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기전에 지난 여름동안 다 걷지 못한 길을 마져 다 걷고 싶었다.
결국 나는 연말을 앞두고 시간을 내어 감포에 다시 갔다.
중창단 활동을 하며 알게된 의사선생님과 점심을 함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존경받는 장로로서, 의사로서 지역사회를 섬기는 그 분은 오후 진료를 위해 다시 일터로 돌아가셨다.
나는 바닷가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대왕암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다.
식사를 함께 한 식당 부근에 하얀색으로 칠한 지중해식 건물이 한채 자리잡았기에 들어가보았다.
1층은 레스토랑이었고 2층은 갤러리였다.
나는 허락을 얻고 2층에 올라가보았다.
시원스럽게 탁 트인 유리창너머로 수평선이 보였다. 대강 살펴본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1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벽면에는 이집트 스타일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고대 이집트벽화의 특징은 등장인물을 옆모습으로만 그렸다는 것이다.
1층 레스토랑에는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손님들에게 카메라를 대기가 무엇해서 유리창 너머로 드러나는 바깥풍경만 찍었다.
그리고는 다시 입구로 돌아나왔다.
그리스를 가본게 언제였던가? 그때의 추억이 그립기만 하다.
내가 그리스와 터키를 처음가본 것은 외환위기가 닥쳐오던 그해 여름이었다. 가을부터 분위기가 심상찮게 변하더니만 연말이 되자 사태가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했었다.
산토리니, 낙소스, 크레타 섬의 밝은 분위기가 그립기만 하다. 나는 그런 지중해의 섬들을 여행하는듯한 기분을 안고 지중해라고 이름붙여진 레스토랑을 나왔다.
바닷가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향해 걸었다. 솔숲사이로 보이는 바다에는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바닷가에는 골프장도 보였고 조금 더 내려가니 <감포관광단지>라고 이름지어진 시설물을 만나게 되었다.
감포관광단지는 경주와 포항과 울산의 중간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공연장 시설인가보다.
나는 공연장 아래 무대로 내려가보았다.
그리스 로마 스타일의 원형극장의 현대판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대 뒤쪽은 터져서 바닷가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까 레스토랑에서 본 손님들은 이 부근에 있는 골프장의 출입객들일까?
요즘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모두 다 골프를 즐기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포구를 만났다. 포구의 크기에 비해 방파제는 크고 높았다.
방파제 끝에는 빨간 등대가 자리잡아 포구를 지키가며 바다를 감시하고 있었다.
바닷가에는 소나무 두그루가 사이좋게 터잡고 있었는데 어딘선가 낯이 익은듯 했다.
깍지길을 소개하는 책에서 본 그 나무다. 가곡할배와 가곡할매 소나무였던 것이다.
자식이 없이 산다는 것은 어찌보면 슬프기도 하고 어찌보면 홀가분하기도 하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나는 31번 국도를 따라 다시 걸었다. 도로가에 쉼터가 보였다.
쉼터에서 보니 아까보았던 빨간 등대가 더 예쁘게 보였다.
통통배한척이 등대앞을 스쳐 바다로 나가고 있었다.
어느집 배가 나가는 것일까?
한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해변에는 고요함이 가득 묻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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