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이 날 부르고 계셨다. 나는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게로 들어갔다.
그분은 사회적 기업에 연관된 일을 하고 계시는가보다.
시골할머니들이 직접 체취한 도토리로 만든 묵을 내어오셨다. 젓가락으로 찔렀보았더니 갈라지지도 않았다. 그렇다. 진짜 도토리묵이다, 밀가루를 넣지않은 진짜 전통묵 말이다.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요즘은 어딜 가나 커피가게가 많이 보인다.
마침내 불국사 주차장이 보이는 곳까지 올라왔다.
상가도로에는 휴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나는 깨끗한게 좋다. 깔끔하고 정갈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구질구질하고 지저분한 것은 죽기만큼이나 싫어한다. 사람도 담백한 사람이 좋다. 구리지 않은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자전거를 끌고 가서 불국사 주차장 한구석에 세워두었다.
불국사 정문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조금만 걸었다. 오늘 내가 불국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것은 불국사를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절 주위로 단풍이 어느 정도 들었는지 살피는게 주목적이다.
10월 말경과 11월 초순이면 제법 단풍이 곱게 물들 것이다.
햇살이 따스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나무 그늘을 찾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얼추 분위기를 살핀 나는 자전거를 타고 보문관광단지로 향하는 길을 달렸다.
오른쪽으로 자그마한 골프장이 보였다.
내 평생에 골프채를 잡아보는 일이 생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 그럴 일은 없지 싶다. 설혹 골프를 즐길 정도의 여유가 생길지라도 나는 걸어다닐 것이며 자전거를 탈 것이며 트래킹을 즐길 것이다. 프랑스에서부터 출발해서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어야 하고 네팔에 가서 히말라야 산밑을 따라가는 트래킹도 해야한다.
보문으로 가는 자전거 길에는 나락을 깔아서 말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차도로 내려서야만 한다.
도로가 좋아서 그런지 차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나는 하동 저수지를 살펴보고 싶었다.
저수지 상류쪽으로는 그럴듯한 펜션들이 자리잡았다.
보문으로 가는 길은 살짝 오르막이다.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약간 힘이 들긴 든다. 하지만 버티면 된다. 안되면 나처럼 자전거를 끌고가면 된다.
도로가로 예쁜 음식점들이 많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길이다.
이제 조금만 더 올리가면 고개마루가 된다. 그다음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마침내 내리막길을 달리게 되었다. 위험하므로 브레이크를 잡아가며 달린다. 앞에 신라촌이 보였다.
신라촌을 지나고 엑스포장을 지나 보문관광단지로 접어들었다.
사륜 모터바이크를 모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보문관광단지는 그냥 지나친다. 굳이 들어가서 시간을 보낼 일이 없다. 한두번 와보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호수가를 돌아 보문호 둑부근의 도로를 지나는 중이다. 분홍색 캐시미어 담요를 펼친듯한 식물을 만났다.
신비롭기 그지없다. 이 포근함은 또 어쩌랴?
뒤로 남겨두고 가는게 아까울 정도였다.
이제는 도로가로 닦아놓은 자전거 도로를 달린다. 도로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작은 꽃밭이 있다. 패랭이꽃을 닮은 자그마한 꽃들이 익어가는 가을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더 늦으면 즐길 수조차 없게 되리라.
푸르름을 자랑했던 잔디밭 축구 경기장도 이젠 색깔이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다, 이게 인생이다.
아침 아홉시부터 자전거를 탔다. 벌써 4시 반이 다되어간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탄 셈이다. 사람을 만나고 쉬고 놀고 밥을 먹고......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광을 즐기고...... 가진것 없는 자의 소박한 하루는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 경주에서의 자전거타기! 그대가 머리속으로 막연히 상상하기보다 더 멋진 체험이 될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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