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 팔괘촌에 관한 이야기가 길어진듯 합니다. 동네 하나를 뒤지는데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도 긴가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까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행기도 하나의 기록이기에 자세하게 써두는 것이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엇보다 다음에 찾아갈 분들을 위해 최대한 자세한 정보를 올려두는 것이 서로를 위한 올바른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을 위해 팔괘촌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다녔는데 예상외로 쓸만한 정보가 적었습니다. 대부분의 기록자들은 이 마을을 대강 훑어보고 떠나버린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우리는 소학교 담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담장이 높아서 학교내부를 들여다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 소리는 와글와글하는데 속을 볼 수 없으니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학교내부의 모습이 너무 궁금해서 뒷발을 돋움질하고 두팔을 뻗어 카메라를 위로 들어올린 뒤 안을 찍었습니다. 운동장에는 놀랍게도 육상경기용 트랙이 깔려 있었습니다. 타탄인지 우레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마을자체의 부유함도 있겠지만 정부당국의 지원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중국의 변화는 날이 갈수록 빨라진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학교관리도 상당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의 지명도를 가진 마을이면 고위관리들의 방문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학교담장에는 여러가지 교훈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놓았습니다.
하얀벽에 그려진 벽화들을 보며 따라왔더니 초등학교 정문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다시 마을로 들어왔습니다. 원래 들어왔던 곳으로 나갈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갈량의 후손들은 약재업에 많이들 종사했다는 이야기를 꺼낸바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런 약재상들의 집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부유한 상인들의 집과 가게를 본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이 동네 큰 집들의 설계는 거의 비슷한듯 싶습니다. 벽은 높고 안팎을 모두 하얗게 발랐습니다. 벽밑에는 물을 담을 수 있는 통이나 두멍을 반드시 마련해두었고.....
한집이 건물 한채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집안에 몇채의 건물이 있다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하늘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두어서 집안 채광에 신경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 지붕에 떨어진 빗방울이 집안으로 흘러내리도록 하되 한곳에 모이도록 해두었습니다. 담이 높으니 외부에서 도둑들이 침입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같았습니다.
우리는 옹목당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옹' 발음을 용으로 읽어두었네요. 옹목당이라고 할때의 옹자는 雍이라고 쓰는데 '누그러지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물 바깥에 둔 화분에는 소철이 심겨져 있었습니다.
옹목당 안으로 들어서니 온갖 약재가 가득했습니다. 정승이 되지 못할 것 같으면 의사가 되라는 제갈씨 문중의 가르침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약재상으로 해서 많은 돈을 모았다는 후손들이 오늘날에도 즐비하다고 합니다.
기둥에 써붙여둔 글귀들을 보면 이 집안 사람들은 제갈량 후손이라는 사실과 좋은 의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듯 합니다.
"좋은 의사는 예로부터 편작이라고 불리느니라" 중국 역사에서 명의로 유명했던 화타나 편작같은 인물이 민중들에게 어떤 식으로 존경을 받아왔는지를 알 것 같습니다. 전시실 안에는 약재로 썼던 동물들의 박제품도 보였습니다.
옹목당을 보고 난 뒤 우리들은 동네 산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우리 속뜻을 모르는 현지인들은 자꾸만 아래쪽 큰길로 내려가라고 권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산으로 올라가보지 못하고 큰길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제갈팔괘촌은 신기한 동네였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산들의 높이도 높은게 아니어서 올라가본들 마을의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자기 위안은 내가 '여우의 신포도'를 건드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줍니다.
옹목당을 나와서 보니 노란색 열매를 가득 달고있는 나무가 한그루 있더군요.
종이속에 쓰여진 글자의 내용은 중국돈 10원을 내고 4개를 따갈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놀라운 상술입니다. 주인이 따주는 것도 아니고 길손이 자기돈을 내고 고생해서 따가라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손안대고 코풀기라는 말은 이럴때 쓰는 것 같습니다.
약재에 관계된 시설들을 둘러보고 우리들은 이 마을을 빠져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마을을 한방에 관통하는 길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빠져나오는 길은 아주 쉽습니다. 무엇이든지 알고보면 쉬운 법 아니겠습니까?
벌써 노란꽃잎을 틔운 저녀석은 무슨 꽃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닭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상가건물 앞을 지나 처음 시내버스에서 내렸던 곳까지 걸어나왔습니다. 그런 뒤 시내버스를 타고 난계시내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시내로 돌아오니 곧 날이 저물었습니다. 이젠 저녁을 먹으러 갈 차례입니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은 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는지라 부근에 음식점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부근에 보니까 뷔페식 중국식당이 보였습니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으니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여러가지 반찬을 미리 만들어 진열해두었는데 그 중에서 자기가 먹고싶은 것을 골라 아무것이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종업원이 담아줍니다.
밥은 제일 끝머리에 담아줍니다.
계산은 자기들이 해줍니다. 반찬 종류에 따라 음식값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두면 편합니다만 가격을 정확하게 표시해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같은 외국인들은 그들이 가격을 속여도 알길이 없는듯 합니다.
먹을거리는 아주 다양해서 아무 부담없이 골라먹을 수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식판을 잡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 주문하기도 너무 쉽습니다.
제가 골라온 저녁밥상의 모습입니다. 반찬 4가지에 밥 한그릇입니다. 정말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담아왔더니 25원이 나왔습니다. 우리돈으로 치자면 4,300원짜리 식사가 되었네요. 반찬은 정말많이 담아주어서 다 먹느라고 혼이 났습니다. 같이 갔던 일행이 골라온 식사와 비교해보았더니 제가 제일 비싼 것을 찍어서 가지고 온 셈이 되더군요.
다른 동료가 담아온 밥과 반찬입니다. 서로가 다른 반찬을 선택한 뒤 함께 모여 이것 저것을 맛보아도 됩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배터지게 먹었던 것이죠.
중국여행은 먹는 재미가 반입니다. 그러길래 3명이나 4명이 한팀을 이루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저번에도 먹는 이야기를 했으니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저녁을 해결한다는 것을 이제는 아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호텔 복도의 비상등 표시가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거꾸로 달려있었으니 괜히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마 이 공사를 담당했던 기술자는 글을 몰랐거나 아니면 일부러 그런 식으로 달았거나, 그도저도 아니라면 아무렇게나 설치해두고 돈만 후딱 받아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웃기는 동네입니다. 우리는 그 웃기는 동네에서 하루밤을 편안하게 잤던 것이죠.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13 중국-절강성:화려한 남방(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주에서 암두촌을 찾아가야하는데..... (0) | 2013.02.05 |
---|---|
마침내 온주에 이르다 (0) | 2013.02.03 |
팔괘촌의 변두리를 훑다 (0) | 2013.02.01 |
그들은 마작에 빠져 점심도 팔지않으려고 했다 (0) | 2013.01.31 |
미로같은 기묘한 골목에서 마침내 탈출하다 (0) | 2013.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