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에서 소흥을 간다는 말은 절강성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래 지도를 보면 대강 짐작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도 제일 아래쪽에 찍힌 빨간점이 가리키는 온주를 떠나 분홍색 점을 따라 올라가려는 것입니다. 제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중국인들의 거리 관념으로 보면 그리 먼거리는 아닙니다.
버스는 남계강을 따라 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도 요즘은 고속도로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것 같습니다. 사방이 공사판이고 어지간한 곳에는 도로가 휑하니 잘 뚫려 있습니다.
영가현으로 나가는 나들목을 지나서 계속 북상합니다. 경치가 제법 훌륭합니다.
온 산 전체가 대나무로 덮인 그런 산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안 감독이 만든 영화 <와호장룡>이 생각납니다. 초록 대나무 숲에서 벌어지는 매혹적인 결투가 일품이었던 무협영화가 바로 <와호장룡>입니다.
경치가 심상치 않게 변한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왼쪽 창가로 기막히게 아름다운 산봉우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산능선이 그려내는 곡선이 직선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산은 높고 골은 깊은데 골골마다 박힌 마을들조차 윤기가 흐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마치 사천성과 섬서성을 연결하는 철도를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태백이 쓴 촉도난의 배경이 되는 지방에 등장하는 그런 산봉우리들 모양과 흡사한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는 선거부근이었던 것입니다. 선거(仙居)! 투표를 의미하는 선거가 아니라 신선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의 선거입니다. 어떤 자료에는 신선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더군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절강성 안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 있는 곳이라는군요. 신선거를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절강성 사람들에게는 제법 알려진 곳 같습니다.
창밖으로 새로운 산봉우리가 등장할때마다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신선거라는 이름이 붙은 휴게소가 지나가길래 이 부근의 지명을 외울 수가 있었습니다. 힌트는 오직 하나! 신선거라는 지명이었던 것이죠.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볼만한 명소로 찍어두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을때 단기여행으로 가면 될것 같습니다. 나중에 소흥터미널에서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본 결과 선거 부근으로 가는 버스가 있더군요.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던 버스는 휴게소로 들어갔습니다.
반안이라는 곳입니다.
고속도로 안내판에서 반안과 신선거의 위치를 파악해두었습니다.
휴게소 안에는 제법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습니다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그런지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국도 장거리를 달리는 고속버스들은 덩치가 큰 버스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탔습니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오른쪽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좌석이 많이 비어있었기 때문에 옮겨가도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선거를 지나면서부터는 점점 고도가 낮아지는듯 했습니다. 한번씩은 산악지대를 통과하기는 해도 전체적으로 그렇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북쪽으로 올라오니까 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먼산 봉우리에는 눈이 남아 있는 곳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너른 평야지대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느낌으로 소흥이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물이 가득 고인 논들이 사방에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중국 동남부의 수향(水鄕)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방에 물이 보였습니다.
산에는 대나무들이 가득했습니다.
골짜기에 들어찬 집들은 어지간하면 이층이 기본이었습니다.
확실히 절강은 풍요로운 지방처럼 보입니다.
빨간색으로 치장한 교회건물이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소흥시내가 가까워지면서 역사 시간에 배운 지명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노신, 회계산 같은 고유명사들이 이정표에 등장했던 것입니다.
고속열차가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중국의 눈부신 번영을 나타내는듯 합니다. 소흥시내로 들어가면서 보니까 주변을 아주 단정하게 잘 가꾸어두었더군요. 나는 그런 멋진 경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확실히 여기는 물의 고장입니다. 소흥!
우리가 탄 버스는 드디어 소흥장거리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던 것입니다. 오후 1시 20분 정도에 도착했으니 온주에서 소흥까지 오는데 4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자, 드디어 우리가 목적지로 찍었던 소흥에 도착하긴 했는데....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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