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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무엇이든지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하도록 만들자 2

by 깜쌤 2012. 9. 16.

저번 글 끝부분에 카리스마 이야기를 잠시 했습니다. 카리스마! 사람에게서 묻어나는 묘한 압박감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리는 매력! 내 나름대로 정의해본 말입니다. 교사에게는 카리스마가 필요합니다. 카리스마를 가지지 못한 교사는 수업이나 생활지도 양쪽 면에서 고전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되면 어쩔 수 없이 자기자랑(?)을 늘어놓기 마련입니다. 미리 솔직하게 밝혀둡니다만 그럴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이글을 쓰는 깜쌤이라는 사람도 이제는 서서히 은퇴를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기습니다. 그러기에 제가 체득한 노우하우를 공유하면서 여러 선생님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을까 싶어 쓰는 것이지 잘난 척하기 위해서 글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몇년전 어느 신문에 '교사들의 꽃은 교장'이라는 식으로 쓴 기사가 났습니다. 저는 그 글을 보면서 정말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승진을 해서 교장이 되면 성공한 인생이고 평교사로 은퇴를 하면 실패한 인생으로 보는 사회의 시각도 문제지만, 사회에 영향력이 큰 언론매체까지 앞장서서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속물주의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길래 많은 선생님들이 정년이 되기 전에 명예퇴직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듯 합니다.   

 

이야기가 조금 옆으로 새버버린듯합니다만 어찌되었든 능력있는 교사로 현장에서 평생을 보낸 것은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자기나름대로 아이들을 다스리는 기법을 터득하여 명품(名品)수업, 명품생활지도를 할 수 있다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난 9월 초순, 9개 학급의 6학년 아이들을 강당에 모았습니다. 9개학급이라면 270명입니다. 사진을 보면 위에 보면 무대위에 올려진 의자가 하나 보일 것입니다. 거짓말을 약간만 보태서 이야기를 하자면 무대 위 의자위에 제가 올라가서 딱 앉기만 해도 아이들은 쥐죽은듯이 조용해집니다. 그런 장면을 처음 보신 선생님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운동장 조회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회대에 제가 모습을 들어내면 운동장에 흩어져 놀던 6학년 아이들이 슬금슬금 모여들어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이 아이들은 저와 한학기를 보내며 함께 시간을 보낸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큰 소리할 필요없이 작은 소리로만 이야기를 해도 잘 알아듣습니다.     

 

 

아이들을 다루는데는 고함을 지를 필요가 없습니다. 방송반 아이를 시켜 미리 마이크를 내어놓게 하고 앰프를 작동시켜 둔터라 무대위에 올라서서 마이크를 손에 쥐고 속삭이는 정도로 말을 해도 척척 행동으로 옮겨줍니다. 손짓으로 해도 아이들은 행동으로 반응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처음 보는 아이들도 가능하냐고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성능좋은 마이크와 스피커만 있다면 초등학교 6학년 10개반 정도의 아이들은 10분에서 15분 정도만지휘를 하면 휘어잡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어느 학교에 가서도 최근 20여년간은 그렇게 했습니다.   

 

 

혹독하게 얼차려(기합)를 시키고 윽박지르고 고함을 지를 필요가 없습니다. 말로 해도 됩니다. 정말 필요하다면 가벼운 체조 동작 몇개 정도는 필요할지 모릅니다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말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교사가 그런 정도의 능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만 있으면 학급경영하기는 정말 쉽습니다. 교사가 초등학교 아이들을 변화시켜나가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라고 봅니다.  

 

저를 자세하게 모르는 선생님들은 제가 아이들을 엄청나게 압박하며 괴롭히는 줄로 오해를 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다루는 모습을 본 분들은 그런 오해를 풀었습니다만 아이들이 학교 오는 것을 즐겁게 여기고 학교생활 하는 것을 재미있게 여기도록 만들어나가는 것이 교사의 본분과 능력이 아닐까요? 

 

 

강당에 아이를 모은 이유는 아이들이 출연하기를 원하는 학예회 부서를 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이든지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하도록 만들자'라는 것이 이 글의 핵심내용 아니겠습니까? 보통 학급수가 많은 큰 학교의 학예회라고 하면 학급별로 하거나 학년별로 개최할 것입니다. 학년별로 할 경우 반별로 무대에 출연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듯이 여기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것은 교사의 편의위주로 진행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지원을 하도록 한 뒤 숫자를 조정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한번씩은 무대에 다 오르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합니다. 악기연주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를 원하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오디션을 겸한 모임에서 조용히 앉아 바이올린 연주소리를 들어본 아이들은 우렁차게 박수를 보내더군요. 강당속에 모여든 아이들 270명 이상이 조용하게 앉아서 듣는 멋진 바이올린 소리 한자락! 상상만해도 해도 멋지지 않습니까?

 

 

잘 들어준 아이와 연주를 해준 아이에게 진심으로 격려를 하고 칭찬을 해주면 아이들의 반응은 달라집니다. 칭찬하기와 격려하기와 인정해주기! 정말 효과적이고 소중한 방법입니다.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다루어 나가면 아이들은 변하게 됩니다.

 

바이올린같은 현악기의 운지법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를 살짝 설명해주고 바이올린과 모습이 비슷한 비올라와 첼로, 콘트라 베이스같은 악기 이야기를 곁들이고 아이가 연주한 곡에 대해 가벼운 설명을 즉석에서 해주면 아이들은 교사의 권위에 고개를 숙입니다. 다른 글에서 연급을 했습니다만 교사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해두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장의 사진을 더 보여드리고 이야기를 끝낼까 합니다. 

 

 

학예회를 위해 강제로 아이들을 배정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원해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예회 진행방법에 대해서는 학예회를 마친 뒤 11월에 다시 글을 쓸 생각입니다. K-POP 댄스 종목을 넣었더니 10명 모집에 여학생들이 서른명이나 응모를 했습니다. 출연할 아이들을 선발하기 위해 예심을 보았는데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도록 하면 아이들은 열심을 냅니다. 그런 기법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학급회장단 선거, 청소 정하기, 1인 1역할 정하기, 음식만들기 실습때의 모둠 정하기,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에서의 모둠 정하기, 면담하기와 뉴스만들기 활동을 위한 모둠 만들기등......  일반적인 조사발표와 토의중심의 수업운영에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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