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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교육대학교에 왜 가려고 하시오? 1

by 깜쌤 2012. 9. 25.

 

최근 한 십여년동안 교육대학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듯 하다. 제법 공부를 한다고 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육대학교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세상이 달라져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1960년초까지만 해도 시골의 가난한 수재들이 고등학교 수준의 사범학교를 지원했다. 변변한 직업이 없던 시절이라 졸업을 하기만 하면 초등교사로 곧장 발령이 나는 사범학교(사범대학교가 아니다)의 인기는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들었다.

 

1960년대 초중반에 만들어진 교육대학들은 197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는 남학생들의 외면을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인기가 별로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은행과 교사, 공무원외에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초등학교 선생을 지원하는 남학생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남자입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급기야는 남교사를 확보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군입대면제같은 조치까지 나왔다. 재학중에 군사교육을 받고 여름방학때마다 병영에 입소하여 기본훈련을 받는 조건으로 군복무를 면제해주되 대신 7년동안은 반드시 교사로서 복무하도록 했다. 7년을 못채우고 사직하면 강제징집을 당해 현역으로 복무를 하도록 했다.    

 

그래도 한동안은 교사가 부족하게 되자 이번에는 고등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여 일정기간동안 교육을 시켜 교사로 발령을 내기도 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국가의 교원수급계획이 얼마나 엉터리였던가를 짐작케 해주는 좋은 증거가 되었던 것이다.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전문직으로 여기지 않고 단순한 지식전달자로 생각을 해서 누구나 쉽게 가르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시각으로 보았으리라. 

 

 

초등교육을 바라보는 정부관료들의 시선은 고작해야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초등교육에 대한 홀대와 멸시와 백안시가 아무리 심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럴 수는 없는 것이었다. 고도경제성장시대가 끝나고 사회구조가 정착되어가면서 교직에 대한 세인의 평가가 새삼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후의 일이 아닌가 싶다.

 

1997년 11월, 12월에는 우리나라 경제에 위기가 닥쳐 국가부도라는 듣지도보지도 못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 일보작전까지 몰렸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혹독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회사마다 조기퇴직 바람이 불면서 일반 국민들은 공무원과 교사라는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매우 안정적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 모양이다. 

 

 

경제가 회복되고 삶의 질을 따지는 시대가 오면서부터 초등교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다른 직장에 비해 안정적이고 여성들도 쉽게 할 수 있으며 정년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등교사와 대우면에서도 차별이 없어지면서 매력적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름대로 공부를 잘하는 수재들이 교직으로 슬금슬금 몰려드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너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교직을 택하겠다고 해서 교육대학교에 지원하는 것이라면 나는 백번이든 천번이든 나서서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라도 말리고 싶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른 직장에 비해 근무하기 편하기 때문에 초등교사를 하고 싶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그것은 중등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생명을 지닌 사람을 기르는 직업이다. 지식전달자로서 돈을 벌어 경제적인 강자가 되고 싶다면 사교육 시장으로 진출할 일이다. 내자식이 귀한 만큼 남의 자식도 귀한 존재이므로 내 자식을 길러낸다는 그런 희생정신사명감소명감봉사정신책임감이 없으면 교직의 길로 발을 내딛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다.

 

초등교사! 쉽게 생각하면 엄청 쉽게 여겨지는 직업이다. 가르치는 내용도 쉽고 아이들도 약하고 어리니 마음대로 될 것 같지만 그건 착각이다.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가? 모든 국민이 학생인권에 늦게나마 눈을 뜨면서 체벌을 못하게 하니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 가르치기를 어려워한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교사직을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깊은 수련을 통한 고결한 인격으로 아이들을 감화시킬 수 있어야하고 도덕적으로 건강함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며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폭넓게, 그러면서 깊게 가르치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아주 쉽게 생각하면 그런 것 안따지고 해도 된다. 보통사람처럼 놀아가며 그럭저럭 버텨도 되긴 된다. 

 

 

노력한만큼 남들이 잘 알아주지도 않고 크게 성장할 기회도 별로 없는 것이 교사라는 직업이다. 교직생활을 하며 힘과 권력을 찾고싶다면 처음부터 다른 길로 가는게 옳은 일이다. 결국 그리 만만한 직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적어도 내생각은 그렇다. 교육대학교를 지원해서 초등교사를 하려고 하는가? 우선 한마디만 물어보자. 내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원하시라. 하지만 먼저 알아두어야 할것이 있다. 교육대학교 졸업후에는 임용고시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음을

 

일신의 안락을 위해서, 편안한 인생을 위해서, 다른 직장에는 없는 방학을 이용해서 여행이나 다니며 그럭저럭 월급이나 받아서 한평생 편안히 살아가기 위해 교직을 택한다면 학교현장에서 실패할 가능성은 백퍼센트다. 결국 끝머리에는 교직에 대해 심한 환멸을 느끼게 되고 아이들을 다루지 못하는 무능교사가 되며 교사의 기본인 수업공개조차 부담이 되어 적성 운운하며 불평과 불만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교사들이 남의 집 귀한 아이들을 망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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