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노신로를 지나다니고 있었습니다.
건물이 단정하기도 하거니와 길거리에 담배꽁초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습니다.
소흥주의 유명세가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인리! 마을 이름이 너무 훌륭했습니다.
이름에 끌려 안으로 들어가보았는데 골목 끝이 막혀있었습니다.
왼쪽 담 밑으로는 소철화분이, 오른쪽 담 부근 틍로에는 작은 판매대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문을 연 판매대들이 보였는데 거기서는 작은 기념품 같은 것을 팔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찾아보기도 어려운 참빗같은 것도 팔고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무소뿔로 만든 것 같더군요.
우리는 다시 돌아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노신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취두부가게가 보였습니다.
삼기취두부 가게 뒤로는 빈 오봉선 한척이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까마귀처럼 검게 칠했다고 해서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오봉선이라고 한다는군요.
집집마다 뒤편으로는 오봉선을 탈 수 있도록 작은 운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마련해두었더군요.
우리는 리어카에다가 간단한 조리 시설을 해두고 취두부를 튀겨서 파는 장사치에게 다가갔습니다.
취두부! 이름 그대로 냄새나는 두부라는 뜻이겠지요. 취두부는 콤콤한 냄새가 가득 스며들도록 처리한 발효시킨 두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남들은 냄새가 장난이 아니라고 하던데 저는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름에 튀긴 취두부를 사서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호텔 음식점에서도 조금씩 맛을 보아왔기에 그리 독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기름에 튀겨낸 뒤 소스를 끼얹어주는데 상당히 맛이 있었습니다.
더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참기로 했습니다.
이 거리 전체가 노신과 관련이 있는듯 합니다.
수준높은 문화의 향기가 넘치는 거리라고나 할까요?
서점이 있는가하면.....
찻집도 있습니다.
오봉선을 탈 수 있는 곳도 있고......
노신이 공부를 한 장소도 부근에 있습니다.
나중에 다 들어가보게 됩니다.
노신의 조상들이 살았다는 집도 부근에 함께 있습니다.
이제 거리가 거의 끝나갑니다.
거리 끝부분 도랑쪽에는 오봉선 터미널(?)이 있습니다.
오봉선을 타고 싶으면 여기에서 표를 끊으면 될 것입니다.
여기가 끝인가 봅니다.
끝자락에는 기념품점이 있는데 이름부터가 아주 특이합니다. 저번 글에서 소개한 공을기가 다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집 가게 입구에도 공을기가 서서 손님을 맞이합니다. 공을기, 그는 퇴락선비였던가 봅니다.
공을기! 단편소설의 주인공이지만 소흥에서만은 톡톡히 그 역할을 해내는 인물입니다. 단편소설속의 주인공이 이렇게 손님을 맞이하는 경우도 드물지 싶습니다.
노신로의 한쪽 끝모습입니다.
노신이라는 소설가 한명의 역할이 후인들의 생활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줄은 예전에 미쳐 몰랐습니다. 소흥사람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노신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특정상품을 상표이름으로 등록하여 떼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글의 힘은 정말 위대합니다. 스토우 부인이 쓴 <엉클 톰스 캐빈=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이라는 소설 한편이 흑인노예해방을 불러오지 않았습니까? 노신의 작품이 중국 인민들에게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노신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시 소개해드릴 생각입니다.
우리는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가기로 했습니다.
광장에 설치해둔 작품들도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립니다.
휘파 건축물 뒤로 솟아오른 현대식 빌딩의 위용이 대단합니다. 현대와 근대의 만남이라고나 할까요?
노신로 바깥으로는 다시 큰 도로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인력거도 줄을 맞춰서 세워두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질때는 그 속도가 더 빠른듯 합니다.
점포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순서가 구별되도록 번호를 써둔 나무판을 차례로 끼워갑니다.
부채하나도 예술품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것이 생활의 멋이지 싶습니다.
우리는 불이 환하게 켜진 공책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디어가 독특합니다. 나도 저런 가게를 하나 운영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자세히보니 취두부 가게가 거리 곳곳에 점점이 박혀있었습니다.
작은 운하를 건너가니 "노신고리 청년여사"라고 이름을 붙인 유스호스텔이 보였습니다. 방을 보았는데 묵을만 했습니다.
제법 고풍스런 느낌이 가득했습니다만 호텔 요금과 별 차이는 없는듯 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황주를 파는 가게 앞을 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청주 사이 정도가 되는 소흥주는 제조 방법에 따라 원홍주(元紅酒), 가반주(加飯酒), 선양주(善釀酒), 향설주(香雪酒)의 네가지로 구별한다고 합니다.
소흥주를 마실때에는 마른 매실(매화나무 열매)을 동동 띄워서 마시면 훨씬 좋은 풍미가 생겨난다고 합니다. 술을 좀 마실줄 안다는 분들은 소흥주를 마실때 넣을 매실을 미리 준비해두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함형주점! 어떤 분들은 형(亨)자를 향으로 읽기도 합니다. 틀린 발음은 아닙니다만 일반적으로 함형으로 많이 읽는듯 합니다.
노신의 가족들이 예전에 운영했던 주점이라고 합니다만 이웃의 품격넘치는 고급 가게에 밀려 홀라당 망한 술집이름이었다고 합니다. <공을기>라는 작품 속에 <함형주점>이라는 술집이름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함형주점>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소설의 원문 앞부분만을 가져와서 소개하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됩니다. 출처는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입니다.
원문 속에는 함형주점이라는 말도 등장하고 회향두라는 콩도 등장하며 황주라는 단어도 등장합니다. 후일 남에게 넘어간 선술집을 당국에서 사들여 리모델링한 후 내놓은 고급 주점이죠. 함형주점은 숙박을 겸한 곳인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주점이라고 이름이 붙은 곳이 술집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부근에는 선술집도 함께 존재합니다.
불이 환하게 켜지자 거리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노신 동상이 서있는 거리 모퉁이까지 돌아나왔는데 저녁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습니다.
거리에 장식해둔 구조물 하나하나가 예술적인 모습으로 재등장하는 듯 합니다.
우아한 조명을 자랑하는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우뚝 선 노신선생이 이 거리의 변화하는 모습과 지나다니는 군중을 굽어살피는듯 합니다.
노신은 그렇게 사람들의 가슴속에 스며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위대한 소설가 한사람을 가지고 이렇게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줄 아는 소흥시 당국자들의 혜안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하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부근에 있는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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