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말, 경주에는 엄청난 눈이 내렸다.
12월에 그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60여년만에 처음 맞는 일이라고 하던데......
12월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나는 사진기를 들고 집을 나섰다.
일단 시가지 끝머리인 봉황대 부근에서 시작하여 대릉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봉황대 동쪽편 넓은터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일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봉황대 밑에는 외국인 둘이 눈을 가지고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눈쌓인 고분을 눈썰매장으로 착각하여 놀이터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보였고......
나는 대릉원 후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멀리 한줄로 늘어선 가로수들 너머 대릉원이 자리잡고 있다.
다 알다시피 대릉원의 알짜배기 구경거리는 천마총이다.
뒤를 돌아다 보았더니 그 사이에 벌써 봉황대는 눈썰매장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대릉원 후문 맞은편에는 법장사라는 절이 자리잡고 있다. 예전에 이 부근에는 민가와 상가건물들이 가득했다.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이제는 거의 다 철거되고 꼭 남아야할 건물만 남게 되었다. 건물이 철거되기 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그때는 필름 카메라뿐이었으니 사진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남녀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였는지 모른다. 나는 대릉원 안으로 들어갔다. 나뭇가지 위에도 눈들이 소복하게 쌓였다. 늙어버린 고목에도 눈이 내려 앉았다. 눈에 덮힌 고분의 곡선이 이렇게 아름다울줄이야.... 시가지에 보이는 교회 종탑이 예쁜 실루엣을 그려내고 있었다. 나처럼 눈쌓인 대릉원의 경치를 즐기고 싶은 분들이 제법 보였다. 산책로에는 벌써 많은 발자국들이 찍혀있었다. 어쩌다가 눈이 조금 내리던 날 대릉원에 와본 추억은 있지만 이렇게 눈이 천지에 가득한 날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분위기 자체가 평소와 달랐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천천히 걷고 싶었다. 이런 날은 발걸음을 재촉할 일이 없다. 자주 보는 풍경이 아니므로 더 느긋하게 즐기고 싶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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