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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유감 - 만드는 김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좋을뻔 했다

by 깜쌤 2013. 2. 22.

 

우리나라 동네 가운데는 교촌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마을들이 제법 있다. 동네 이름 가운데 교동이나 교촌 혹은 향교촌이라고 이름붙은 마을은 향교부근에 조성된 마을일 가능성이 높다. 잘 알다시피 향교는 한자로 鄕校라고 쓴다. 교촌을 한자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교촌(郊村)이라고 쓰면 '도시 근교에 형성된 마을'을 의미하지만 교촌(校村)이라고 쓰면 '학교나 향교 부근의 마을'을 뜻하게 된다.

 

 

촌()이라는 글자가 이미 마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교촌마을'이라 함은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 된다. 마치 역전앞, 초가집, 처가집, 족발이라는 말과 같은 형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역전앞에 산다'라고 할때 전()이라는 글자가 이미 앞이라는 뜻을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굳이 우리말로 옮기면 '역앞앞'이라는 말이 되고 된다. '돼지족발'이라는 말은 너무 일반화가 되어버려 국어사전에도 그대로 올라오기도 하는 정도가 되었으니 어쩔 수가 없다.

 

 

더 웃기는 것은 역전뒤라는 말인데 그렇게 되면 도대체 어디에 산다는 것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역앞뒤'에 살면 대합실에 산다는 의미일까? 쓸데없는 이야기로 첫머리가 길어졌다. 그런 시시비비는 한글학자들이 정리해줄 문제이기에 각설하고 교촌마을부터 찾아가보기로 하자. 

 

 

교촌마을은 경주시에서 큰 마음먹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만든 한옥마을이다. 영주시가 자랑하는 선비촌과는 약간 다른 개념으로 형성된 마을인것 같다. 선비촌이 숙박과 체험활동과 관광 위주로 만들어진 마을이라면 여기는 체험활동 위주로 만든 마을이기 때문이다. 물론 숙박시설도 인근에 같이 있는데 거기는 나중에 소개할 생각이다.

 

 

우리네 전통한옥 마을은 원래 골목이 좁았다. 하지만 여기는 최근에 만든 마을이니 골목이 널찍하다.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므로 널찍하게 만들어두는 것이 효과적이리라.

 

 

경주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물을 잘 이용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마을을 계획하고 설계한 분들이야 모두들 많이 배우고 전공을 해서 잘 아는 분들이니 오죽이나 깊이 생각하셨겠는가마는 마을과 도시에 물길이 있으면 훨씬 낭만적인 이미지를 풍기게 마련이라는 그런 사실을 간과한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 새로 만든 이마을도 물을 활용할 줄 모르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기만 했다.

 

 

새로운 건물만 번듯하게 들어섰다고 해서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것이 아니다. 다시 오고싶고 새로 가고싶은 마을이 되려면 감성낭만인정에 호소하는게 제일 빠른 지름길이다. 거기가면 왠지 따뜻한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고 낭만이 흘러넘칠 것 같으며 동네에 사는 사람들 인심조차 푸근하면 더 머물고 싶어지고 살고싶어지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자. 세계적인 관광지치고 물이 빠진 곳이 잘 있던가? 심지어는 모래투성이 사막 속에 존재하는 오아시스도 물이 있을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법이지 모래둔덕만 가득하면 삭막하기 그지없는 풍경으로 변하고 만다.

 

 

이런 마을을 만들때 물길을 골목마다 내어서 물이 흐르게 하면 확실히 운치가 산다. 경주에 수십년을 살아보고 느낀 사실인데 여기는 크게 가뭄이 들지않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장마로 인한 홍수피해도 크게 입지 않는 묘한 곳이었다. 그 말은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고을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이런 마을을 만들때 물길을 넣고 호수를 만들어두는 것도 고려해보면 좋지 않을까? 도시와 마을 설계에 관해 쥐뿔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 동안 배낭을 메고 세계를 이리저리 돌아다녀본 결과 풍광에 관해서는 아주 자그마한 눈이나마 조금 뜨게 되었기에 해보는 소리다.

