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해가 넘어갈때도 나는 작은 꿈을 꾼다

by 깜쌤 2012. 11. 11.

 

늦은 가을날 저녁, 퇴근을 하다가 안압지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처지니 멀리가지는 못해도 마음만 먹으면 경주시내 인근의 사적지는 조금씩 둘러볼 수가 있다. 

 

 

건천의 단석산쪽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길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해넘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간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날들이 얼마나 되었던가? 흘러 보내버린 날들을 생각하면 내가 정말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짧게 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요즘 내가 어떤 모습으로 죽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자주자주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곱게 아름답게 죽어야한다는 강박관념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지저분하게 죽으면 안된다고 마음을 다져먹지만 그게 어디 내뜻대로 되는 일이던가?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것이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았다. 딱히 드러내어 자랑할만한 일이 없었다.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그저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살아왔으니 뚜렸이 남겨둘만한 족적을 찍어두지 못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내뱉은 상스럽고 더러운 말들과 내 행위로 말미암아 주변환경을 오염시킨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참 많이 부족했고 철이 없었으며 모자랐다.  

 

 

눈앞으로 기차가 지나갔다. 그렇다. 인생은 그렇게 달려가고 흘러가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늦게나마 내가 너무 많이 부족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는 흘러보낸 날들을 애통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에게 남겨진 날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희망 부스러기 하나는 잡고 버텨야 한다.

 

 

내가 은퇴를 하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배낭을 둘러메고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한 삼년쯤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돈이 문제이긴 하지만 꿈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외국인 배낭여행자를 위한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해보는 것이다. 벌어놓은 돈이 없으니 방 5개짜리 미니숙소 정도로 만족할 일이다. 

 

 

세번째는 아이들 서른명 정도만을 모아 작은 대안학교를 겸한 방과후학교를 운영해보는 것이다. 6학년 또래가 되는 아이들로만 모아서 인간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그런 교육을 해보고 싶다. 영어와 컴퓨터, 그리고 인성교육 정도로만 범위를 좁혀 성실히 가르치는 작은 방과후 학교를 꿈꾸고 있다.

 

  

인생살이에서 징검다리를 차곡차곡 밟아나갈 줄 아는 그런 아이들을 길러내보고 싶다. 맑고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진솔하게 살아나가는 영혼을 지닌 아이들을 가르쳐보고 싶은 것이다.   

 

 

더 시들기 전에....   더 늙기 전에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