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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3 중국-절강성:화려한 남방(完)

암두촌 려수가 1

by 깜쌤 2013. 2. 9.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두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커다란 물길과 물길을 따라 늘어선 이층집들, 그리고 집 앞으로 연결된 난간과 회랑, 바닥에 깔린 포장용 돌들.......  하늘만 맑다면 환상적인 사진이 될 것 같았습니다만 하늘이 도와주질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성사진을 보면 마을을 둘러싼 커다란 물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큰 물길이 글 속에 계속 등장하게 되는 려수호입니다.  작은 물길은 이 위성사진에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물길의 왼쪽(려수호 왼쪽)에 자리잡은 마을 구경을 나설 것입니다.

 

 

남쪽을 보았더니 더 멋진 모습이 등장하더군요. 마을 남쪽에 자리잡은 낮으막한 산봉우리 위에 우뚝 솟은 탑, 그리고 탑 뒤로 보이는 기막힌 굴곡을 지닌 산(이 사진 속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만), 돌다리와 목조난간.....  나는 할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참 묘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에는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한데 시골 구석 어디엔가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전통마을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가지게 했던 것이죠. 워낙 나라가 크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작은 호수 건너편에는 역사를 머금고 있는듯한 아름다운 건물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호수는 려수호(水湖)입니다. '려'는 아름답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기도 하고 고을이름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니 결국은 아름다움을 지닌 호수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미인의 아름다운 눈썹 모습처럼 우아하게 곡선을 그린 려수호를 감아들며 난간이 있는 2층집이 3백여미터 정도 뻗어있다는 것은 진정 놀라운 일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옛날에 이런 마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재력을 지녔어야만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요?

 

 

려수호를 감아돌며 300미터 가량 감아돈 이 길을 사람들은 려수가라고 부릅니다. 가(街)는 글자그대로 거리를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이 회랑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거리였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거리를 지붕으로 덮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발상이며 건축 당시의 부유함을 나타내는 상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중국인들 사이에 전해내려오는 세간의 평가가운데 중국 10대 상인조직(=商榜)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강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1. 산서 상방 - 산서성을 중심으로 하는 상인 조직

2. 휘주 상방 - 안휘성 휘주를 중심으로 하는 상인 조직

3. 섬서 상방 -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섬서성을 중심으로 하는 상인 조직

4. 영파 상방 - 절강성 영파를 중심으로 하는 상인 조직

5. 산동 상방 - 산동성을 중심으로 하는 상인 조직

6. 광동 상방 - 중국 남부 광동성 출신을 중심으로 조직된 상인 조직 

7. 복건 상방 - 중국 동남부 복건성 출신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상인 조직

8. 동정 상방 - 중국 중앙부 동정호 연안의 출신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상인 조직

9. 강우 상방 - 복건성과 절강성을 인접하고 있는 강서성 출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상인 조직

10. 용유 상방 - 절강성 중서부 구주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상인조직

 

 

10대 상인 조직 가운데 절강성과 복건성, 그리고 안휘성과 강서성 출신 상인들은 모두 이 부근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여행하고 있는 곳이 절강성 남부인데 여기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복건성이 되고 서쪽으로 가면 강서성이 되며 왼쪽 위로 조금 올라가면 안휘성이 되니 부근 사람들이라고 말을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죠. 아래 지도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지도에서 오른쪽 아래에 저쟝성이라고 나타낸 곳이 바로 절강성을 의미합니다. 중심도시는 항저우(항주)입니다. 그 부근을 보면 장시성(강서성)과 푸젠성(복건성), 그리고 안후이성(안휘성)이 한꺼번에 모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절강성과 절강성 인근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상인조직이 발달했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절강성 사람들이 부를 쌓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우리들은 절강성 남쪽 온주에 와 있습니다. 온주 사람들을 '중국의 유태인'이라고 할 정도라면 이 고장 사람들의 상업 정신을 알만하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어디에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부를 쌓은 사람들이니 수백년전에 이런 건물을 짓는 것은 그들에게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려수호를 둘러싼 이 목조건물은 거의가 이층이고 지붕을 길게 빼서 회랑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상업적인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사진 속을 잘보면 려수가객잔이라는 간판이 보일 것입니다. 객잔이라면 이름 그대로 장사치나 나그네가 머무는 여인숙 정도의 집을 말합니다.

 

 

속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겉은 하나같이 깨끗해서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론리플래닛에서 괜찮은 집 번호를 밝혀두었는데 이집은 153호로 되어있네요. 여유인주숙이라고 해둔 것으로 보아 나그네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식사도 될 것입니다.

 

 

이 건물 속에는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길위에다가 지붕을 덮어두었으니 뜨거운 여름날에는 그늘을 제공하고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역할을 해줍니다.

 

 

우리는 려수가를 따라 걸었습니다. 저 멀리 보였던 탑에는 나중에 가볼 생각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길을 따라 걸어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부근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말이겠지요.

 

 

가만히 돌이켜보니 그날 우리가 본다고 보았지만 놓친 것들이 많았습니다.

 

 

너무 덤벙거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안내도를 자세히 보고 돌아다녀야하는데 어설프게 보고 지나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마을 속에 있는 집들도 이층이 많은듯 합니다.

 

 

열려있는 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살림살이에서는 빈한한 티가 났지만 실내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이 겨울에도 수양버드나무의 잎들이 파랗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확실히 여기는 남국입니다.

 

 

역시 물가에는 수양버들입니다.

 

 

려수가 앞에 만들어진 려수호의 물은 어디에서 흘러온 것일까요? 나중에 알고보니 남계강에서 끌어온 것이라고 하더군요.

 

 

멀리 보이는 탑의 이름은 문봉탑입니다. 중국인 특유의 미적감각을 보는듯 합니다.

 

 

려수가에 들어있는 집들 가운데 어느 한채도 지저분한 곳은 없었습니다.

 

 

옛날 마을이 이런 식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은 진정 놀라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아이들 눈에 마을은 어떤 식으로 비치는 것일까요?

 

 

호수 건너편에 벽돌로 만든  집들이 나타났습니다.

 

 

벽과 지붕의 색깔을 보면 옛티가 그대로 묻어있는듯 합니다. 집앞 작은 마당 끝머리에 스티로폼 상자에 흙을 담아서 채소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한다면 연립주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봉탑 뒤로 보이는 산모습이 기가 막힐 정도로 교묘했습니다. 확실히 이곳 풍광은 예사롭지가 않았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