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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학교에는 다양한 영웅이 필요하다 1

by 깜쌤 2012. 10. 1.

아이들은 저를 무서워하면서도 재미있어합니다. 다른 반 교실이 아무리 시끄럽더라도 다가가서 창문너머로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으면 어느 순간엔가 쥐죽은듯이 조용해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카리스마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이들을 다루는 요령을 아주 약간 터득(?)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와 함께 하는 합동체육시간이나 다른 시간들이 은근히 기다려진다는 아이들도 제법 됩니다. 아주 대놓고 자기 자랑을 해댄 것 같아서 송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지난 9월 27일 목요일에 실시했던 "도전, 독서왕 선발대회"의 마지막까지 남은 최후의 1인과 체육관 분위기를 나타낸 장면입니다. 잘 알다시피 지상파 방송국의 "골든벨을 울려라"와 비슷한 컨셉으로 마련한 대회죠. 대회를 어떻게 진행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오늘은 대회를 진행한 요령과 대회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수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나갈까 합니다.

 

 

아이들을 강당이나 운동장에 모을때 그냥 "몇시까지 어디로 모여라"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툭 던지는 교사는 무책임과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다루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단순하게 지시를 하는 습관을 들이면,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능숙하게 통제하는 기술 습득은 은퇴할 때까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입니다. 교사는 절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서 안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강당에서 <도전! 독서왕 선발대회>를 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현재시간이 10시 29분이므로 여러분들은 일단 화장실을 다녀온 뒤 34분경에 남자 한줄, 여자 한줄로 복도에 모여야 합니다. 반드시 입을 다물고 모이되 강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실내화가 필요하므로 실내화 주머니를 손에 들어야 합니다. 줄이 다 만들어지면 여학생들이 먼저 계단을 내려갑니다. 계단을 올라갈때는 남학생들이 먼저 올라가는 것이 예의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겠지요? 이유는 잘 생각해보면 됩니다. 현관에서 차분하게 실내화를 갈아신은 뒤 다시 줄을 서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강당으로 가기 바랍니다. 강당 입구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신발을 신발장에 넣은 뒤 무대 앞에가서 반별로 남자 한줄 여자 한줄로 서야합니다. 오늘 6학년 선생님들의 회의에서 그런 식으로 줄을 서도록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얼마나 잘하는지 봅시다."

 

교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의무를 다한 것으로 착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집중하지 않은 아이들은 지시사항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하므로 태도가 나쁜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이름을 불러 방금 말한 내용을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수! 너는 선생님이 주의할 점을 이야기할때 잘 안듣는 것 같았으므로 확인하는 차원에서 내가 질문을 해본다. 몇시에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모여 출발한다고 했니?"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해서 대답을 못하면 따끔하게 꾸중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확인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교사의 이야기에 항상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이죠.

 

 

대회를 하기 전에는 당연히 동학년 선생님들의 회의를 통해 역할분담을 충실하게 해두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집합시키는 것은 누가 하며 미리 출제해놓은 문제를 누가 읽을 것이며 줄은 누가 잡으며 징은 누가 울린다는 식으로 세밀하게 확인을 해두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대회를 주관하는 교사는 아이들을 강당에 집합시킬때도 담임교사가 직접 아이들을 인솔해서 데려오도록 부탁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강당은 교실에서부터 떨어진 운동장 한쪽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강당에서 모여라는 식으로 해버리면 아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떠들게 됩니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놀다가 늦게 들어오는 것은 기본이고 교사가 늦게 입장할 경우에는 강당안이 통제불능상태로 빠지게 되는 것이죠.

 

방송반 아이들이 있다면 미리가서 마이크를 준비해두도록 시켜두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이번 경우같으면 유선으로 연결된 마이크가 한개, 무선 마이크 한개를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이 실내에서 마음대로 떠들 경우 마이크가 작동하기 전이라고해서 가만히 있으면 곤란합니다. 그때는 교사가 호루라기 소리와 손신호로 통제를 하며 아이들을 장악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강당에 다 들어오면 반별로 앉히는 것이 통제하기에 편합니다. 그 정도는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강당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입을 다물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직접 데리고 들어오면 처음부터 조용해진 상태가 됩니다. 그다음에 전체를 지휘하는 교사가 아이들을 넘겨받아 통제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무대에 올라온 교사가 마이크를 들고 통제를 하면 담임선생님들은 물러나주는 것이 좋습니다. 괜히 담임선생님들이 나서서 여기저기에서 호루라기 소리를 내고 말을 걸고 주의사항을 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됩니다. 마이크를 잡고 전체를 지휘하는 선생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이들 통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아이들 입장이 끝나고 줄을 다 서게되면 일단 자리에 앉힙니다. 정말 중요한 기법입니다. 자리에 앉힌다는 것! 그게 왜 효과적인지는 직접 실험을 해보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아이들을 자리에 앉도록 하면 교사는 한눈에 아이들을 다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아이들은 지휘하는 교사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잇점이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무시하고 설명부터 해나가는 우를 범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자리에 앉힐때도 그냥 앉도록 하면 곤란합니다. 앉히기 전에 일단 줄을 맞추어서 세웁니다. 좁은 간격으로 앞으로 나란히 정도만 하면 공간이 충분히 확보됩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6학년이 9개반이므로 남학생 1줄, 여학생 1줄로 세우면 뒤쪽 길이와 옆 폭이 적당해져서 한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런 뒤에 앉히면 앉으면서 뒤로 물러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앉을때 개인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 아이들이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보이면 망설임없이 다시 일으켜세웁니다. 그런 뒤 따끔하게 꾸중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합니다.