 

 

위에 보이는 두장의 사진은 일본의 츠와노라는 마을이다. 물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츠와노의 도랑에는 비단잉어들이 득시글거린다. 츠와노는 이런 사실을 가지고 청정마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마을 가게 앞을 흐르는 도랑 속을 찍은 사진이다. 경주 교촌마을을 두고 이렇게까지 하라는 말은 아니다. 골목 사이로 물이 흐르게 하고 마을 한가운데에 자그마한 호수를 만들어두었더라면 훨씬 윤기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여기는 일본의 오카야마다. 도시 한가운데로 도랑을 끌여들여 싱그러움이 가득 넘치게 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위 사진은 인도네시아의 발리 섬 풍광이다. 발리 안에서도 예술가들이 모여사는 것으로 유명한 동네인 우붓이다. 열대지방이므로 물이 풍부하니 가능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말자. 우리에게는 기술력이 있다.

 

우리나라 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명확하게 나누어지므로 건기에는 물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식으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경주에서 물은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다. 새로 조성하는 마을 안으로 물을 끌어넣는 것은 의지와 안목과 경륜의 문제이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적인 핑계를 대는 분을 위해 나는 이런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위의 사진은 중국 절강성 남쪽 온주시 교외에 있는 암두고촌이라는 마을이다. 이 부근에는 남계강이라는 멋진 강이 흐르고 있는데 명나라 시대에 이 마을을 만들면서 마을 안으로 물을 끌어넣어 이런 인공호수를 만들어두었다. 명나라 시대라면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초기와 중기에 해당한다.

 

 

여기는 중국 절강성 항주 부근 소흥이라는 도시의 골목이다. 이 물길에는 배가 다닌다. 발로 젓는 배가 손님을 태우고 돌아다니는 곳이다. 유럽에는 운하가 도로 위로 지나가는 곳도 있다. 배가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고가운하를 지나다닌다면 믿어지겠는가? 영국이 자랑하는 세익스피어의 고향마을 부근에는 작은 도랑을 활용한 운하가 만들어져 미니 여객선이 떠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석탄운반선이 다닐 정도다. 안된다는 핑계는 그만 대기로 하자.

 

 

위 사진은 일본 교토 동쪽 산자락을 따라 이어져 있는 '철학자의 '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도로가의 모습이다. 일본은 에도시대 말기에 이미 이 물길을 만들어서 지금도 잘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철학자의 길' 일부분의 모습이다. 초여름이 되면 교토로 수학여행을 간 수많은 일본 학생들이 이 물길을 따라 걷는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안되는가 말이다. 마을을 설계하고 새로 조성할때 진지하게 고민이라도 해보았는지 모르겠다. 안목과 경륜부족이라는 말은 왜 못하는가?

 

 

쓸데없는 염려이겠지만 조명시설은 어떻게 해두었는지 궁금하다. 혹시 해만지면 캄캄하도록 해둔 것은 아닐까? 나는 그게 궁금해서 관계당국에 확인을 해보았었는데 천만다행으로 조명을 위한 기본시설은 잘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야간조명이 아름다운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와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를 보인다.  

 

 

마당에 작은 연못을 하나씩 조성해두었더라면 그렇게 삭막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조경에 관해서는 좀 더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다. 조경을 위해 심는 나무 종류에 관해서도 많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니 차차 보완해서 더 멋진 한옥마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둔 마을의 운영때문에 벌써부터 지방신문에 문제점을 파헤치는 기사가 뜨는 것은 그리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지만 큰 걸음을 걷기 위한 문제제기라고 믿고 싶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이 한옥마을 하늘에 전깃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제발 좀 부탁하는데 시가지 상가만이라도 보기 흉한 전선은 모두 지하화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경주 시가지 상가에 관광객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타령은 그만 하기로 하자. 시가지에 늘어진 전선을 지하화만 해도 상가 경관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시가지의 보기 흉한 간판 문제는 또 어떻고.... 행정당국의 의지와 안목만 있으면 간판들도 좀 더 고급스럽게 할 수 있으련만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 이 한옥마을에 어울리는 간판에 관한 연구도 더 필요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나 아이들은 한자(漢字)에 특별히 약하다. 이 동네에는 한자에 특별히 밝은 어른들만 들어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플래카드나 현수막 광고도 적당한 선을 지키도록 행정적인 계도를 해서 자제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 해두어야한다. 

 

 

한옥단지 안의 야간조명도 중요하지만 방범을 겸한 가로등 설치에도 특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밤에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리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