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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학교에는 다양한 영웅이 필요하다 2

by 깜쌤 2012. 10. 3.

아이들을 자리에 앉힌 뒤에는 대회의 요령을 설명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진행요원들에 대한 안내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어제 글의 첫머리에서 아이들은 저를 무서워하면서도 재미있어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행사를 진행할때 딱딱하게 하면 아이들은 쉽게 지루해합니다. 그러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떠들게 되고 대회 진행이 어려워져서 이상한 모습으로 변질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퀴즈를 제출해줄 선생님을 소개하겠습니다. 한때, 세계적인 미모와 몸매를 자랑하며 수많은 총각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고, 거기다가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서 공부까지 끝내주게 잘함으로서 모든 동네사람들로부터 칭찬을 한몸에 가득 받았을뿐만 아니라 스카이대학교 입학 가능성을 보여주어 학교와 부모님의 기대를 듬뿍 받았던 여학생과 같은 반에서 공부를 했던 6학년 1반 김태희선생님을 소개합니다."

 

그런 식으로 소개를 하면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림과 동시에 우레같은 박수를 보내게 되어 있습니다. 남자교사를 소개할때도 비슷한 방법으로 소개해서 아이들의 웃음을 유발한다는 것이죠. 6학년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유머가 넘치는 교사를 좋아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반에서는 아이들이 정말 자주 웃음보를 터뜨립니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견해 가운데 한가지는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이 교사가 되면 아이들이 불행해진다는 것이죠. 말을 뒤집으면 교사에게는 유머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엄하게만 하면 아이들이 순종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엄하게만 하면 아이들은 반발하게 되어있습니다. 무섭게만 하면 아이들이 따를까요? 오히려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격리되어 아이들의 세계를 모르는 교사가 됨은 물론이고 원망과 원성을 듣게되어 언젠가는 곪아터지게 되어있습니다. 선생은 '엄하되 부드럽고, 무섭되 재미있어야' 니다. 그래서 교사라는 직업이 어려운 것입니다만 요즘은 공부만 잘하면 누구나 일류교사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군요.

 

교사는 순간적인 기지가 굉장히 필요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힘들어하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그런 순간을 그냥 넘기면 곤란합니다. 적당히 한번씩은 웃기되 엄할때는 엄하게 해서 분위기를 다잡아야 합니다. 설명은 자세하게 하되 알아듣기 쉽게 해야하고 유머감각을 길러 웃음을 유발하되 지나치지 않도록 조절해서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말은 이렇게 쉽게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굉장히 어려운 기법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진행요원 안내가 끝난 뒤에는 규칙을 설명합니다. 교사가 설명을 했다고 해서 아이들이 다 알아들은 것으로 착각하면 곤란합니다. 위치와 장소를 설명할때는 구체적으로 해야합니다. 이번에는 OX 문제를 초반에 내고 그 다음에는 사지선다형 문제를 내었습니다. 사지선다형 문제를 낼때는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1번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어느어느 선생님이 서계신 곳으로 가면 됩니다. 거기가 1번입니다. 2번 답을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어느 선생님이 서 계신 위치로 가면 되고....."

 

도움을 주는 선생님들과 사전에 의논을 해두지 않았다면 즉석에서 선생님들의 위치를 정해주면 모양새가 납니다. 4지선다형 문제를 내어보았는데 아무런 혼란없이 잘 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위 사진은 2번 답을 선택한 아이들의 위치를 나타냅니다. 가서는 반드시 자리에 앉도록 해서 마음대로 떠들고 장난을 하는 것과 이동하는 것을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아이들이 앉아있는 상황에서 다음 문제를 출제한다는 것입니다. 이동을 할때 절대로 뛰지못하도록 주의를 주어야 합니다.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책을 좀 읽었다고 생각되는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것을 막기위해서 처음 시작할때 그런 행동을 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이야기해주면 좋습니다. 