 

"6반 아이들만 한꺼번에 대답해보기 바랍니다. 여러분반은 모두 몇명입니까?"

"(큰 소리로) 30명!"

 

아이들은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럴때 교사가 그대로 넘어가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장악하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도 무엇이 잘못된 것인줄 모른다고요? 그러므로 교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말이죠.

 

교사는 아이들에게 존대말로 묻는데 아이들은 철저하게 반말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열을 내어 너희들이 왜 반말하느냐는 식으로 화를 내면 아이들을 다룰줄 모르는 선생이 되는 것이죠. 저는 이렇게 합니다.

 

 

"30명이라고? 알았다. 이번에는 5반(제가 가르치는 반입니다)에게 묻는다. 5반 아이들만 대답하기 바란다. 5반은 전체가 몇명이니?"

"30명입니다."

"이번에는 다시 6반에게 묻는다. 6반은 전체가 몇명이니?"

"30명!"

"몇명?"

"(잠시 멈칫하다가 반 정도가)30명입니다."

"(약간만 더 큰 소리로) 몇명이라고?"

"(이번에는 전체가 한꺼번에)30명입니다."

"그래, 잘 했다. 아까 대답할때 여러분들은 선생님께 반말을 했다. 옳바른 태도가 아니었다. 5반 아이들의 대답을 듣고 자기들의 잘못을 깨우치고 '삼십명입니다'라고 대답한 여러분들은 정말 훌륭하다. 사람은 예절을 알아야만 한다. 그러면 다시 이야기한다. 아까 선생님이 여러분들에게 분명히 좁은 간격 앞으로 나란히를 시켰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내 말뜻을 잘못알아듣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지 못해서 다시 일어서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생각하기 바란다. 좁은 간격 앞으로 나란히!"   

 

그러면 아이들은 뒤쪽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무엇이든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공간이 확보된 것을 확인한 뒤 자리에 앉힙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교사는 말로서 수백명 아이들을 통제하는게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발전하면 손동작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는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죠. 작은 것부터 철저하게 하나씩 치밀하게 접근해 나갈때 아이들은 교사에게 머리를 숙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제가 <학교에는 다양한 영웅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것과 관련지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사가 설명할때 유난히 집중해서 말을 잘 듣는 아이를 한명 선택합니다. 그 아이가 왕따 기질이 있어서 다른 친구로부터 돌린다는 느낌이 드는 아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이름을 몰라도 관계없습니다. 이렇게 불러내면 됩니다.

 

"8반! 손들어보세요. (아이들이 손을 들면)으흠, 거기 있구나. 남학생줄 뒤로 가면서 번호!"

"하나, 둘 셋...... 아홉!"

"그래 아홉번째 학생, 앞으로 나와서 무대로 올라온다. 지금 당장!"

 

그렇게 말하면 다른 아이들은 모두 아홉번째 아이가 오늘 걸려서 혼나는구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게 될것입니다. 마음 속으로는 평소에 매일 따돌림당하더니 오늘은 기어이 깜쌤에게 걸려 된통 당하게 되니 고소하다는 식으로 여길지도 모릅니다. 무대에 올라오면 옆에 오게 해서 반전상황을 만들어줍니다.

 

"(일부러 재미있게 하기 위해)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고?"

"김왕대입니다."

"왕대는 오늘 선생님이 설명할때 가장 멋있는 자세로 집중해서 들었다. 나는 왕대의 놀라운 집중력과 단정한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칭찬해주기 위해 올라오라고 한 것이다. 여러분들은 왕대의 훌륭한 점을 오늘 처음 알았지? 이럴때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동작은 뭘까?"

 

눈치빠른 아이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 그동안 학교생활에서 친구들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왕대는 세상 살맛이 생긴 것이죠. 이후로 복도에서 왕대가 선생님께 어떤 반응을 보일것인지는 짐작해보시기 바랍니다. 한번 모일때마다 한사람씩 작은 영웅을 만들어나가도 아이들 세상은 멋진 분위기로 바뀌어갑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 이어집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