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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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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두들겨 팼다. 그랬더니 말을 들었다

by 깜쌤 2012. 12. 16.

 며칠전부터 컴퓨터에 연결시켜둔 오디오가 작동하지 않았다. 파이오니어 정품(正品)인데 약 8,9년전에 아파트에서 누가 내어다버린 것을 주워온 것이다. 소리가 워낙 부드럽고 장중해서 그동안 잘 써먹은 놈인데 한 2주일전부터 파워 버튼이 고장이 나서 소리를 내지 않게 되었다. 너무 아까웠다. 

 

 

LP판을 들을 수도 있고 CD를 들을 수도 있고, 녹음 테잎 듣기도 가능했던 녀석인데 한 일년전부터는 LP판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슬슬 반항을 하더니만 급기야 올해 들어서부터는 CD도 재생할 수 없게 되었다. 나에게 와서 혹사도 많이 당했던 녀석이지만 아쉽기도 하고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했다.

 

어떻게 치료를 해볼까 싶어서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이젠 이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자그마한 새로운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해야겠다 싶어서 이틀전에는 삼성전자 대리점에 가서 알아보았다. 제품종류도 별로 없었던데다가 나에게 다가온 더 큰 문제는 마음에 드는 오디오 시스템을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젠 어쩔 수가 없었다. 오디오 시스템을 폐기처분하기로 마음먹고 토요일 오전에 해체작업에 들어갔다. 고장난 CD 재생장치와 LP판 재생장치를 떼어냈는데 놀랍게도 갑자기 전원스위치가 작동하면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다시 한번 조립을 하고 컴퓨터를 연결한 뒤 켜보았더니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CD 재생 장치에서 CD를 빼내지 않은 것이 기억나서 CD를 제거하기 위해 앰프와 CD 재생장치를 연결하는 순간 또다시 먹통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해도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약이 오를대로 오른 나는 기계를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그 순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작동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에나....  기계는 두들기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몇대 쥐어박았더니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또 쥐어박을 수밖에..... 주워온 이 물건은 사실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때 우리 백성들을 얕보고 퍼뜨린 말이 생각났다. "조선놈과 명태는 사흘에 한번씩 두들겨패야 말을 듣는다." 우리나라 전자제품 회사들이 소니와 마쓰시다같은 일본회사들을 추격해서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지금에 와서는 일본인들이 그런 소리를 함부로 못하게 되었지만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나도 한마디 해두어야겠다. 

 

" 일제 고물과 명태는 사흘에 한번씩 두들겨 패주어야 부드러워지면서 말을 듣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