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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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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낙동강변을 따라 걸었다

by 깜쌤 2013. 2. 28.

 

안동병원에 들러 상주를 찾아뵙고 나왔다. 경주로 빨리 내려와야만 저녁에 있을 순천시립합창단의공연을 볼 수 있는데 방법이 없었다.

 

 

 자가용을 장만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강변을 걸었다. 나중에야 떠올린 생각이지만 내가 너무 기차에만 집착을 했다.

 

 

 버스를 타고 경주로 내려가면 될 것을 가지고 기차에만 너무 매달렸던 것이다. 한곳에 집착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리석은 일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차를 타려면 시간이 제법 남았다. 장례식장에서 안동병원 의사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받지를 않으셨다. 만약 받으셨더라면 또 다른 분 연락처를 소개받아 올라온 김에 한번 만나뵙고 내려갈 수 있었을텐데....

 

 

2월 24일 일요일 낮에는 나와 스무살 정도 차이가 나는 제일 큰 손 위 동서가 세상을 떠나셨다. 월요일에는 거기에 문상을 가야만 했다. 다녀와서는 저녁으로 예정된 음악세미나에 참석을 했다. 그리고 화요일에는 다시 안동이다.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봄방학이니 마음편하게 어디 놀러나 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럴 틈이 없다.

 

 

결국 저녁으로 예정된 음악회 참석은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지만 사람살이에서 얼굴을 내밀어야 할때는 반드시 내밀어야 하는 법이니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낙동강 건너편에 교회가 보였다. 이상하게도 요즘엔 교회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이 강바닥 전체가 햇살에 반짝이던 은모래천지였다. 그 많던 모래들은 모조리 준설되어 사라진지 오래다.

 

 

 철교위로 기차가 지나갔다. 내가 기차를 타고 보낸 세월이 얼마인지 도무지 계산이 안된다.

 

 

 학창시절부터 거의 매일 기차를 타고 공부하러 다녔기에 내가 기차라는 교통수단에 그리도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중앙선이 복선화되고 전철화되면 이 철교도 새로 놓아야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교각을 철거하기보다는 인도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도록 하면 좋겠다.

 

 

 우마차와 사람과 자동차가 건너다니던 예전 다리는 보수를 해서 걸어다니도록 해두었다. 나는 다리를 건너가는 중이다. 

 

  

 이 다리도 지금은 보수중이다.

 

 

 건너편에는 아까 멀리서 보았던 교회가 보였다. 하늘로 치솟은 저 나무들은 메타세콰이어들일까?

 

 

 날씨가 푸근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추운 겨울날이었으면 매서운 칼바람에 강을 건너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조각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제 내가 그의 표정을 닮은 얼굴이 될만큼 오래 살았다. 정말 너무 많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더 살고 싶은 생각뿐이니 나도 어리석은 인간 군상(群像)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