   

 

몇번을 하면 탈락자가 생깁니다. 강당의 구조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아이들을 이층에 올라가도록 하면 교사의 눈밖에서 벗어나 통제하기가 힘들어지므로 바닥에 그어놓은 일정한 선 뒤로 가서 앉도록 하면 쉽게 해결됩니다. 이때도 반별로 위치를 미리 정해주면 편리합니다.

 

말은 이렇게하지만 실제로 탈락한 아이들이 점잖게 앉아서 대기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도 말한마디에 해결납니다. 탈락자들이 앉아있는 태도를 보고 패자부활전 기회를 주겠다고 말하면 반응이 달라질 것입니다. 아이들은 작은 이익에도 목숨을 건다는 사실을 파악해두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오랜 기간동안 6학년 담임을 하며 알게된 사실인데 첫번째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체면깎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점잖게 표현하면 무슨 뜻인지 잘 모를 수도 있으므로 아이들이 쓰는 표현대로 하면 "쪽 팔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입니다. 떠들고 장난치고 마구 까불고 함부로 행동하는 아이는 앞으로 불러내서 세워만 두어도 효과 만점입니다. 따로 잔소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두번째는 점심시간에 급식 순서가 뒤로 쳐지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먹는 것에 약합니다. 만약 퀴즈왕 선발대회 시간이 4교시에 진행된다면 태도가 나쁜 반은 제일 늦게 교실에 가게 될 것이라고 해보십시오. 아이들 태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남들이 맛있게 먹을 동안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정말 못견디죠. 아마 연수에 참석한 선생님들도 강사가 점심시간 직전의 강의시간을 오래 끌면 틀림없이 짜증을 내게 될 것입니다.

 

 

세번째는 집에 늦게 가는 것입니다. 남들이 다 집에갈때 혼자 교실에 남는 것은 고문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괴롭습니다. 아이들 심리가 그렇습니다. 선생님들도 퇴근시간이 늦어지면 은근히 짜증나지 않던가요?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안다는 것은 그들을 능숙하게 다루는데 큰도움이 됩니다. 탈락한 아이들이 바르게 앉지 않을때 써먹을 있는 기법을 위에서 이야기드렸습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을 가지고 나오면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손자병볍에는 너무나 유명한 문장이 등장합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입니다. 흔히들 지피지기백전백승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이 교사의 적은 아닙니다만 그들의 행동특성과 심리상태를 모르면 아이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을 상대한다는 것! 보기보다 정말 쉽습니다. 이런 요령을 깨닫지못하면 평생토록 아이들에게 휘둘려 골치깨나 앓게되면서 "요즘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식으로 자기합리화와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다가 교직생활을 마치게 될 것입니다. 

 

 

대회를 진행하는 중에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학교 육상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아이가 사지선다형 문제에서 혼자서만 다른 정답을 찍어 외톨이로 서있게 되었습니다. 아주 뛰어난 기능을 가진 운동선수여서 시내대회에서는 1등을 도맡아놓고 하는 아이인데 혼자 다른 판단을 한 것이죠. 1대 전체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럴때 교사는 멋진 멘트를 해서 긴장상태로 몰고 갑니다.

 

"아, 여러분! 아주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여러분이 한방에 다 떨어질지 우리 학교가 자랑하는 육상선수 상대(물론 가명입니다)가 혼자 남아서 최종승리자가 될지 이 문제의 정답에 따라 결판나게 되었습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정답은?"

 

정답 발표결과 전체아이들이 맞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떨어진 아이의 입장은 극도로 머쓱해지는 순간입니다. 이때 교사의 말한마디가 아이를 영웅으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방금 탈락한 상대(물론 가명입니다)를 우습게 보면 곤란합니다. 우리가 가을체험학습에 가서 즐길 동안 상대는 시대표선발 육상대회에 나가서 전체에서 1등을 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 시 대표로서 도대회에 나가기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격려의 박수를 보냅시다."      

 

강당에는 아이들의 박수소리와 함성이 가득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