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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기본이 된 아이를 기르자 2

by 깜쌤 2012. 9. 5.

 

지난 8월말에는 두개의 태풍이 연속으로 들이닥쳐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와 인명피해를 안기고 북으로 혹은 동으로 사라져갔습니다. 개학을 하고 난 뒤 얼마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므로 학업분위기를 다잡는데 살짝 방해가 되는 태풍이었습니다. 어떤 학교는 휴교를 하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 단축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천재지변으로 인해 생긴 일이니 어쩌겠습니까?

 

앞서 들이닥친 태풍은 바람의 위력이 막강했습니다만 태풍이니만큼 제법 많은 비도 쏟아붓고 간것이 사실입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지니 학교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단축수업을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즘은 워낙 안전을 강조하는 시대이다보니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학부모님들께 한꺼번에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여 단축수업을 실시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형편이되면 저학년 아이들을 직접 데려가시도록 권고를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 것이죠.

 

    

문자연락을 받은 학부모님들이 학교로 오신 것까지는 좋았는데 평소에는 들어오지 않던 운동장으로 차를 마구 몰고 들어와서 운동장이 순식간에 엉망진창으로 파이고 만 것입니다. 물론 운동장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이므로 뭐가 들어온들 어떻겠습니까만 이 운동장은 야구장으로 쓰기도 하므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곳이라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모두들 까맣게 잊은 것 같습니다.

 

사실 바른 말이지만 제가 보기로는 순간적으로 잊은 것이 아니지 싶습니다. 자동차를 몰고 들어가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안하고 살았던 것이라는게 맞는 말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이런 것에서 우리 교육의 근본과 문제점을 읽어냅니다.

 

 

2001년 9월 11일에 있었던 911 테러당시 불이 붙은 쌍동이 빌딩안에서 대피해 내려오던 사람들이 계단에서 한방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당시 한국인으로서 현장에 있다가 극적으로 대피한 분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있는 블로그를 소개합니다. 참고로 하시기 바랍니다.(원 기사는 위클리 조선 2020호에 실려있다고 하는군요)

 

http://blog.naver.com/ahsungv/60054804321

 

비상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사람이 많았나. “많았다. 55층까지는 내려가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55층에 이르니 계단실에 사람들이 꽉 밀려있었다. 그렇지만 질서가 있어 차분했다. 계단 한 칸에 두 사람씩 서고 한 줄은 비워놓은 채 내려가고 있었다. 비워놓은 줄로는 노약자, 부상자, 부녀자 등이 빨리 내려갈 수 있었다. 이러다보니 한 층을 내려가는 데 5분 정도 걸렸다.”

(중략)

오랫동안 잠을 못 잤다고 했는데.꿈에서 세 사람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만난 어린 소방관과 사다리를 다시 타고 지하몰로 들어간 소방관, 23층에서 응급치료 자원봉사를 지원한 백인 여성이었다. 죽으러 올라가는 소방관에게 박수를 쳐서 올려 보냈다는 죄책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응급치료 봉사를 자원한 그 백인 여성은 55층부터 함께 계단을 내려온 사람이었다. 자격증이 없어도 도와줄 수 있었는데, 그 여성의 얼굴이 떠올라 살아있는 게 미안했다.”

 

대담을 한 분은 LG증권 뉴욕법인  차장 이동훈씨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분과의 면담 내용중에서 일부를 가져온 것입니다. 워낙 생생한 기록이어서 긴박감이 넘치더군요.

 

 

파란 네모테 속의 글은 기사를 담아놓은 블로그 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주인장의 허락을 받지 못해서 굉장히 죄송합니다만 나는 이런 글과 학교 운동장의 모습을 보며 우리들은 근본이 되어 있지 못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님들은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비가 조금 더 오고 바람이 다른 날보다 약간 더 분다는 사실 뿐입니다.

 

9,11테러 당시 쌍동이 빌딩속에 있었던 분들은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침착성을 유지하면서 질서를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수준의 품질을 가진 사람들일까요? 생명을 구하기 위해 대피하는 사람들이 한쪽을 비워준 계단을 통해 올라간 많은 소방관들이, 무너지는 건물더미에 깔려 순직을 했습니다. 응급치료 자원봉사를 지원한 여성도 사망했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데리러 온 차들이 교문밖에서 질서있게 기다릴 수는 없었을까요? 그럴것 같으면 뭐하러 차를 가지고 왔겠느냐고 반문하면 할말이 없어집니다만 운동장을 가로질러서도 많은 아이들이 집으로돌아간다는 사실은 망각한 처사가 아닐까요? 아이들은 앞만 보고 달리는 존재들인데다가 우산을 들면 전면으로 향하는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서 자칫하면 사고를 일으키고 당하기 십상입니다.

 

만약 테러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면 건물 속의 사람들이 계단 한쪽으로 비켜섰을까를 생각해봅니다. 비상등을 울리며 소방차나 앰블런스가 달려도 앞에서 달리는 자동차들이 비켜줄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세상을 보며 나는 교육을 맡은 사람으로서 깊은 반성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기본교육을 게을리한 교사들의 몫이 아닐까요?   

 

 

학교에서는 기본을 더 많이 가르쳐야 합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예의와 염치를 가르쳐두고 그 바탕위에 지식을 더해서 지혜로운 사람들을 만들어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도대체 우리 교육의 지향점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볼 수록 마음만 아플 뿐입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교육내용이 달라지고 역사관이 달라지는 현상을 보며 서글픔을 느낍니다.

 

 

 

 

 

어리

버리