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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선생 가슴이 먹먹해질때

by 깜쌤 2012. 11. 3.

 

1시간 40분간 진행된 공연이 다 끝난 뒤에도 모두들 일어설 줄을 몰랐다. 참관한 학부모님들이나 동료교사들도 감동을 받아 함부로 일어나 퇴장하지를 못했다. 같이 수고한 교사들은 가슴이 메어져 할말을 잊은듯 했다.  

 

 

 

아이들 공연이 그냥 그러려니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공연중에도 잡담을 하고 시끄럽게 떠들고 아무 구석에서나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를 하며 공연중에도 함부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학부모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뜰줄 몰랐다.

 

 

 

중소도시의 6학년 270여명이 보여준 공연은 그 내용과 수준면에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의 공연관람 자세와 태도면에서 그 어느 것 하나 나무랄게 없었다.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마치고 난 뒤 뒤풀이를 하기 위해 학년연구실에 모여든 같은 학년 선생님들 얼굴에서는 하나같이 만족감에 부풀어 상기된 표정이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예발표회를 이런 높은 수준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아가며 보았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 시작하는 순간부터 프로그램 진행 중에는 지도 교사중에서 어느 한사람도 앞에나와 얼쩡거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이 완벽하게 진행을 했다. 현장에서 직접 보지못한 분들에게는 도저히 그 감동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쨌거나 사실이었다. 

 

 

 깔끔하게 진행된 생방송이었다고 여기면 될 것이다. 자화자찬이 이 정도면 너무 심하다고 역겨워할 수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현장의 분위기를 어찌 글로 다 전달할 수 있으랴?

 

6학년 아이들 270여명 모두를 공연종목별로 지원하게 한 뒤 나누어서 연습을 했다. 나는 전체기획을 담당하면서 <놀부전>이라는 연극과 개그 프로그램 하나와 음악 연주 프로그램 모두와 무용을 맡아서 연습시켰다. 학급별로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형식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특별한 사정을 가진 환자 한명을 빼고는 모조리 다 무대에 올랐다.    

 

 

6학년 아이들이 공연 전문가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관중석 전체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품격을 갖추어 공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직생활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단계에서 어제만큼 가슴이 먹먹했던 경우도 드물었다. 

 

  

그 동안 학예회를 준비하며 기획단계에서부터 공연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모든 과정을 글로 써서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을 위해 그 기법을 하나하나 공개할 예정이다. 이 블로그 안에는 "내반아이 일류만들기"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거기에 써서 남길 생각이다. 물론 관련 동영상도 다 떠두었다.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개로 이루어진 공연내용 전체모습을 CD로 구워주면 안되겠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놀부전>을 공연한 아이들은 내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이다. 다른 반 아이 한명이 조연으로 끼어들었고 나머지는 모두 우리반 아이들이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육성으로 550여명 정도가 들어찬 강당 안을 압도했다. 18분동안 이어진 놀부전 공연에서 아이들의 번뜩이는 재치와 연기와 순발력에 학부모들과 동료교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아이들은 가르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깊이 깨달았다. 이런 재주를 가진 아이들을 시험꾼으로 전락시켜 나가는 교육정책을 보면 한없이 답답하기 그지 없고....

 

 

(혹시 글 내용중에서 교만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그럴 의도는 추호도 없으며 그런 마음 자세를 가진 위인도 못됩니다. 저는 지극히 어리석고 등신같은 시골 선생에 지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