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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학교에는 다양한 영웅이 필요하다 3

by 깜쌤 2012. 10. 5.

아이들 세계는 단순해서 법보다는 주먹이 우선입니다. 질서와 법의식과 도덕과 정갈함보다는 폭력과 거침과 난폭함과 반항이 미덕으로 자리잡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른바 '잘나간다'는 아이들이 학교의 영웅 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아이들이 날뛰는 것을 방치하면 학교분위기는 순식간에 엉망으로 변해버립니다.

 

이문열씨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허구속의 세계일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우리 주위에 존재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담임선생이 아이들 세계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장악하지 못하면 그런 세상은 언제든지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내가 가르치는 우리 교실에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참된 영웅은 멋진 인격에 의한 진정한 용기가 밑받침되어야 하는 법이지만 아이들 세상에서는 소영웅주의가 더 빛을 발하는 법이어서 반항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아이들이 영웅대접을 받는 경우가 정말 흔합니다.      

 

흘러간 세대의 사람들은 공부를 잘 하는 아이라고 하면 몸이 버썩 마른 약골에다가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 왕초격인 아이를 친구로 두거나 은근한 보호자로 두고있는 나약한 이미지를 그려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이런 인식은 바뀌어야 합니다. 진정한 영웅은 공부를 잘하면서 스포츠로 몸을 단련하여 정정당당함을 밑에 깔고 있는 그런 아이들이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서구식 교육이 다 옳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도 잘면서도 운동도 잘 하고 그러면서 리더십이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영웅으로 대접을 받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공교육과 사교육 현장을 전전하며 다양한 활동없이 공부만 파고 들도록 만드는 현재와 같은 이런 분위기는 어떤 일이 있어도 타파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부는 전혀하지 않고 잔인함과 폭력으로 무장한 아이들이 그들 세계에서 대접받는 일도 당연히 없어야 할 것입니다.

 

골든벨을 울려라와 같은 대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계획해놓은 행사를 치뤄내기 위한 행사로만 끝내버리면 조각난 단편지식을 머리속에 쌓아놓은 아이를 뽑는 대회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아무리 선한 뜻으로 실시한 대회라고 해도 교육적인 효과를 도모하지 않는 행사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죠. 하나의 행사를 통해 다양한 교육적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야말로 교사가 지향하는 바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교사가 일방적으로 책 몇권을 선정해주고 읽어라고 우기는 것은 일종의 횡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2학기 6학년 국어교과서에 등장하는 문학영역의 글 속에서 문제를 출제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재량활동 시간에 다루어야 할 내용으로 만들어진 독도교과서 속에서도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6학년 1학기에는 황순원님의 작품 <소나기>를 가지고 드라마를 만든 내용을 가지고 공부하는 부분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의 정서를 순화한다는차원에서 그 작품만은 원작을 읽도록 요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꽤 많은 문학작품들이 등장하게 되더군요.    

 

 

어느 정도 아이들을 추려낸 뒤 스무명을 남겼습니다. 이제 남겨진 아이들을 데리고 주관식 문제에 도전할 차례입니다. 하지만 이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떨어진 아이들에게 멋진 태도를 보여주면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약속을 했으므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교사는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킨다는 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만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무서워하고 지시하는 말에 순종합니다.그 사실을 절대로 잊으면 안됩니다. 아이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준다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중국인들은 주머니 속에 돈이 없으면 거지 생활을 해서라도 먹고 살수 있지만 신용을 잃으면 세상이 끝난다고 여깁니다.

 

 

관우가 중국에서 신적인 존재로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가 신의의 사나이였기 때문입니다. 관우의 행적에 대해서는 과장된 면이 있긴 하지만 신의를 지킨 사나이라는 후세의 평가를 받는 이유 정도는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기회를 한번 더 주었습니다. 전체를 대상으로 하되 특별히 어려운 문제를 내어서 최후의 이십오인 속에 포함될 기회를 준 것이죠. 쉬운 문제를 내면 엄청난 숫자가 살아서 복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대회진행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는 비극(?)을 맞게 되므로 실력자를 골라낼 수 있는 어려운 문제를 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이번에 황순원님의 <소나기>는 원문을 찾아서 읽어두도록 특별히 미리 예고를 했습니다. 그 속에서 한문제를 내겠습니다. <소나기>라는 작품 속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행정구역은 어디일까요? 개울가 같은 그런 장소가 아닌 시군의 이름을 묻고 있습니다."

 

자신만만하게 손을 든 아이가 한명 있었는데 앞으로 불러내서 마이크에 대고 직접 답을 말하도록 했습니다. 오늘 이대회의 목적은 최후의 한사람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많이 읽은 다수의 아이들을 골라서 상을 주고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소속된 반과 이름을 스스로 소개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정답을 말하도록 한 것이죠. 

 

 

 

정답은 경기도 "양평" 입니다. 경기도 양평에는 소나기 마을이 있을 정도입니다. 참고로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www.소나기마을.kr/

 

그런 식으로 어려운 문제를 내어서 맞힌 아이들을 5명만 되살려냈습니다. 전체 아이를 대상으로 하여 기회를 다 주었다는 사실을 거듭 상기시켜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다음 행사를 하거나 함께 모일 일이 생겨도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르게 되고, 신사숙녀다운 점잖은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들어온 아이를 포함해서 스물 다섯명만을 데리고 주관식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정답 판정은 선생님들이 한줄씩 맡아서 했습니다. 최후의 이십오인은 아이들 이름을 미리 다 적어서 시상할때 편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작은 영웅 스물 다섯명을 만들어낸 것이죠.

 

 

다른 학교에서도 이 정도의 대회는 쉽게 치루어낸다는 것 정도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조용하면서도 깔끔하게 물흐르듯이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문제풀이 과정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교육적인 효과를 극대화하여 필요할때마다 작은 영웅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다 아는 사실을 두고 시건방을 떤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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