥! 참 별꼴이야."    

 

"말씀 아주 잘 하셨습니다. 어지간하면 그만하시기 바랍니다. 말이 심하다고요? 남이 하는 말은 심하고 본인이 내뱉는 말은 모두 점잖고 예의바르다고 생각하시는가 봅니다. 놀랍네요.

 

 

"제가 갑자기 몸이 아파서 이번 학기는 쉬어야겠어요. 병가를 내고 집에 들어가야겠어요. 3학년이나 4학년 정도만 맡겨주셨어도 제가 이렇게 하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저도 어쩔 수 없어요. 5,6학년 가르치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몸과 마음이 다 아프기 때문에 쉬고 싶어요. 병원에 가서 진단서 끊어올께요."

 

"3학년 정도를 가르치면 몸이 괜찮다니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고학년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더 부담스러워서 피하고 싶기에 병가를 내겠다는 말로 알아들어도 될까요? 쉬는 김에 푹 쉬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영원히 출근 안하셔도 아쉬워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 나를 보고 염장지르려고 아주 작정을 하고 내뱉는 말이네요. 내가 그 정도로 사표를 낼 것 같아요? 사표? 죽어도 못내요. 정년퇴임까지 잘 버티고 있을테니 알아서 하시라고요. 당신이 뭔데 나보고 함부로 사표를 내라 내지말라는 하는 거야?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요? 니가 뭔데 그따위 소리를 함부로 해? 건방스럽게 말야. 흥!"

 

"죄송합니다. 제가 드리는 말에 기분이 많이 상하셨던가 봅니다.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한다면 할 수 있는게 뭐죠? 평생토록 저학년 담임만 하시고 힘든 일은 죽어도 못하며 정년퇴임 때까지는 개인에게 보장된 권리를 철저히 누리시겠다는 이야기지요? "    

 

 

"아무 것도 아닌게 함부로 까불고 있어. 뭣도 모르면 입 다물고 살란 말이야. 알았어?"

 

"예, 선생님 앞에서는 알아서 길 것이며 가능한 한 쥐죽은 듯이 살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듣고 싶은가 봅니다만 저도 그렇게 하기는 어렵겠네요. 괜히 헛웃음이 나오네요. 어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가상으로 나누어본 대화였다. 요즘 아이들이 별스럽다고 해서 모두들 저학년만 가르치고 싶고 더 편해지고 싶다면 누가 나서서 고학년을 가르치고 힘든 일을 하겠는가 말이다. 어쩌면 이런 식으로 자기만 편하고자 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몇몇 선생들 때문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이 여럿 있을지도 모른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