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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선생이 배신감을 느낄때

by 깜쌤 2012. 10. 17.

 

 

평생을 선생으로 살다보니 별별 황당한 경험을 다 하게되었다. 요즘 들어 교직이 조금 인기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 잘난 교육관료들과 언론들의 무차별적인 공세에 교권이 땅에 떨어진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교사가 너무 힘이 없어보여 그런지 모두들 만만하게 보고 찝적거리는 일이 자주 있다.  

 

1. 첫번째 이야기

 

ㄱ선생님은 연세가 지긋하셨다. 정년퇴임을 얼마 앞둔 나이에 남들이 다 맡기 싫어하는 6학년을 가르치게 되었다. 군번으로 따지면 저학년을 가르쳐야 할 연세지만 모두들 저학년 담임맡기를 희망하면 고학년은 가르칠 교사가 없으니 학교안에서 정한 규칙에 의해 6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던 것이다. 천성이 밝고 아주 점잖으신 어른이신데 어느날부터 말이 없어지셨다. 궁금하기 짝이 없었지만 함부로 여쭈어보기도 그렇고 해서 안좋은 일이 있는가보다하고 짐작만 하고 살았다.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6개월쯤 뒤에 그분은 그간의 사연을 말씀하셨다. 1학기 중반 어느날 교장실에서 전화가 걸려왔기에 내려갔더니 이런 이야기를 꺼내시더란다. 

"ㄱ선생님, 선생님반 여학생들 너댓명이 며칠 전에 교장실을 찾아왔습니다. 일종의 민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아이들 이야기가......."

 

사연을 정리하면 대강 이렇다. ㄱ선생님 반에 아주 별스럽게 행동을 하는 여학생이 한명 있었다. 나도 대강은 아는 아이다. 내가 봐도 조금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던 아이인데 평소 자기와 친한 여학생들을 몰고 다니면서 자잘한 문제를 일으켰다. ㄱ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교실에서의 행동 또한 거칠어서 수업분위기를 깨는 일을 자주 만들어내기에 참고 참다가 어느날 불러서 꾸중을 했더란다.

 

 

 

여기에 앙심을 먹은 것이었을까? 그 여학생은 어느날 ㄱ선생님이 교무회의를 하러 간 시간에 자기반 여학생들을 모아서 종이를 한장씩 나누어 주고는 담임선생에 대한 불만 사항을 적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그 여학생 눈에 벗어날 경우 따돌림을 당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의아해하면서도 시키는대로 적었던 모양이다.

 

사건의 중심에 섰던 그 여학생은 그반 학생들이 제출해준 종이를 다 모아서 정리해서는 친구들 몇명과 함께 교장실을 방문해서 담임선생을 교체해달라고 요구를 했더란다.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서 찾아왔으니 민원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 교장선생님은 ㄱ선생을 조용히 불러 아이들이 정리해온 종이를 보여주셨는데 내용을 본즉 어이가 없어서 할말이 없더란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이어서 교장선생님도 그런 사유로는 담임선생을 교체해줄 수가 없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셨다는데 그 이후로 ㄱ선생은 교실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는 것이다. 아이들 얼굴을 볼때마다 배신감이 들어서 수업을 할 마음이 나지 않더라며 고개를 떨구셨다. 그게 언제적 사건이던가? 기억이 가물거린다.   

 

   

 

2. 두번째 이야기

 

ㄴ선생님은 조직직으로 반항하는 남자아이들 때문에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교사가 말한마디를 하기만 하면 보스역할을 하는 아이를 중심으로 고함을 지르는 것이다. 물론 몇명이 그렇게 한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중심이 된 아이가 무서워서 아무런 말을 못하는 상황이 별어진 것이고....  이유는 간단했다. 담임선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이 여린 마음을 지닌 담임선생을 만만하게 본 아이들은 교사가 입을 열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아이들말로는 ㄴ선생님이 너무 자기들 마음을 몰라준다는 것이다. 6학년 남자아이들은 축구라면 깜빡죽는 시늉을 한다. 시간만 나면 수업시간에 축구를 하자고 요구했다. 다른 수업시간을 희생해서라도 축구를 하자고 요구를 해왔으니 모두 다 들어줄 수가 없었다. 체육시간에는 당연히 축구를 해야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아이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체육시간마다 축구시합만 해야할까? 담임선생은 다른 내용의 수업도 해야하므로 아이들 요구를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 것도 아이들에게는 불만이었다. 결국 몇몇이 주동이 되어 담임선생을 왕따시키는 해괴한 경우가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ㄴ선생은 아이들만 보면 가슴이 떨려서 출근하기가 겁나더라는 것이었다.  

 

 

 

 

3. 세번째 이야기

 

ㄷ교감선생님은 아주 점잖은 분이셨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다 그렇게 여기는 것 같았다. 워낙 실력있고 점잖은데다가 인격적이어서 그분이 관리자로 있는 동안에는 교사들이 다른 학교로 전근가기를 희망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분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6학년 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졸업시킨지 십여년쯤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날 건장한 청년이 찾아왔더란다. 한눈에 봐도 예전에 가르친 제자임을 알아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반가웠으랴? 내입장에서도 졸업시켜 보낸 제자가 사회인이 되어 찾아오면 정말 반가운 법이다. 제자에게서는 술냄새가 제법 많이 났더란다. 어느어느 선생님이 맞느냐는 인사말이 끝나자말자 갑자기 청년은 주먹을 휘두르더라는 것이다.

 

이유인즉 '6학년때 당신이 날 때렸으니까 이제 복수하러' 왔단다. 청년이 되어 덩치가 커져 물리적인 힘으로 질 일이 없게 되었으니 <복수혈전>을 벌이러 찾아온 모양이었다며 씁스레 하셨다. 그 어른도 은퇴한지가 꽤나 오래 되었다. 

 

 

                  <글 속에 등장하는 사진은 특정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