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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대릉원의 단풍에 취했던 어느 오후 한때 2

by 깜쌤 2012. 12. 10.

 

11월은 단풍이 마지막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위해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달이다.

 

 

사실 가을철 대릉원의 아름다움은 11월이 절정이다.

 

 

대릉원 속으로 들어가면 높은 건물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도시에서 콘크리트 덩어리를 보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다.

 

 

나무들 사이로 유난히 붉은빛을 띈 단풍나무가 보였다.

 

 

나는 천천히 그곳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딱 한그루의 나무가 주위풍경을 확바꾸어 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주위에는 떨어진 잎들이 가득했다.

 

 

대릉원 속에 내가 특별히 좋아했던 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수양매화였는데 어느해 겨울에 말라죽고 말았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항상 있던 자리에 꿋꿋이 버텨주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나이가 들어서 깨달았다.  

 

 

사람도 그렇다.

 

 

있어야할 자리에 떡 버티고 서있는 분은 보면 듬직하기 그지없다.

 

 

그런 인물이 되었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되지를 못했다. 

 

 

시시한 잡목같은 인생이 되고 말았다.

 

 

한그루의 나무는 산소라도 만들어내지만 나같은 인간은 전혀 도움이 안되는 소비자일뿐이었다. 

 

 

나는 미추왕릉 뒤편으로 돌아서 걸었다.

 

 

미추왕릉 정문이 잠겨있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가 없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옆에서 봐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대릉원 담장을 따라 걸었다.

 

 

이젠 나가야 한다. 이 아름다운 단풍정원에서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