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리가 들어선 골목은 왜그런지 지저분해보였습니다. 집 마당에는 개 두마리가 해바라기를 즐기며 졸고 있었습니다.
깨끗하게 해두고 살면 여러모로 좋을텐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이 골목길에는 흙이 쌓이면서 돌로 된 포장길이 서서히 덮여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물이 고이면 질퍽해져서 갈수록 몰골이 사나워지고 지저분해질 것입니다.
어떤 집 마당에서 우리는 돌로 된 우물을 찾았습니다. 야간에는 잘못하면 사람이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
우물 속에는 파이프들이 깔려 있었습니다. 이런 시설을 보면 부근에 있는 집안에는 수도 시설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뚜껑이라도 해서 덮어두면 좋으련만......
도랑에 맑은 물이 계속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한번씩은 준설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젊었을때는 온 동네사람들이 동원되어서 봇도랑에 고인 흙을 쳐내기도 했습니다. 관리를 철저히 해두어야 활용하기가 쉽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이런 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듯 합니다. 담장위에는 선인장만이 터를 잡고 새생명을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동네에 장군이 살고 있었던 것일까요?
우리는 장군옥이라고 이름 붙은 골목 속의 집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대문이 닫혀있었지만 잠겨진 것은 아니어서 슬며시 문을 안으로 밀어보았습니다.
안쪽은 거의 폐가나 다름없었습니다. 무엇을 말리는지 그물비슷한 것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마당에 있던 개 한마리가 열려진 문을 통해 번개처럼 골목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가둬두었던 애꿎은 개 한마리만 놓아준 셈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골목길을 걸어 결국 부용정으로 돌아왔습니다.
가게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부용정 맞은편 양지바른 곳에서는 카드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진을 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게집은 3층이었는데 꼭대기층 지붕위에는 꽃이 핀 흔적이 슬며시 남아있었습니다.
해바라기였을까요? 1층이 가게라면 2층은 침실과 생활공간일 것입니다.
부용지 가에는 새로운 집의 건축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우리 일행들에게 발걸음을 재촉하도록 권했습니다. 벌써 오후 3시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3시에 암두촌에서 시내로 돌아나가는 차를 탄다고 해도 오우뻬이까지 가면 오후 4시가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온주시내까지 바로 간다고 해도 5시가 넘을 것입니다. 그 정도면 해가 지기시작할 것입니다.
자꾸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아직도 볼거리는 남았는데 시간은 없고.....
게시판으로 사용하는 듯한 담벼락에는 붉은색 대자보 종이가 붙어있었습니다. 슬며시 다가가서 내용을 확인해보았습니다.
고등학교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특별히 잘 읽어보라는 내용 같습니다. 간자가 아닌 번자로 글씨를 써서 게시해두었으니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집도 여관일까요? 삼암봉주가라고 이름을 붙여두었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시간이 되면 이런 동네에서 하루를 묵어보는 것도 아주 의미가 깊은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전거에 리어카를 매달고 달리는 양반 뒤를 따라 걸으며 마을을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방향을 바꾸어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는 것이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아래층은 높이가 그런대로 높은데 이층은 높이가 낮게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천장을 일부러 낮게한 것인지 기술상의 문제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생선과 가축고기를 처마밑에 매달아 말리고 있었습니다.
시내로 돌아나가는 버스를 타야하므로 화장실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부용정 부근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깨끗해서 좋았습니다.
화장실 건물도 전통양식으로 만들어두었더군요.
나는 대문을 빠져나오기 전에 버스 출발시간이 궁금해서 종이를 꺼내 노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종이에 글씨를 써서 물어본 것이죠. 어른은 번자체로 유려하게 써서 대답을 해주었는데 오후 5시경에 버스가 끊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서둘러야 했습니다. 버스를 놓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을 입구에는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가볼 형편이 안되었기에 슬쩍 곁눈질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도로로 나섰습니다.
도로로 나서니 오우뻬이(구북)라고 커다랗게 써붙인 버스가 한대 달려오긴 왔는데........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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