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경주시내에서 불국사까지 갔다가 시내로 돌아오고 싶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이 가을로 가득했으므로..... 다른 이유는 없었다.
위의 지도를 눌러보면 크게 뜬다. 크게 해두고 보는게 유리하다. 나는 시내를 출발해서 남산기슭의 통일전 앞을 지난 뒤 불국사역을 거쳐 불국사로 갔다가 보문관광단지를 거쳐 시내로 돌아올 생각이다. 실제로 그렇게 돌아다녔다.
황룡사지 앞을 지났다.
경주고등학교부근에서 박물관쪽으로 가는 도로가에는 최근들어서 낮으막하게 철구조물을 만들어 설치하고 있었다. 자전거도로로 쓰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라시대때 여기에는 민가가 들어차있었던 모양이다. 그 가운데는 절도 많았을 것이다. 대표적인 절이 황룡사다.
박물관을 지나 통일전으로 향하는 중이다. 울산에서 포항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에는 워낙 화물트럭 통행량이 많아서 도로로 내려서면 안된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이 경주남산이다.
들판에는 가을이 마구 무르익었다.
화랑교육원 앞을 지나서 들판길로 들어섰다. 시내에서부터 내가 거쳐간 길을 표시하면 아래의 그림지도처럼 된다.
위의 그림 지도도 클릭해보면 크게 확대되어서 나타날 것이다.
화랑교육원을 지나면 너른 벌판이 펼쳐진다. 나는 도로를 놓아두고 농로로 접어들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토함산 자락이다. 벌판을 지난 나는 7번 국도를 따라가지 않고 계속 들길을 택해 달렸다. 간간이 시골 마을을 지나게 된다.
메밀 줄기가 빨갛게 변한채로 말라가고 있었다.
고추잠자리 몸통마냥 빨갛게 물이 들었다.
어떤 곳엔 벌써 추수를 끝내기도 했다.
들판 한가운데 교회가 보였다. 교회의 뾰족탑이 하늘에 소망을 둔 인간들의 간절한 염원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조양지옆을 지나게 되었다. 조양지는 불국사 기차역 앞 벌판 한가운데 있는 저수지 이름이다. 교회 옆을 지날때 그녀가 생각났다. 내가 말하는 그녀는 이 부근에 사는 제자를 의미한다. 그녀의 나이도 벌써 마흔이 넘었다. 전화를 했더니 반갑게 받아주었다.
머리를 감다가 전화를 받았단다. 시간이 난다길래 불국사역 부근에서 다시 전화를 해서 만날 장소를 잡기로 했다.
하늘과 땅사이에는 가을 기운이 가득한 가운데 쓸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는 제법 많다. 그녀가 대표적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모두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산다. 헐벗고 굶주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사연이 스며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난에서 오는 고통을, 많이 가진 자들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러니 하층민의 신산한 삶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나는 마음을 추스렸다. 지금은 풍요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불국사 기차역 부근에서 건널목을 건넜다. 부전으로 내려가는 새마을호 기차가 굉음을 울리며 지나갔다. 지키는 사람이 없는 건널목에서 요란스레 종소리가 울렸다.
불국사 정거장 앞에는 광장이 있다. 얼핏보면 용머리처럼 보이는 조각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품 주위로는 멍석 대신으로 검은 비닐을 깔고 나락을 널어두었다.
나는 광장 구석의 벤치에 앉아서 그녀를 기다렸다. 부근에는 커피숍조차 없어서 편의점에 가서 캔커피를 사왔다. 그리고는 따가운 가을 햇살을 즐기며 그녀를 기다렸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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