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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3 중국-절강성:화려한 남방(完)

그들은 마작에 빠져 점심도 팔지않으려고 했다

by 깜쌤 2013. 1. 31.

 

이번에도 우리는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저수지를 만났습니다. 아까와는 다르게 네모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벌써 세번째 만난 저수지입니다.

 

 

저수지 어디에나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빨래터입니다. 빨래터로 내려가는 계단은 큼지막하고 빨래할 장소는 넓어서 장소를 두고 서로 다툴 일은 없는듯 합니다.  

 

 

저수지 한쪽에는 차와 국수를 판다는 깃발을 걸어두었습니다.  이 저수지를 둘러싼 가게들은 주로 나무로 만들어진 집안에 있었습니다.

 

 

나무로 만든 이층집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신기한 동네입니다. 이런 집들은 화재에 취약할 것이 뻔하니 호수를 둘러싼 곳에 자리를 잡도록 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벽돌로 된 집들도 있긴 있습니다.

 

 

작은 호수 가에는 탁자와 나무의자를 놓아두고 손님을 받는듯 했지만 마작과 카드에 홀려서 그런지 당최 손님모실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려도 누구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장기나 바둑의 마력에 빠지기 시작하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을 모른다고 합니다만 이 동네 사람들은 마작과 카드에 정신이 팔려서 우리 일행을 거뜰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배가 고팠던 우리들은 이 음식점에도 들어가보고 저 음식점에도 들어가보았는데 영 반응이 없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과자나 빵으로 끼니를 때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한두차례를 왕복했습니다.

 

 

이 통속에는 만두가 들어있는지도 모릅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춘 삶은 계란이 물속에서 따끈하게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을 만나야 사먹을 수 있겠습니다만 주인 코빼기도 안보이니 굶게 생겼습니다.

 

 

참 희한한 사람들입니다.

 

 

이래서야 어디 장사가 되겠습니까? 그렇게 어슬렁거리던 우리들은 한 집을 골라들어갔는데, 마침 주인 할머니께서 우리를 보시고 노름판을 빠져나와 달려오셨습니다.

 

 

제갈량 후손들 집에 시집을 오신 분이어서 그런지 우리가 쓰는 어설픈 한자를 쉽게 알아보고 국수를 삶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국수를 기다리는 짬을 이용해 그동안 사용한 돈계산도 해보고 여행메모를 하기도 하고 음식점안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벽면은 나무 판자였고 바닥은 매끈하게 손질을 해두었습니다.

 

   

문표를 꺼내서 보니 종지의 모양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뒷면은 엽서로 쓸 수 있게 해두었더군요.

 

 

기다리던 국수가 나왔습니다. 이 정도같으면 가격이 어느 정도 할 것 같은지요? 6원입니다. 우리돈으로 치면 거금 1,050원 되겠습니다.

 

 

천원 한장이면 이런 국수를 먹을 수 있습니다. 양은 물으나마나입니다. 중국음식은 무조건하고 양이 많습니다.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곱빼기를 시켰다고 생각하시면 틀림없습니다.

 

 

배가 고프니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물론 국수맛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죠.

 

 

가게입구에는 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 견본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제일 앞에 보이는 두부가 너무나 유명한 취두부입니다. 취두부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해드리겠습니다.

 

 

점심을 해결하고 밖에 나왔을때도 마작판과 카드판은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아! 이 동네 사람들은 질기기도 합니다. 잘 알겠지만 태국에서는 고스톱을 치거나 카드놀이를 하다가는 달려 들어가는 수가 있습니다. 특히 돈을 걸고 하다가 경찰에게 들키면 국물도 없습니다.

 

 

중국에서도 공공장소에서는 도박을 못하는 것으로 압니다만 이 사람들은 벌건 대낮부터 노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제갈씨의 후손들은 설마 그러지 않겠지요? 이 동네에도 이제는 다른 성받이들이 슬금슬금 들어와 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만난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숙박이 가능한 화원공우외에도 고향객잔이 숙박업을 하는 모양입니다.

 

 

처음 골목을 빠져나왔던 곳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먹음직스런 과자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몇개를 사서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잘구운 빵에 깨까지 뿌려놓았으니 얼마나 먹음직스럽겠습니까만.........

 

 

한입 깨물어본 우리들은 질겁을 했습니다.

 

 

우리가 상상했던 맛과는 너무나 차이가 많았습니다. 달콤한 팥앙꼬를 상상했던 우리들은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셈입니다. 빵속에는 곤충벌레같은 것들이 가득했는데 눈이 좋은 내친구는 귀뚜라미 아니면 메뚜기일것으로 짐작하더군요. 이걸 어떻게 뱉어낼 수도 없어서 꾸역꾸역 씹어삼켰는데 참 고역이었습니다. 

 

 

맛없는 과자에 보기좋게 속은 우리들은 저수지를 한바퀴 돌아 큰길을 따라 계속걸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중국인들에겐 그게 고급 간식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수지를 둘러싼 민가에는 별별 가게들이 다 있었습니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길바닥과 골목에서 어떤 종류의 쓰레기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놀랍도록 깨끗하고 깔끔한 동네였다는 사실이 나를 깊이깊이 감동시켰습니다. 거기 비하면 내가 사는 무슨무슨 시(市)-입만 열면 국제적인 관광도시라고 자랑해대기를 좋아하는-는  쓰레기 동네나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