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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학부모님들께 부담을 주지않는 것이 선생의 기본 도리다

by 깜쌤 2012. 9. 12.

나는 학급담임을 맡을때 아이들과 만나는 첫날부터 공개적으로 '학부모님들의 재력이나 사회적인 지위를 보고 아이들을 차별하거나 편애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해둡니다. 아이들의 용모나 기정형편, 혹은 성적같은 것을 가지고 구별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혀놓습니다. 그 말속에는 학부모님들이나 아이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최대한 공정하게 학급일을 처리하겠다는 의미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밝혔지만 체험학습이라고 이름 붙여진 소풍을 갈때도 어지간하면 도시락을 싸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회장이나 부회장을 하는 아이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은 절대로 선생님이 먹을 점심 도시락같은 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말라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두었습니다.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가져갈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말이죠.

 

 

체험학습가는 날에 아내가 도시락을 싸줄 형편이 안될때는 시장에 가서 김밥이라고 사서 들고 가기도 했습니다. 즉 학부모님들께 부담을 주지도 않으면서 신세를 지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확실하게 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명확하게 밝혀두어도 진심이 왜곡되기도 합니다만 한두해가 지나면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깜쌤이라는 선생은 그런 사람인 줄로 다 알게 됩니다. 사진을 보면 예전에 집에서 쓰던 도시락통에 김밥을 담고 포크를 넣어서 가져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어떤 기준으로 인사를 하는지 모르지만 제가 근무하는 지역은 교사가 한학교에 5년간만 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근을 간 첫해에는 동료교사와 학부모님들에게 약간의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만 한해만 지나면 진심이 다 받아들여집니다.   

 

6학년 아이들을 졸업시키기 전에 학급에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께서는 마지막으로 저녁이라도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의사타진을 해옵니다. 졸업을 앞두고 저녁한끼 대접하고 싶다는 것까지 매정하게 거절하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합니다만 단 '아이들 성적입력작업과 졸업시상을 위한 성적사정이 다 끝난 뒤에 만나겠'고 합니다. 그런 기준을 가지고 살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어떤 여선생님이 목욕탕에 갔다가 제법 황당한 장면을 직접 보았다며 씁쓸해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목욕탕이라고 하는 곳은 옷을 벗고 들어앉으면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당사자의 사회적인 지위가 어떤지 구별이 안되는 곳 아닙니까? 그러니 특별히 말조심을 해야하는 장소이지만 가끔씩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기도 한 모양입니다. 목욕탕에서 젊게 보이는 아줌마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이런 말을 하더라는 것이죠.

 

"선생들 길들이는 법은 아주 간단해. 돈 50원이면 해결난다니까. 불만이 있거나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공중전화기에 50원 넣고 교장실에 전화하면 되는거야. 그러면 다 해결나."

 

그러면서 어떤 학교 교사들 흉을 정말 신나게 보는데 선생으로서 그자리에 있기가 너무 부끄럽고 민망해서 나중에는 목욕을 하는둥마는둥 하듯이 하고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분노(?)했습니다. 모든 선생을 돈만 밝히는 철면피로 보는 그런 시각이 너무 안타까워서 나는 어떤 학교에서 전근 기회를 잡았을때 일부러 그 학교에 지원을 했습니다. 

 

 

발령을 받고는 당연히 6학년을 지원해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의 첫만남을 가진 후 카페(이 블로그가 아닙니다)에 담임선생의 첫인사가 올려져 있으니 부모님들께서 꼭 보시도록 전하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카페 글 속에는 '올해 담임을 맡은 깜쌤은 일체 돈같은 것을 받지 않는 것은 기본이니 담임선생 대접이나 접대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마시고 자녀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나중에 들려온 반응은 설마 그렇게 바르게 하겠느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한학기가 지나자 그런 이야기는 쑥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의 학급경영은 너무 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같이 근무를 했던 교사들에게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학부모님들이 내미는 작은 촌지같은 것은 모아도 절대로 부자되지 않습니다. 작은 것을 빨리 희생하면 큰 것은 늦게 따라 옵니다.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존경이라는 명예가 곧 따라오는 법입니다." 

   

확실히 이제는 정말 정화가 많이 되었습니다. 밝고 맑고 정의로운 사회는 교사들부터 앞장서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사회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공의(公義)로운 학급을 만드는 것은 교사들이 하기 나름일 정도로 쉽습니다. 학부모님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교사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기도 합니다. 아래 글을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요?

 

 

http://blog.daum.net/yessir/15866989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