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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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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를 이렇게이렇게 For Gyeong Ju

쪽샘 옛터에서 열릴 축제가 기다려진다

by 깜쌤 2013. 8. 21.

 

너른 세상을 다니면서 무엇인가를 더 배우고 싶고 알고 싶다는 작은 호기심 하나때문에 배낭을 메고 다른 나라를 떠돌아다닌 것이 벌써 22번이나 되었습니다. 가진 돈이 워낙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배낭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그런 여행을 통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름다움에 대한 눈을 조금 뜨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도 나라마다 다 다르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아름다움이 지천에 깔렸지만 그걸 활용할 줄 모르고 사는 나라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간단한 구조물 한두개만 세워도 충분히 달라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깨닫지 못하고, 몰라서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엄청 많았습니다. 

 

 

 한두사람의 창조적인 생각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회사의 게이츠애플회사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국가로는 싱가포르같은 나라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자원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주제에 어였한 관광대국을 만들어놓은 싱가포르는 우리에게 멋진 반면교사(反師)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주에는 쪽샘이라는 유명한 동네가 있었습니다. 있었다는 말은 한때 존재했으나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나는 지금 텅비어버린 쪽샘지구에 와있습니다. 사적지를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인왕동에 가득했던 낮은 기와집 동네를 다 걷어낸 뒤, 그동안 황량한 빈터로 남겨두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장소였습니다.  

 

 

 무능한 교사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무지와 비협조를 탓하고, 무능한 공무원은 죽으나사나 법과 예산타령을 한다는 사실을 살아오면서 깨달았습니다. 반면에 창조적인 발상과 추진력이 있으면 어지간한 일은 힘들더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버려져 있던 장소를 골라 간단하게나마 정비하고 새로운 축제의 장를 열어보려고 기획하는 분이 있음을 알고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어크로스(Across)라는 여행잡지를 우연히 손에 넣었습니다. 7월호 전체를 장식한 것은 경주였는데 그중에 첨성대 부근의 <카페의 거리>를 소개한 것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구역을 관장하는 동장님과는 평소에 알고 지내는터라 그분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잡지를 보고 싶다고 하시기에 책을 들고 만나뵈러 갔던 것이죠.

 

 

 잡지에는 카페 레인(Rain)으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만 그 사이에 주인이 바뀌어 <그림애()>으러 간판을 바꿔 달았더군요. 거기에서 만나뵙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나는 쪽샘터에 메밀씨앗을 뿌리고 솟대를 만들어세운 뒤 지역주민들과 함께 소박한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황폐하게 버려져있던 곳을 최근들어 누군가 조금씩 손을 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는데 막상 그 주인공을 알게되고 직접 만나게 되었으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못보던 작은 돌탑이 새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겼는데 그것도 동장님이 퇴근 시간을 넘겨 직접 현장에 나와서 쌓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폐석을 모아서 안에 넣고, 쓸만한 돌들을 골라 바깥부분을 쌓는 식으로 처리를 했다고 합니다. 

 

 

 쪽샘지구를 자주 지나치는 터라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살피고 살았는데 어느날 테잎과 끈으로 구역을 갈라두었음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싹들이 땅에서 돋아나기 시작했는데 알고보았더니 그게 모두 메밀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말이지 올해처럼 경주에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은 처음입니다. 가물수록 본성을 발휘하여 끈질긴 생명력으로 흉년을 이겨내도록 해준 것이 메밀이었는데 쪽샘지구 사방에 솟아오른 작은 싹이 바로 메밀이었음을 알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런 작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은 자기 행정구역내의 실태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시도하는 공무원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메밀씨앗을 뿌리지 않은 빈터는 축제를 열 경우 주차장 공간으로 쓰려고 한다는 사실도 설명을 듣고 처음 알았습니다. 

 

메밀꽃이 피기 시작하는 9월 13일 금요일부터 약 사흘간에 걸쳐 월성동 주민들과 힘을 합쳐 메밀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하니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행사장으로 쓸 터에는 연말에 다시 보리와 밀을 파종할 계획이라니 다가오는 내년 봄을 기대하는 재미가 또 생겼습니다. 

 

 

행사의 성공여부를 떠나 무엇인가를 시도한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입니다. 내가 가진 직업이 선생이다보니 나는 아이들에게 '더러운 승리보다는 깨끗한 패배가 더 아름다운 '이라고 가르쳐왔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자는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몸부림이라도 쳐보는 것이 훨씬 더 의미있는 일입니다.

 

 

나는 그분이 계확하고 추진하는 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무엇인가를 새로 해보려는 의욕으로 충만한 그분은 현재 경주시에서 월성동장의 직책으로 주민들을 섬기고 계시는 전점득 사무관입니다. 동장님이 하시는 일이 꼭 성공하기를 거듭 빌어봅니다. 아울러 동장님과 월성동 주민센터의 직원분들, 그리고 행사를 준비하시는 주민 여러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