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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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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평생 처음으로 찜질방에 들어갈뻔했던 사내

by 깜쌤 2013. 1. 27.

 

누가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평생토록 찜질방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간이 생기면 혼자 걷거나 책을 본다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속한 성경공부팀 총무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다함께 좋은 곳에 가서 밥이나 한번 같이 먹자고 해서 따라 나섰습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그 다음날이 되네요.

 

 

따라 나섰더니 마지막에 도착한 곳은 찜질방이었습니다. 일단 촌닭 백숙으로 허기를 떼웠습니다.

 

 

모두들 바쁜 분들이니 사업하시는 양반내외와 의사선생님 내외는 시내로 돌아가고 마지막에는 저와 교수님 내외와 또다른 교수님 한분만 남았습니다.

 

 

저는 찜질방 안에 들어가는 대신 부근의 산을 오르는 것을 택했습니다.

 

 

찜질방에 불넣는 모습이라도 사진 찍어두어야겠다 싶어서 아궁이 앞에 붙어서서는 잠시 구경을 했습니다.

 

 

벌겋게 타는 참나무 덩어리를 꺼내서 숯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2009년에 만났던 리투아니아 출신의 크리스티나라는 아가씨가 생각납니다. 그녀는 우리나라가 좋아서 무작정 여행을 왔었다는데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숙박비로 들어가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주로 찜질방에서 잔다고 했던 아가씨입니다. 갑자기 그녀가 생각났습니다.  

 

 

고온으로 타는 참나무 덩어리를 찬물에 그냥 넣어서 불을 끄고 식히더군요.

 

 

찜질방 속의 온도는 몇도나 되는지 모르지만 나오는 분들을 보았더니 한결같이 어깨에 김이 무럭무럭 나고 있었습니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산길을 걸었습니다.

 

 

그게 내 체질과 습관과 취향에 잘 맞습니다.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에는 아직도 눈이 가득했습니다.

 

 

산세와 골짜기 모습을 한참이나 뚫어져라 살펴본 뒤에서야 비로소 내가 어디쯤에 와있는지 감을 잡았습니다.

 

 

산봉우리 저 너머에 멋진 집이 한채 보였습니다. 저집을 나중에 가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중국에서 스모그에 엄청 시달리다가 산에 와서 맑은 공기를 마시니 살것 같았습니다.  

 

 

저 산골짜기 끝머리를 지나는 도로를 지난 여름에 자전거를 타고 달린 기억이 납니다.

 

 

나는 돌아서서 다시 산길을 걸었습니다.

 

 

골짜기 한가운데로 울주군 내와와 외와라는 곳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보였습니다.

 

 

찜질방으로 돌아와서 일행을 만났습니다. 힐링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보급과 확산에 관심이 많은 교수님께서 좋은 곳에 가서 차를 한잔 마시고 가자기에 따라나섰습니다.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아까 내가 산에서 보았던 멋진 그 집이었습니다.

 

 

응접실에 초대되어 가서 주인장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주인은 산내고원 한방휴양마을 건설이라는 꿈을 가지고 계신 분이시더군요.

 

 

그분이 계획하고 계신 프로젝트를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확실히 꿈은 꿈꾸는 자의 것임이 맞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오니 건너편 산봉우리 위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분이 가지고 계시는 꿈은 힐링이라는 개념과 잘 맞아떨어지는듯 합니다.

 

 

투명한 지붕위로 달이 뜨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작별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왔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꿈을 하나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배운 것은 그것이었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